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는 필연이다. 안철수는 어제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둘 중 한 명이 새누리당의 박근혜를 상대하게 될 것이다. 연말 대선은 이 구도를 벗어나기 어렵다. 둘 다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 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단일화 실패는 필패다. 게다가 둘은 ‘권력의 화신’이 아니다. 시대에 ‘호출’당한 케이스다. 그들이 생각하는 ‘권력의지’는 소명의식과 통한다. 권력이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수단”(문재인)이거나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안철수)일 뿐이다. 서로의 권력욕이 충돌해 단일화가 깨지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류순열 논설위원 |
처지는 사뭇 다르다. 문재인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다. 민주당은 의석 128석을 거느린 제1야당이다. 안철수는 그저 안철수다.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지만 한국 정당사의 한 축인 민주당에 비할 바 못 된다. 검증 진척도의 차이도 상당하다. 문재인이 당내 경선과정에서 상당히 걸러졌다면 안철수는 이제 시작이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위협적이다. 그의 존재감만으로 민주당은 지금 최대 위기다. 제1야당 대선후보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굴욕적인 상황이다. 결과에 따라 양측이 받을 타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문재인으로 단일화해도 안철수가 잃을 것은 별로 없다. 그의 말대로 그는 정치경험도 없고 빚진 것도 없다. 정치적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도 있고 여의치 않다면 원래의 안철수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문재인은 다르다. 민주당의 운명이 그의 어깨에 걸려 있다. 안철수로의 단일화는 단지 굴욕이 아니다. 제1야당이 대선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건 정당으로서 생명력을 잃는 것이다. 간판을 내려야 할 문제다. ‘안철수당’으로 신장개업이 불가피하다.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해 단일화한다면 모르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원인은 밖에 있지 않다. 위기는 민주당 스스로 만들었다. ‘안철수 현상’의 최대 기여자가 바로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의 실정과 그에 따른 민심이반은 정권교체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야당으로서는 최고의 정치환경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MB) 정권은 민주당을 아낌 없이 도왔다. 정권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MB경제정책으로, 비행기 이름 같은 7·4·7은 대중의 열망을 품고 날았으나 목적지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추락했다. 최측근 ‘개국공신’들은 줄줄이 비리에 연루돼 철창신세를 지고 있다.
야당에겐 차려진 밥상이었다. 그런데도 받아먹기는커녕 걷어찼다. MB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대는 느슨함이 문제였다. 4·11총선 패배는 민주당의 무능, 오만, 안일에 대한 심판이었다. MB정권에 실망한 민심은 야당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자 회초리를 들었다. 장외로 방향을 튼 눈길은 안철수에게로 가서 꽂혔다.
생존을 위해 민주당은 스스로 만든 위기, ‘안철수’라는 산을 넘어야 할 처지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4·11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얼마나 정신차렸는지 의문이다. 당내에서 새나오는 개탄의 목소리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MB와 새누리당 비판만 할 뿐 정작 우리 것이 없다. ‘맡겨만 주십시오’하는데 국민이 뭘 믿고 맡기겠는가.” 한 중진 의원은 “다양성이 싹 죽었다. 그냥 싸움만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스스로 바뀌는 길뿐이다. 문재인은 후보 선출 직후 “민주당은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만큼 바뀌어야 한다”며 쇄신 의지를 밝혔다. 안철수와의 단일화도, 궁극의 목표인 집권도 당 쇄신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등돌린 민심을 돌려세우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류순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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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안철수’는 위협적이다. 그의 존재감만으로 민주당은 지금 최대 위기다. 제1야당 대선후보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굴욕적인 상황이다. 결과에 따라 양측이 받을 타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문재인으로 단일화해도 안철수가 잃을 것은 별로 없다. 그의 말대로 그는 정치경험도 없고 빚진 것도 없다. 정치적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도 있고 여의치 않다면 원래의 안철수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문재인은 다르다. 민주당의 운명이 그의 어깨에 걸려 있다. 안철수로의 단일화는 단지 굴욕이 아니다. 제1야당이 대선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건 정당으로서 생명력을 잃는 것이다. 간판을 내려야 할 문제다. ‘안철수당’으로 신장개업이 불가피하다.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해 단일화한다면 모르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원인은 밖에 있지 않다. 위기는 민주당 스스로 만들었다. ‘안철수 현상’의 최대 기여자가 바로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의 실정과 그에 따른 민심이반은 정권교체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야당으로서는 최고의 정치환경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MB) 정권은 민주당을 아낌 없이 도왔다. 정권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MB경제정책으로, 비행기 이름 같은 7·4·7은 대중의 열망을 품고 날았으나 목적지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추락했다. 최측근 ‘개국공신’들은 줄줄이 비리에 연루돼 철창신세를 지고 있다.
야당에겐 차려진 밥상이었다. 그런데도 받아먹기는커녕 걷어찼다. MB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대는 느슨함이 문제였다. 4·11총선 패배는 민주당의 무능, 오만, 안일에 대한 심판이었다. MB정권에 실망한 민심은 야당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자 회초리를 들었다. 장외로 방향을 튼 눈길은 안철수에게로 가서 꽂혔다.
생존을 위해 민주당은 스스로 만든 위기, ‘안철수’라는 산을 넘어야 할 처지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4·11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얼마나 정신차렸는지 의문이다. 당내에서 새나오는 개탄의 목소리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MB와 새누리당 비판만 할 뿐 정작 우리 것이 없다. ‘맡겨만 주십시오’하는데 국민이 뭘 믿고 맡기겠는가.” 한 중진 의원은 “다양성이 싹 죽었다. 그냥 싸움만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스스로 바뀌는 길뿐이다. 문재인은 후보 선출 직후 “민주당은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만큼 바뀌어야 한다”며 쇄신 의지를 밝혔다. 안철수와의 단일화도, 궁극의 목표인 집권도 당 쇄신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등돌린 민심을 돌려세우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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