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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인계동.행궁동<팔달구>

화폭이 된 골목길… 발길 닿는 곳마다 옛 이야기 간직_ (<도움 : 골목잡지 ‘사이다’·대안공간 눈>)

화폭이 된 골목길… 발길 닿는 곳마다 옛 이야기 간직_ (<도움 : 골목잡지 ‘사이다’·대안공간 눈>)
홍성민 기자  |  hsm@kgnews.co.kr
승인 2014.04.21    전자신문  16면

 

   
▲ 브라질 여성작가 라뀌엘이 그린 북수동 ‘커다란 금붕어’ 작품. 작가는 2010년 작품을 제작한 뒤 2012년 다시 방문해 벽화를 보강했다.

경기도가 품은 평범한 진리, 세계문화유산

1-3. 수원화성이 품은 골목길


팔달문과 장안문 일대는 대형 빌딩도 현대식 건축물도 없다. 1970~80년 대에서 이곳의 시간은 멈춘 듯하다. 지난 1997년 수원화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아이러니하게도 수원화성 일대를 도심 속 슬럼가로 만드는 ‘독’이 된 것이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이곳이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시작됐다.

아름다운 골목을 만들자는 상인과 주민의 열의에 수원시도 동참해 낙후된 마을을 옛 모습으로 재현하는 마을르네상스 사업이 개시됐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의 문화 예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골목 구석구석에 숨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낡은 골목길은 이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방거리, 노천극장, 맛집, 벽화거리 들로 채워진 ‘보물창고’로 거듭났다.

행궁동 벽화거리 조성을 주도한 이윤숙 대안공간 눈 대표는 “수원 화성이 품은 옛 골목과 담장 하나하나가 깊은 화폭과 같이 변했다”라며 “우리의 활동은 허전한 담장에 능소화를, 낡은 우체통에는 들국화를 그리듯 기존 골목 풍경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은근슬쩍 화장을 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행궁동은 화성행궁을 둘러싼 장안동, 신풍동, 북수동, 매향동, 남수동, 남창동 등 모두 12개 동을 의미한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품은 옛 골목의 가치를 재조명해본다.

   
▲ 멕시코 출신 에드가가 그린 벽화 ‘마음 속 정원’


골목 담장마다 해외작가 작품 등 벽화 가득 ‘눈 호강 ’

북수동·매향동·신풍동, ‘골목을 수놓다’ 


수원 화성 행궁동 벽화마을과 벽화골목은 북수동을 중심으로 한 매향동, 신풍동 일대를 말한다. 이곳에는 1970~80년대 골목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벽화가 곳곳에 숨어 있다.

벽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10년, 조각가이자 대안공간 ‘눈’ 대표인 이윤숙 씨 주도로 예술 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을 진행하면서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작가의 작품들이 대부분인 다른 지역의 벽화와 달리 해외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체의 반이나 차지하고 있다는 것.

벽화골목은 ‘사랑하다 길’, ‘행복한 길’, ‘로맨스 길’, ‘무지개꽃 길’ 등 총 8개의 길과 ‘대안공간 눈’으로 채워졌다.

북수동 작은 전시관인 ‘대안공간 눈’을 거쳐 골목 초입에 들어서면 멕시코 출신 작가인 ‘에드가’가 그린 ‘마음 속 정원’(Inner Garden)이라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물결무늬 담장에 그려진 이 작품은 스마트폰 카메라 등 카메라 속 앵글을 통해서만 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그림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길을 십 여m 더 걷다 보면 행궁동 벽화골목의 랜드 마크인 ‘금보여인숙’ 건물을 볼 수 있다.
   
 

브라질의 젊은 여성작가 ‘라뀌엘’이 그린 ‘커다란 금붕어’(Big Gold Fish’)는 이곳의 대표 벽화다. 손 글씨로 써 올린 금보여인숙 간판의 투박함과 조화를 이룬다. 이외에도 이곳에서는 골목 담장 마다 수많은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1960년대 이전까지 북수동의 상징은 우시장과 팔부자집이었다. 당시 수원의 우시장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전국의 3대 우시장으로 꼽힐 정도였다. 팔부자집은 북수동 성당 우시장 인근에서 길목에 연달아 서 있던 기와집을 일컫는다.

