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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과 학생들이 나에게 맡겨 놓은 일이 바로 교육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취임 이후 약 6개월 동안 여러가지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숨가쁘게 달릴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은 학생들이 교육감에게 의무와 책임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육감의 이같은 해석은 결국 경기교육을 풀어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명제인 ‘학생중심’의 기본이 되고 있다.
전에 없었던 참극인 세월호사고와 박봉춘 살인사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등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했다고 설명한 이 교육감.
그 중에서도 이재정 교육감에게 있어 세월호 참사는 진정한 교육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 됐다.
이재정 교육감은 “세월호 사고가 난 이후 교육감에 취임해 사고 수습을 하다보니 ‘과연 도민들이 나를 뽑아준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게됐다”며 “그러다 보니 내가 맡고 있는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단순한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라 ‘학생중심교육’을 실현해야 하는 소임을 가진 자리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결론을 토대로 이 교육감은 그동안 쉽게 할 수 없었던 교육적 개혁을 뚝심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
이 과정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내부는 물론 외부로부터의 반발도 속속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이것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는가 하면 또다른 세력들에 의해 왜곡되는 등 고전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중심’을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고 확고하게 여기고 있는 이재정 교육감은 혁신에 혁신을 뚝심있게 추진해 나갔다.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재정 교육감은 “사회적 논의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교육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은 사실 혁신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미미한 변화에 그칠수 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이 진일보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 온 교육을 새로운 세대와 바뀐 정서에 맞도록 개혁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사고 역시 변해가는 사회에 맞게 교육이 변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참사”라며 “한국사회는 공감대를 형성해서 점진적으로 변화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기 때문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이재정 교육감의 지시로 공식 행사 시 사회자가 말하는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를 ‘국민의례를 하겠습니다’로 바뀌었다.
이 교육감은 “국민의례라는 행위가 있겠다는 표현은 잘못됐기 때문에 국민의례를 하겠다는 표현으로 바꿨다”며 “이런것이 바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서 이재정 교육감은 레오나르도다빈치가 그린 그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당대 학자들은 다빈치가 그린 몇몇 그림을 원근법이 완전히 무시된 잘못된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그림이 원래 걸려있던 식당에 그림을 다시 걸어놓고 식탁에서 바라봤을때는 원근법이 정확하게 맞아들어간 최고의 그림이었다”며 “이처럼 교육 역시 그 교육의 가장 중요한 수요자인 학생들의 시각에서 바라봤을때 맞아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교육감.
경기도교육감 선거 운동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재정 교육감은 수많은 학생들로부터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을 뽑는 선거인데 왜 우리는 투표권이 없나요?’, ‘왜 우리한테는 교육에 대해 물어보지 않나요?’, ‘교육을 하는 교육감인데 왜 우리의 의견보다는 국가와 학교, 교육청이 중심이 되나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재정 교육감이 학생을 교육의 가장 중요한 중심으로 생각하도록 한 계기가 된 물음이었다.
이 교육감이 말하는 ‘학생중심교육’에 있어서 의정부여자중학교 학생들이 학생총회를 열어 등교시간을 9시로 바꾸자고 결정한 것을 두고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반대해서는 안되며 실행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결정이 바로 이 교육감이 생각하는 교육적 가치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9시등교’는 단순히 학생들이 잠을 더 잘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아니었던 것.
이 교육감은 “한국인의 정서에 있어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식구(食口)’, 즉 가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가운데 찌개를 놓고 같은 숟가락을 담궈가면서 밥을 먹는 행위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식구이고 가족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며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 각자의 생활에 쫒기는 저녁밥 보다는 모두가 둘어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는 아침밥이 유일하기 때문에 교육적 관점에서 아침밥을 함께 먹어야 하는 필요성이 있어 ‘9시등교’를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밥상을 사이에 두고 가족이 모여 앉을때 기본 예의를 배울수 있다”며 “가족공동체의 부활을 위해서는 아침밥을 함께 먹을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돼야 하고 이것이 정립된다면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조직이기도 한 가족 안에서 질서가 이뤄지고 나아가 마을과 도시, 국가의 질서까지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질서 확립을 이야기하면서 이 교육감은 우리나라의 모든 갈등과 문제의 근원을 ‘분단’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사실상 해방 직후부터 남에 의해 나라가 두쪽으로 나뉘면서 남과 북의 대립이 가장 큰 사회문제로 남아있는 상황인데 오는 2019년은 3·1운동이 100주년을 맞는 해이니 만큼 1919년 당시처럼 남과 북이 나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한민족이 한마음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교육감은 취임 직후 밝힌 ‘세계시민교육’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세계시민교육은 글로벌 스탠다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을 뜻한다”며 “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를 볼 것이 아니라 한반도가 가진 기준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세계시민”이라고 정의했다.
‘세계시민교육’의 실현을 위해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말한 이 교육감.
이 교육감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경기도 내 25개 시·군을 돌면서 자치단체장은 물론 지역의 국회의원, 시의원, 교사, 학생, 시민·사회단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과거에는 교육감이 지역을 방문할 경우 교육청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형식이 전부였지만 이 교육감은 교육가족을 뛰어넘어 모든 시민·사회와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이 교육감은 “올해 마지막 일정으로 구리시를 방문했을때는 시의원들과 시민단체 운동가들이 폐쇄적인 학교를 비난하면서 교장선생님들을 매몰차게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런 과정이 있은 끝에 학교가 사회와 소통을 위해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할 수 구조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도출됐다”며 “이처럼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는 과정에는 논란이 생길수도 있지만 결국 대안이 마련되는 것을 보고 소통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통을 통한 혁신을 강조하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교육감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보내고 2015년은 도민들과 학생들이 즐겁고 모람있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대담=최영재사회부장 cyj@
/정리=정재훈기자 jjh2@
/사진=노경신사진부장 mono316@ <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