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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前장관, 안철수와 손잡나?

 

진영 前장관, 안철수와 손잡나?

이동훈·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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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각 "진영, 이재오와 손잡고 안철수 도울 수 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하 진의원)과 최근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진 의원은 기초연금 입장 차로 청와대와 갈등을 겪다 9월30일 장관직을 내던지고 국회로 돌아와 언론 접촉을 피하는 중입니다.

“안전행정위 국정감사로 바쁘다”고 요즘 근황을 전하더군요. 그러면서 “고생을 좀 했는데 이제 좀 쉬어야겠다. 그 사이에 경험도 많이 하고, 느낀 것도 많아서 정치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자신에게 쏟아진 온갖 비난 세례를 ‘고생’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더군요. 구체적 사퇴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너털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고요.


	진영 前장관, 안철수와 손잡나?

진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뒤 초대 내각에 입성했습니다. ‘박근혜의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진 의원이‘배신자’로 낙인 찍혀 잠행하는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진 의원의 사퇴 이유을 두고 여러 얘기들이 오갔습니다만, 진 의원 본인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에 반대했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짧게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이유는 됐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그것 때문에 장관직을 던진다고…”라며 고개를 갸웃대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이재오 의원과 자주 만나

진 의원은 요즘 이재오 의원과 자주 만난다고 합니다. 같은 상임위에 소속돼 있다 보니 국감장에 나란히 앉아 얘기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합니다. 수시로 카카오톡을 주고 받기도 한답니다. 최근 이 의원을 비롯, 권택기 전 의원 등 친이계들과 저녁 자리도 가졌다는군요. ‘박근혜의 황태자’가 여당 내 ‘비주류 중의 비주류’ 이재오 의원의 측근이 된 셈이죠.

이 의원이 박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정치권에서 주지의 사실입니다. 한때 ‘상극(相剋)’이란 얘기도 있었죠. 그 양극을 진 의원이 몇 달 새 오갔으니 일부 친박 의원들이 ‘박쥐’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진 의원은 이 의원과 원래부터 친합니다. 진 의원 아버지는 이 의원 지역구(은평구)에 오래 거주해온 이 의원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진 의원 부인은 은평구에서 병원을 운영합니다.

개인적 인연만 있는게 아닙니다. 진 의원은 우파 정당 새누리당 내에서 중도적 성향의 인물입니다. 비슷한 색깔의 이 의원과 여러 면에서 통하겠죠. 개인적 인연에다 생각도 비슷하니 친할 수 밖에요.

저는 진 의원과 이 의원의 친분 속에 진 의원의 진짜 사퇴의 이유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진 의원은 2004년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초기 비서실장입니다. 원조 친박인셈이죠. 당시 중도적 냄새를 풍겼던 한나라당 몇몇 정책 생산에 진 의원의 기여가 컸습니다.

2005년 진 의원이 비서실장에서 물러나고 김무성 사무총장, 유승민 비서실장 체제가 들어섰습니다. 박근혜의 한나라당은 우향우(右向右) 합니다. 당시 진 의원은 “박 대표가 너무 오른쪽으로 간다”고 걱정하곤 했습니다.

그 다음해인 2006년 박근혜 대표 후임으로 한나라당을 이끌 당 대표 선거가 있었습니다. 당시 당 대표 결정의 키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었습니다. 진 의원은 이재오 의원을 당 대표로 천거했습니다. 개인적 친분도 작용했겠지만 이 의원 같은 중도 성향인물이 당 대표가 돼 박 대표를 도와야 한다는 게 진 의원 생각이었습니다.
 
진 의원은 2007년 경선에서 박 대통령을 돕지 않았습니다. “현직 의원의 줄서기는 부적절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자기 노선을 따라주지 않는 박 대통령을 도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진 의원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려면 좀 더 왼쪽으로 가야하는데 박 대표는 오른쪽로만 간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사정과 무관하게 진 의원은 친박 의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적지 않게 들어야 했습니다.

진 의원은 이전에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진 의원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초창기 측근이었으나 이 전 총재가 자신의 조언을 듣지 않자 미련없이 떠나버립니다. 자기 정체성 혹은 가치관을 수용하지 않는 ‘보스’에게는 연연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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