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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박 대통령 ‘공천 폐지’ 공약에 박수치더니…

 

  새누리, 박 대통령 ‘공천 폐지’ 공약에 박수치더니…

박기춘 의원, 박 대통령 후보 시절 동영상 공개
새누리당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유지’로 말바꿔
“새누리 공약 폐기 시도 말고, 개선안 제시하라”

“지방의회 의원 여러분의 독립성 확보가 무척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새누리당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여러분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드렸습니다.”(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11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전국기초광역의원 결의대회’에서 했던 이 발언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이 발언들이 나온 직후, 전국 기초·광역의원들의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올해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기초의원(시·군·구의원)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여권 스스로 깨려 하자 증거 영상을 들이대며 공천 폐지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 동영상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기초의원,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으로 인해 지방정치 현장에서 중앙정치 눈치보기와 줄서기 등의 폐해가 발생했고 비리사건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기초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통해 기초의회와 기초단체가 중앙정치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주민생활에 밀착된 지방정치를 펼치도록 돕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당공천폐지는 여러분들께서 더 자유롭고 더 독립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치고 주민들의 뜻을 더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마치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하는 민주당 쪽에서 했던 발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확실한 소신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달리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은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하되,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안을 새롭게 들고나왔다. 그러나 학계와 야권, 시민단체 등에서 기초의회 폐지는 가장 작은 행정단위에서부터 지역민들을 위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도록 견제하는 기초의회 기능을 무력화시켜, ‘풀뿌리 자치’를 크게 후퇴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은 박근혜 당시 후보의 동영상 발언을 언급하며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했던 말씀이다. (그 연설에서) 많은 분들의 박수와 함성이 있었다. 저 박수와 함성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더이상 대선공약 폐기를 시도하지 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전제로 한 ‘지방선거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은 진정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금지를 실천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그럼 왜 이렇게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도 하지 않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여야는 이달 말까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정당공천 폐지 등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여야의 해법이 크게 엇갈려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