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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인계동.행궁동<팔달구>

행궁동은 거대한 전시관

행궁동은 거대한 전시관

등록일 : 2015-05-08 08:34:15 |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20여전쯤 남문은 볼거리, 먹을거리 그야말로 수원의 중심지로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연휴가 끝난 후 날씨를 핑계대고 예전에 걷던 길을 걸어보았다. 친구가 화서동에서 자취를 하였기 때문에 주말이면 걸어서 남문까지 자주 걸어 다녔었다. 오늘은 그 때 그 친구는 아니지만 추억을 더듬어 담배인삼공사 연초제조창이 있던 곳에서 출발했다.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눈부신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옷차림이 많이 얇아졌다. 나풀나풀 시폰 블라우스를 입은 처자와 체형에 딱 달라붙는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청년이 건강해 보였다. 철망으로 된 울타리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올라가고 분명 담쟁이는 아닌데 꼭 그 모양처럼 와글와글 올라가고 있었다. 

영복여고를 지나 골목을 빠져나오자 시야가 탁 트였다. 고풍스러운 화성, 성곽을 배경으로 올망졸망 귀엽게 핀 조경화가 원색을 자랑하고 있다. 색깔은 보라로 제비꽃을 닮았는데 꽃모양은 팬지의 미니어쳐 같다. 
장안 공원을 지나는 화성 열차를 생각했는데 오늘은 시간이 맞지 않았는가 보다. 화성열차에서 보는 시민들의 모습, 공원에서 화성열차를 타고 즐기는 관광객의 모습, 모두 흐뭇한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화서문을 들어서자 화성을 쌓을 때 인부들이 하루의 시름을 탁주 한 잔으로 날려 보냈을 자그마한 주막이 보인다. 예전과 외형부터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주막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지붕위에 박이라도 열려있었다면 더욱 고풍스러웠을 풍경이지만 계절도 아니고 그런 풍경을 원하는 것은 시절에 맞지 않는 욕심이다. 

생태교통축제 이후로 깔끔하게 정돈 된 장안동 일대는 걷기가 참 좋다. 골목골목마다 추억이 묻어 있는 장난스러운 그림과 아이들이 뛰어 노는 예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술래잡기, 사방치기 정다운 길이다. 
행궁동은 서울의 인사동과 홍대 정도의 느낌으로 변하고 있다. 거리도 예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다니지 않아도 어느새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다. 

작은 찻집이 많은 거리, 찻집을 인도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담한 마당너머 알록달록 원색의 음료픽업대가 길손을 반긴다. 문화상회 다담이다. 정기적으로 공연도 갖고 신인작가의 작품이나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시원한 유자차를 마시며 땀을 식히고 갤러리를 둘러보았다. ‘같이, 우리 같이’라는 이름으로 펠트를 이용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마치 어렸을 때 지도책에서 보았던 산의 높고 낮음을 표현하는 지도의 등고선을 연상시켰다. 색색의 두께가 전통 색동옷과 같은 느낌이 나긴 했지만 재료가 펠트다보니 전통적인 분위기하고는 또 다른 맛이었다. 

여자와 남자가 서로 바라보는 작품이이 많았는데 남녀의 크기 비율, 치우치는 경중을 달리하여 말없는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기대고 싶다. 부담스럽다. 뽀뽀하고 싶다” 등 ‘같이, 우리 같이’라는 타이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작가는 ‘함께’를 통하여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예24기 시범공연이 막 끝난 신풍루 앞 나무 그늘에는 아쉬움을 떨치지 못해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관광객들이 앉아있다. 연극축제동안 날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광장이 한산하다. 행궁광장을 지나 행궁공방거리에 들어선다. 

행궁갤러리에는 목마를 테마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놀이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사실적인 목마를 만화속의 주인공처럼 발랄한 것도 있었고 음양을 두어 묵직하게 그린 작품도 있었다. 목마의 탄탄한 근육을 남자의 뒷모습으로 형상화한 것 같은 그림은 단지 목마의 이미지를 벗어나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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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꽤 많이 걸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은 명언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팔달산 중턱에 있는 식당에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였기 때문에 한산했다. 행궁동은 거대한 미술관이란 말이 맞다. 식당 자리를 잡고 시선을 둘러보니 한쪽 벽면에는 김홍도풍의 민속화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모습을 담채화로 표현되었다. 오늘 화서동에서 남문 일대를 돌아본 느낌을 한 폭의 그림으로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생동감 있게 변하면서도 생각하지 많으면 느끼지 못하고, 요란한 듯 하면서도 질서 있는 모습이라고 할까? 그래서 수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