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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영업제한은 위법” 첫 판결

“대형마트 의무휴업·영업제한은 위법” 첫 판결


등록 : 2014.12.12 16:26

법원, 전통시장 보호효과 인정 안해…소비자 선택권 강조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개정조례에 따른 영업제한까지 위법으로 판단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고법 행정8부(장석조 부장판사)는 12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동대문구와 성동구의 대형마트들은 주말 영업뿐 아니라 24시간 영업도 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지역 대형마트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에는 영향을 줄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처분 대상이 된 점포들이 ‘대형마트’로 등록은 돼 있지만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옛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으로 규정돼 있는데 각 구청에서 영업제한 처분을 내린 대형점포들에서는 점원이 소비자들의 구매 편의를 위해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처분대상이 된 점포들은 법령에서 규정한 ‘대형마트’로 볼 수 없어 영업시간 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실상 대형마트 규제법 도입의 근거가 된 상생효과도 부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아직도 논란 중인 반면, 맞벌이 부부 등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크다”며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등으로 맞벌이 부부는 실제로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은 주차공간이나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데도 영업규제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상인이나 전통시장의 매출이 증가하는 공익성을 고려한 원심 판결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 각 구청에서 임대매장 운영자에게 사전 통지를 하지 않는 등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절차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영업제한처분은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정(GATS)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GATS에서는 서비스의 양적 제한을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인간의 건강보호 등을 위해서만 제한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 사건 처분은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처분 사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쟁 제한을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임대매장 운영자나 중소납품업자 보호에 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법령상최고한도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재량권 행사에 있어서도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와 대형마트 간 영업시간 제한을 둘러싼 소송은 2012년 1월 유통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시작됐다.

각 지자체는 유통법에 따라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대형마트 영업제한에 나섰다가 영업시간 제한을 강제한 조례가 문제가 되자 조례를 개정해 다시 영업규제에 나섰다.

대형마트 6개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1심은 영업제한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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