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지금 ‘김무성 사람들’ 세상
ㆍ비박·반박계 인사들로 재빠르게 친정체제 구축, 친박계 당 전면에서 거의 사라져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A의원은 매일 매일 김무성 대표의 일정을 체크한다. 그리고 김 대표가 참석하는 행사에는 다른 모든 일을 제쳐놓고 참석한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박(박근혜)계로부터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그는 김 대표의 눈에 자주 띄는 것이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반면에 그는 친박계가 모이는 장소는 의도적으로 피한다. 친박계로 낙인 찍히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의 B보좌관은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수백명의 당원들에게 전화 걸기에 바빴다. 김무성 대표체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당무감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9월 말부터 보름 동안 실시되는 당원협의회 당무감사에서는 매월 2000원의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 숫자가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당무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혁신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빨리 세력이 재편될 줄 몰랐다”
B보좌관은 “원래는 현역의원이 없는 당원협의회만 감사할 예정이었으나 김무성 대표가 국회의원이 있는 당협까지 모두 감사대상에 포함시켰다”며 “당무감사 결과 작은 흠집이라도 잡히지 않기 위해 책임당원들을 가능한 한 많이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7월 14일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급속히 당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여야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동안에도 김 대표는 소리 없이 친정체제를 구축해왔다.
이제 친박계는 당 전면에서 사라졌고 대신 그동안 음지에서 설움을 받고 있던 비박·반박계 인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 출범 이후 이렇게 빨리 당 전면에서 친박계가 사라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과거 정권을 보면 적어도 집권 중반기까지는 현역 대통령을 떠받드는 친위세력이 다수 존재했었다”고 말했다.
‘김무성 사람들’은 주요 당직에 포진해 있다. 김무성 그룹은 김 대표가 원내대표를 맡던 시절(2010∼2011년) 원내 부대표단으로 활동했던 인사들과 김 대표의 고향인 부산 출신 의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선 당의 조직과 자금 등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3선의 이군현 의원이 맡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원내대표를 맡을 당시 원내 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췄다. 이 사무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재오 의원 사람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도 친박계와 정반대에 서 있는 이재오 의원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세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학용·김성태 의원도 원내대표 때 같이한 인연으로 김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들을 ‘좌학용 우성태’라고 부르고 있다.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학용 의원은 김 대표가 주도한 ‘근현대사 역사교실’과 ‘통일경제교실’ 간사로 활약했으며, 김 대표가 19대 공천에서 낙천된 이후 원내대표단 모임을 격월로 추진하면서 김무성 그룹을 유지시켰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의원은 지난 당대표 경선 때 ‘김무성 캠프’의 조직을 담당했다. 최근 김 대표가 경총과 한국노총을 잇따라 방문해 협조를 당부한 것도 김성태 의원 작품이다.
김 대표와 동향인 부산지역 의원들 중에도 그의 친위대가 많다. 이진복·박민식·서용교·이헌승 의원이 그들이다. 특히 이진복·박민식 의원은 김 대표에게 직접 전략적 조언을 할 정도로 가까운 의원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김 대표가 부산 남구을에서 영도로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할 때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또한 서용교 의원은 김 대표의 지역구(부산 남구을)를 계승했고, 이헌승 의원은 김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친박계도 핵심들 빼곤 대부분 기울어
당 밖에서도 김 대표를 보좌하고 있는 그룹(원외그룹)이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6월 19대 총선에서 패배하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과 함께 미국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한 김 대표와 이경재·안경률·안형환·조전혁·정옥임·김성수·신영수·성윤환 의원 등은 20여일간의 미국 여행을 하면서 한 배를 타게 됐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전당대회 때 ‘김무성 캠프’에서 요직을 담당하는 등 김무성 대표의 당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의원들을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부드러운 인간미로 사로잡았다고 한다. 여행을 함께 갔던 안형환 전 의원은 “김무성 대표는 여행을 하면서 라면도 끓였고 설거지를 같이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겉으로 보이는 김무성 대표의 ‘돌격대장’ 이미지와는 달리 섬세한 행동에 끌렸다”고 말했다.
당내 다수를 차지했던 친박계도 핵심을 제외한 대부분이 김무성 대표 쪽으로 넘어갔거나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박계 핵심 역할을 했던 최경환 의원이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갔고, 유정복 의원이 인천시장에 당선됨에 따라 서청원·윤상현 의원 등 핵심 친박들도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원조 친박이었던 한선교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등도 김 대표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4일 치러진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 선거에서도 김 대표 측의 인사가 친박성향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김무성 대표가 앞으로 1년여 동안은 당 내에서보다는 당 밖에서의 세 확장에 전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18개월 동안 큰 선거가 없는 데다 무리하게 당내에서 세력을 확장하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나서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김 대표의 운명은 총선 결과가 좌우하는 만큼 앞으로 1년여 동안 총선 준비에만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 정치 사회의 칸 ==.. > -국민의힘( 대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주류에 밀린 與친박계, 세결집 '암중모색'> (0) | 2014.09.29 |
---|---|
새누리 혁신위원 10명 중 8명 비박 소장파 (0) | 2014.09.23 |
새누리당 부대변인, 장애인 단체장에 “X새끼야, 다리 하나 더 없어져” 폭언 논란 (0) | 2014.09.17 |
김무성의 무성한 발길…본격 대권 행보? (0) | 2014.09.12 |
[직격 인터뷰]‘전국스타’ 떠오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0) | 2014.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