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수원특례시 주요 관심사업 등 종합/-생태교통 수원. 마을만들기

[사설] 수원시 행궁동, 동네 전체가 문화재다

 

[사설] 수원시 행궁동, 동네 전체가 문화재다
경기일보  |  kimjg@ekgib.com

수원시 행궁동이 바뀌었다. 먼지에 뒤덮이던 도로는 보기 좋은 석자재 노면이 됐다. 난잡했던 간판들은 예술성 넘치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콘크리트와 붉은 벽돌 일색이던 벽면도 고풍스러운 재료들로 리모델링됐다.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점집 만장(卍帳)들도 사라졌다. 사람의 길과 차량의 길을 나누던 경계도 없다. 예쁜 꽃으로 단장된 화분들만이 대략의 구분을 지어놓고 있다. 동네 전체가 거대한 문화전시장이다.

주목할 건 이 모든 게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노면 정리는 하수관거 개선으로 영구 정리됐다. 벽면 리모델링도 시의 지원과 건물 소유주들의 부담으로 개선됐다. 만장 철거에 반대하던 점 집 몇 곳은 시가 직접 사들여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행사가 끝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다. 낙후된 구도심이 이번 기회에 완전히 재생된 셈이다. 행사가 끝나면 흔적조차 사라지는 일회성ㆍ소모성 투자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여기엔 행궁동 주민들의 놀라운 참여의식이 있다. 생태교통 행사의 출발은 ‘차 없는 거리’다. 그 기간이 한 달에 달한다. 월드컵 기간만큼이나 길다. 세계 유수의 시(市)들이 선뜻 주최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행사 주최를 두고 ‘시민들의 원성만 살 것’이라는 냉소가 만연했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는 행궁동 주민들의 의식 수준에 대한 기우였고, 수원시민들의 문화 의식에 대한 모욕이었다.

행궁동 주민의 차량은 대략 1천500대다. 이 1천500대가 행사 시작과 함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행사 중반이던 14일 행사장 일대 주차 중인 차량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다. 65대가 목격됐다. 조사 결과 주민 소유 차량은 생업용 17대, 거동 불편자용 1대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모두 외부 차량이었다. 주민들은 행사의 성공 개최를 위해 출퇴근 때마다 10~15분씩 걸어야 하는 불편을 묵묵히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은 앞으로 1주일이 남았다. 행사뒤 철저한 분석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표와는 상관없이 이미 높은 평가로 결론 내도 좋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한 동네를 완벽히 재생시킨 수원시의 내실 있는 투자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인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떠안은 행궁동 주민들의 의식이다. 집 값이 올랐다는 얘기도 들린다.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경기일보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