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 2014.09.07 11:53
보름달. 이번 추석엔 올해 들어 두번째로 큰 ‘슈퍼문’이 떠 오른다고 한다. / 한겨레DB |
오늘밤 ‘달맞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세요
초등학생 5학년 80여명한테 보름달이 어떻게 생기는지 물었다. “보름달이 보일 때의 지구·태양·달을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학생들이 그린 그림은 대표적으로 5가지 유형이었다.(그림 참조) 물론 한가지만 정답이다. 오늘밤 한가위 달맞이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얘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태양은 그리지 않고 지구-달만 그린 경우는 3명, 지구-태양-달의 순서라는 학생은 2명, 태양-달-지구(수직) 유형을 그린 학생은 4명, 태양-달-지구는 20명, 태양-지구-달은 62명이었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에 실린 내용이다. 김중복 물리학과 교수의 지도로 대학원생 김하나씨가 지난해 서울과 충북 청주의 초등학생 86명을 대상으로 보름달 생기는 원리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한 논문이다. 학생들은 영재학급이나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학생 53명과 일반학급 학생 33명이었다.
보름달이 생길 때의 태양과 지구, 달의 위치는 태양-지구-달의 순서가 맞다.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올바른 답변을 했다.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답한 62명 중 과학영재는 47명(89%), 일반학생은 15명(46%)으로,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는 과학영재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1학기 과학시간에 ‘여러 날 동안 관찰한 달의 모양과 위치(위상) 변화’에 대해서 배운다.
지구-달만 그린 3명의 학생 가운데 한명은 “낮에도 달을 볼 수 있다”고 답했는데, 이유로 “낮에도 달이 있는데 태양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하나씨는 새벽녘이나 해질녘 등 낮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에 달을 본 경험이 이런 잘못된 개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구-태양-달의 순서로 답변한 학생 중 한명은 ‘태양이 사라져도 달이 보이겠는가’라는 질문에 “달빛이 있어서 보인다”고 답해 달이 스스로 빛을 내는 광원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일반학생의 절반 가까이(15명·46%)와 영재학생 5명(9%)이 태양-달-지구의 순서라고 답변한 것은 보름달이 생길 때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있다고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단순히 회상하는 과정에 오류를 일으킨 것인 것 같다고 김씨는 분석했다. 이 학생들은 태양빛의 진행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했다.
많은 학생들은 광원과 빛의 진행에 대해서도 헷갈려 했다. 학생들에게는 “지구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달을 보게 되는지 말해 보라” “태양이 없다면 달을 볼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이 주어졌다. 우선 광원에 대해 ‘달이 스스로 빛을 낸다’고 답변한 학생도 9명이나 됐다. ‘태양이 에너지 형태로 빛을 방출한다’고 대답한 학생(2명)도 있었는데 한 학생은 “낮에 받은 태양 에너지를 밤에 지구가 밖으로 내보내면서 달이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태양이 빛을 방출한다’는 올바른 답변을 했다. 특히 과학영재 중 일부 학생(3명)은 ‘태양의 빛은 점광원의 집합체로서 태양의 한 점에서 모든 방향으로 방출된다’는 정확한 과학적 개념을 알고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지구와 태양의 거리(1억5천만㎞)가 아주 멀기 때문에 대부분 그림에서 태양빛이 평행광으로 표현돼 있는 것만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태양-지구-달의 순서가 됐을 때 보름달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도 태양의 빛이 곧게 진행해 달에 도착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지구에 의해 생긴 그림자에 대해서는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학생은 태양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가로막혀서 생긴 그림자를 달이 지나가기 때문에 달 모양이 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하나씨는 “태양에서 나온 빛은 곧게 진행해 달의 표면에 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의 공전궤도(백도)와 지구의 공전궤도(황도) 사이에 5도의 차이가 있어 매달 월식이 일어나지 않고 보름달이 보이게 된다”는 사실은 중학교 2학년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내용이어서 초등학교 5학년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절반 정도의 학생들은 태양빛이 달에 비춰져서 보름달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13명의 학생은 “달이 태양-지구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으므로 보름달이 보일 수 있다”는 정확한 과학적 원리를 습득하고 있었다.
또 절반이 넘는 학생(48명)들이 빛이 달의 표면에서 반사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고, 일부(5명)는 “빛이 달의 표면에서 난반사한다”는 정확한 개념을 갖고 있었다. 이들 5명은 모두 과학영재들이었다.
김하나씨는 “달의 위상 변화를 학습할 때 보름달이 생기는 원리, 광원에서 빛이 어떻게 생기는지, 빛은 어떤 경로로 달에 도달하고, 달에서 다시 지구에 어떻게 도달하는지를 함께 가르쳐야 할 것 같다. 특히 5학년 1학기 때 배우는 달의 위상 변화와 6학년 1학기 때 배우는 빛의 직진과 반사는 병행해서 제시하는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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