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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임종·부부 사망' 메르스에 억장 무너지는 가족들

'편지 임종·부부 사망' 메르스에 억장 무너지는 가족들

최종수정 2015.06.18 10:15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됐거나 병원 격리 조치로 가족과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둘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한 환자는 모두 23명이다. 

대부분의 메르스 환자들은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격리된 상태로 치료를 받던 도중 숨을 거둔 탓에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다. 시신으로부터 바이러스 추가 감염이 될 수 있어 장례 역시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르스로 병원 전체가 폐쇄된 곳에 입원한 일반 환자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A(65)씨 가족은 '편지 임종'으로 사랑하는 부인과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A씨는 뇌경색 증상으로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6일 사망했다. 하지만 병동이 '코호트'(감염환자 발생시 병동 전체를 의료진과 함께 폐쇄해 운영) 격리돼 있던 상태여서 가족들은 아무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A씨의 남편은 결국 "아내에게 쓴 편지를 대신 읽어줄 수 있느냐"고 의료진에 간곡히 부탁했다.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그가 불러주는 편지를 받아 적은 뒤 오전 10시께 환자에게 이를 읽어줬다. 

남편은 부인에게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당신과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 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살림을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못난 남편 회사에서 큰 책임자로 키워내고, 당신과 나의 노후 준비도 잘 진행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라며 절절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이 세상에서 있었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가족의 마지막 인사를 건네받은 A씨는 같은 날 오후 결국 세상을 떠났다. 

부부가 모두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 나 격리돼 있다가 한쪽을 떠나보낸 뒤 이후 남은 배우자마저 사망한 사연도 있다. 

지난 3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숨진 36번 확진자 B(82)씨는 아내 역시 감염으로 격리돼 있던 탓에 유리창 너머로 이별을 해야 했다. B씨는 9일 천식과 고혈압 등으로 대전 건양대병원에 입원했다 감염됐다. 환자 본인과 부인, 아들까지 모두 가족 6명이 격리된 상태로 지냈다. 

B씨는 3남 1녀를 뒀지만 마지막 순간엔 이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환자 가족은 방호복을 입고서라도 병실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병원은 정부의 격리 방침대로 이를 허가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같은 병원에 격리됐던 어머니만 유리 너머로 남편의 눈 감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편을 간호하다 감염된 B씨의 부인 역시 18일 새벽 충남대병원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끝내 숨졌다. B씨의 부인은 고혈압과 폐렴을 함께 진단받은 상태였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부부가 함께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녀들은 보름 간격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떠나보내는 아픔을 마주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된 탓에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국내 3번째 메르스 확진자인 C(76)씨는 지난 4일 사망했다. 하지만 아들과 딸이 메르스에 감염돼 제때 장례를 치르지도 못했다. 당시 C씨의 딸(46)은 4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아들(44)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출국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감염 위험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화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가족은 물론 주변 지인들과도 제대로 된 작별을 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기에 더해 유족들은 장례 절차 앞에서 또 한번 억장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주변의 눈치 때문에 화장터 영업이 끝나기 직전이나 끝난 후 비밀리에 시신을 옮기는가 하면 메르스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려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족들만 빈소를 지키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편 메르스 확진자는 이날 3명 추가돼 165명으로 늘었다. 현재 격리 조치 중인 사람은 6729명으로, 지금까지 메르스로 인해 격리를 경험했거나 경험 중인 누적 격리자는 모두 1만1211명이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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