조선 시대 8도를 대표하는 최고 부자 8명이 똑같은 설계로 나란히 8채의 집을 지은 것으로 지금은 천주교 성당 등이 들어서 있다.

   
▲ 성곽 옆 장안동 일대 모습.


근대 건축양식 주택 눈길… 과거엔 점집 골목 유명세

옛 정치 1번가, 장안동 

장안문과 화서문 사이에 위치한 장안동 일대에는 성곽 옆 일렬로 빼곡하게 들어선 주택들의 건축 양식이 돋보인다. 일식과 양식이 혼합된 근대 건축양식을 띠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을을 둘러싼 성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장안동 골목엔 지금도 120여 곳의 점집이 자리 잡고 있는데, 과거에는 종로 3가와 함께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점집 골목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1950년대 대한 방식 회사 최초의 공장 조업이 이뤄지고 관사, 법원, 경찰청 등이 밀집한 정치 1번지였다.

   
▲ 남수동에는 대장간, 기름집 등 세월속에 잊혀진 소중한 추억이 곳곳에 숨어 있다./사이다 제공


손글씨 낡은 간판 옛 향수 ‘물씬’… 근대 미술의 역사적 공간

옛 추억 그대로 담긴 남수동 


화성 성곽길을 따라 창룡문에서 팔달문쪽으로 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남수동. 이곳에는 개천변을 따라 많은 볼거리가 있는 작은 시장골목이 눈에 띤다.

쇳조각을 녹여 각종 녹기구와 칼 등을 만드는 대장간과 참기름 등을 제조하는 기름집을 비롯해 솜틀집, 약초집 등이 손 글씨로 써 올린 낡은 간판들이 그대로 남아 30~40년 전 옛 모습 그대로를 현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남수동은 수원 최초로 ‘미술전람회’가 열리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프롤레타리아 미술전람회’가 개최된 근대 미술의 살아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서양화가인 나혜석은 지난 1929년 9월 남수동 수원사(전 불교포교당)에서 유럽 여행 동안 그린 그림을 중심으로 귀국전을 개최했다. 이듬해 인 1930년 3월에는 현 수원고등학교의 전신인 남수동 수원 화성강당에서 ‘프롤레타리아 미술전람회’가 열렸다.

당시 출품작은 삽화와 그림, 그림엽서 등으로 작품 대부분이 일본 경찰에 의해 압수, 실제 출품된 작품은 절반에 못 미치는 60점 가량이었다.

   
▲ 수원의 ‘인사동’으로 불리는 남창동 공방거리 모습.


‘수원의 인사동’ 행궁동 공방거리… 주말 공예 체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무대, 남창동 


화성행궁부터 팔달문에 이르는 남창동은 최근 수원의 ‘인사동’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얻었다. 여기에는 최근 3년 사이 공예작가들이 모여 공예점을 연 ‘행궁동 공방거리’가 자리한다.

공방 17곳을 비롯해 카페 5곳, 맛집 18곳이 들어서 칠보, 목공예, 한지, 규방, 염색 등 전통 공예품을 구매하고 체험하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주말이면 공방마다 제작한 공예품을 판매하는 판매대가 설치되고 작은 소품과 다식을 직접 만들며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관광객과 소통한다. 거리곳곳에 들어선 다양한 형태의 조형물과 맛집, 전통 찻집 등은 공방거리를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남창동에는 신상옥 감독의 1961년 작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실제 촬영 장소였던 오래된 한옥, 수원 최고의 헌책방 등 골목마다 이야기를 간직한 보물이 숨어있다.

/홍성민기자 hsm@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도움 : 골목잡지 ‘사이다’·대안공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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