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4지방
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비박(비박근혜) 성향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클린선거’ 혹은 ‘네거티브 선거’와 관련, 2일 당의 공식 회의석상에서 고도의 신경전을 앞세운 고공전을 벌였다.
서 의원이 먼저 네거티브 선거와 관련해 사실상 정 의원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공격했고, 이에 정 의원은 경쟁 후보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겨냥해 경선자금 출처 조사를 통한 클린선거를 주장하면서 반박하는 등 양자 간에 긴장감이 형성됐다.
먼저 선공을 날린 것은 서 의원이었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여기 정몽준 후보도 와 계신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 후보끼리 너무 네거티브가 심하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내일부터 (네거티브가) 만약 반복된다면 당에서 강력한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새누리당 후보가 저 모양이냐고 손가락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바로 옆자리에 앉은 정 의원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회의 뒤 “특정 후보를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니다”라고 선까지 그었다. 하지만 전날 정 의원이 김 전 총리를 겨냥해 ‘타이슨 퇴출 발언’을 한 점이 이날 언론에
집중 부각됐다는 점에서 서 의원이 정 의원을 직접 견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같은 7선의 고수답게 정 의원도 맞받았다. 서 의원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 의원은 “조금 전 우리 서 대표가
말씀하셨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어느 후보(김 전 총리)가 클린선거감시단에서 각 후보의 지출 비용이 합법적인지, 잘못된 것은 없는지 당에서 한번 검증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당의 주요 지역 모든 후보에 대해 클린선거감시단이 (선거운동) 비용을 검증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정 의원은 김 전 총리가 현대중공업 광고비 지출을 통한 금권선거 의혹을 제기하자 “김 전 총리 등 서울시장 후보의 경선자금 출처를 함께 조사해 달라”고 당을 압박한 바 있다.
한편 정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신당동의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을 방문한다. 청와대 및 친박계를 향한 애정 표현 또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끌어안으려는 제스처로 읽힌다. 최근 정 의원은 “아버지(정주영 전 회장)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경부고속도로를 놓는 등 협력했는데 저도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박근혜 대통령과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경선 시작 전부터 ‘친박 지원설’ ‘박심’ 등의 단어가 언론에 많이 등장했다”면서 “청와대는 아무 책임이 없다. 우리 당이 중심을 못 잡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만용·현일훈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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