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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비 70원, 수원 오렌지'…선입견 깰 수 있을까

 

'버스비 70원, 수원 오렌지'…선입견 깰 수 있을까

정몽준·남경필, 서울시장·원내대표 저울질…국정운영 능력·리더십 검증 기회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입력 : 2014.02.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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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의원(이걸로 사용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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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국게임산업협회 남경필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코엑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취임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이 제기되자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럼 버스비를 70원으로 내려주는 건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뤄진 라디오 토론에서 정몽준 의원이 버스요금을 70원이라고 대답했던 것을 빗댄 말이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해 진주의료원 사태를 두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설전을 벌이다가 소싯적 별명인 '오렌지족'을 떠올렸다. 홍 도지사가 "강남 오렌지가 강북 탱자의 심정을 알 수 있을까?"라며 남 의원을 비꼬았기 때문이다.

정 의원과 남 의원은 어느덧 7선과 5선의 중진 국회의원이 됐지만 '버스비 70원'과 '오렌지족'이란 꼬리표는 여전히 따라다닌다. 재벌과 2세 정치인인 이들에 대한 선입견은 그만큼 굳건하다.

그러나 이들은 이 같은 선입견을 넘어 정치 행보의 보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특히 올 상반기 정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남 의원은 당 원내대표 도전을 앞두고 있다.

이들이 과연 '버스비'와 '오렌지'의 꼬리표를 떼고 국민들과 당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어떤 승부수를 던질 지 주목된다.

◇鄭, 국정운영 역량 인정…南, 당내 입지 확대

지난해 말 북한 장성택 숙청으로 안보 긴장감이 고조되던 때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정 의원의 제언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외교·안보 시스템 강화를 위해 국가안보회의(NSC)를 설치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NSC 상설 사무조직 설치를 지시한 것이다.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나'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대한 궁금증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정 의원의 정책적 역량이 주목받은 계기가 됐다.

비록 '버스비 70원'에 묻혀 큰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정 의원은 그동안 자체 '씽크탱크'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정책역량과 인재풀을 구축해 왔다. '아산정책재단'과 '해를 소망하는 밀'을 중심으로 정 의원이 보유한 국내외 자문단과 생산 콘텐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진의원들이 단발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그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는 데 그치는 데 비해 정 의원은 중장기적인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자체 외곽조직을 거느린 정 의원과 달리 남 의원은 국회 내 다양한 정책모임을 주도하며 내실을 다졌다. 19대 국회 들어서 경제민주화실천모임과 대한민국 국가모델연구임, 동북아역사왜곡대책 특별위원회 등을 이끌며 경제, 외교, 안보, 통일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풍부한 정책 역량과 인적 네트워크를 보여줬다. '남경필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당내 호응도 컸다.

특히 친박 주류와 일정 거리를 두는 한편 정책모임을 함께 한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으며 본인만의 정치 색깔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가 차기 원내대표로 부상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덕분이다.

친박계 3선 새누리당 의원은 "남 의원이 콘텐츠 면에서나 리더십 면에서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면서 "2010년 당대표 출마 당시와 달리 이번 원내대표 도전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장스토리 부재 치명적…진정성 호소

이들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정치인으로서의 뚜렷한 성장스토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호소하기 어렵다.

정 의원이 최종적으로 대권을 목표로 하면서도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정운영 능력을 검증받고 재벌 정치인의 정체성을 벗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와 함께 당내 '스킨십'도 강화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당내 기반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그동안 재벌 정치인 이미지에 가려져 국정운영 능력이나 소탈한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면서 "언론이나 현장 행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이른바 '오렌지족'으로 살았지만 정치인으로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경기도지사가 아닌 원내대표 출마를 택한 것도 이러한 그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남 의원은 다음달 12일 출판기념회를 열어 이와 같은 자신의 정치 행보를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