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정치 사회의 칸 ==../-국민의힘( 대표

[김종구 칼럼] 친박, 공천 탐욕으로 대통령과 맞서다

[김종구 칼럼] 친박, 공천 탐욕으로 대통령과 맞서다
김종구 논설실장  |  kimjg@ekgib.com
   
 

“(기초선거)공천폐지가 잘 될까. 그런데 대통령이 돼서 청와대 들어가면 여의도와는 끝이라고 하던데. 국회의원들의 이익과 관련된 일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거야.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할 텐데, 대통령이 강제로 그걸 할 수 있을까”. 언젠가 써먹게 될 것 같아 적어 두길 잘했다. 5선 출신의 이규택 전 의원에게 이 말을 들은 게 지난해 2월 7일. 이후 11개월은 이런 그의 예언이 거짓말처럼 맞아 들어간 시간이었다.

공천폐지에 대한 민심은 분명하다. 경기일보의 신년 조사에서 도민의 63.2%가 ‘공천 폐지’를 지지했다. ‘공천 유지’는 21.5% 뿐이다. 공간적ㆍ정치적으로 수도권과 딴 세상처럼 놀던 경상도도 이 문제에선 같다. 매일신문 1일자 보도에서 대구ㆍ경북 도민의 67.1%가 공천 폐지를 희망했다. 여기서 말하는 ‘공천 폐지’는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의 완전한 공천폐지’를 뜻한다. 그리고 이런 흐름과 결과를 달리하는 통계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딱 한 곳, 정치권만이 딴소리를 한다. 반대하는 이유란 게 궁색하기 짝이 없다. ‘여성들이 반대한다’고 둘러댄다. 여성 대 남성 비율이 50 대 50으로 정확히 반영된 조사에서 일방적 결과가 나왔다. 말 안 되는 소리다.

‘지역 토호집단이 독식할 것’이란 변명도 댄다. ‘차라리 정치 독식보다는 낫다’는 게 민심이다. 역시 말 안 된다. ‘반대하는 의원이 많다’며 미적댄다. 국민이 원해도 국회의원들이 싫으면 못하겠다는 오만이 얼비치는 소리다.

   
 
그래도 눈치는 보였던지 토론회라는 걸 열었는데. 이게 완전히 봉숭아 학당이다. ‘여성 할당제가 위협받는다’ ‘공천폐지 공약은 오발탄이었다’는 어용발언이 쏟아졌다.

복수 후보를 추천하자’거나 ‘정당별 기호 부여제를 도입하자’며 꼼수까지 안내하는 교수도 있었다. 거마비(車馬費) 받고 출연해 의원 입맛 맞추고 돌아간 말 그대로 ‘밥값 토론회’다.

 이런 걸 토대로 ‘전문가들, 공천 폐지보다 보완에 무게’라며 일반화한 언론도 한심하다.

정치권 전체로 몰고 갈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지금 민주당 127명의 공식의사는 ‘공천 폐지’다. 그 이후 공천 폐지를 막고 있는 유일한 세력은 새누리당이고, 그 전위부대는 친박(親朴)이다. 홍문종 총장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시간을 끌어 왔고, 최경환 대표가 “결정된 바 없다”며 뒤를 밀어 왔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공약 파기 비난받아도 공천폐지는 반대”라며 날 선 배짱까지 부렸다.

도대체 누구의 약속이었는데 이러나. ‘약속의 정치인’ 박근혜 후보가 1년 전 한 공약이다. 이후 폐기했다는 소리도 없었고 수정했다는 얘기도 없었다. 여전히 실천하고 평가 받아야 할 살아 있는 공약이다. 이런 공약을 두고 남도 아닌 친박이 대통령 면전에서 막아서고 있다. 역시 노(老) 정객의 예언은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돼서 청와대 들어가면 여의도와는 끝이라던데”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할 텐데”.

어느 대통령에게나 집권 2년은 어렵고 중요하다. 지금이 그렇다. ‘국정 지지도 56.4%’는 제목일 뿐이다. 취임 6개월 64.3%, 추석 63.1%에 이어 계속 내리막길이다. 그 중심에 공약 이행에 대한 불만(잘한다 44.5%ㆍ못 한다 51.9%)이 있다. 모두에게 약속했다가 일부에게만 지키게 된 공약-기초연금-, 전부를 약속했다가 일부만 주게 된 공약-4대 중증 질환 진료비- 등이 전부 악재다. ‘약속의 정치인’을 ‘약속 파기의 정치인’으로 내몰고 있는 악재다.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공천 폐지가 절박해진 이유다. 어차피 예산이 드는 공약도 아니다. 시간이 걸리는 공약도 아니다. 이해를 구할 핑곗거리가 있는 공약도 아니다. 그저 폐지하느냐 폐지 안 하느냐만 남는 공약이다. 폐지하면 욕심을 버리는 것이고 폐지 안 하면 욕심에 매달리는 것이다. 폐지하면 민심 60%를 따르는 것이고 폐지 안 하면 민심 60%와 맞서는 것이다. 폐지하면 대통령을 편하게 하는 것이고 폐지 안 하면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공천 탐욕으로 주군(主君)을 발목 잡아 온 친박의 반기(反旗), 이쯤에서 내려야 한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친박, 공천 탐욕으로 대통령과 맞서다]

김종구 논설실장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종구 논설실장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