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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줍던 노인들, 밥그릇 마저 뺏길 판[우리곁의 오지] ① 파지줍는 노인들

박스 줍던 노인들, 밥그릇 마저 뺏길 판[우리곁의 오지] ① 파지줍는 노인들

트럭 모는 젊은애들이 싹쓸이… 5천원 벌기도 어려워
양휘모 기자  |  return778@kyeonggi.com

   
▲ 폭염 속 수원시 장안구 한 골목가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픈 허리를 구부리며 폐지를 찾고 있는 김 할아버지.

경기일보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다시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세기만에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OECD 가입은 물론 올림픽 5위 국가로 큰 위상을 떨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는 도움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에 ‘우리곁의 오지’라는 타이틀로 사회 구석구석에서 자신들의 힘으로 역경을 딛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파지 가격은 폭락했지, 트럭까지 동원해 파지를 가져가는 애들도 나왔지, 꼼짝없이 굶어 죽게 생겼어.”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올 여름에만 두번이나 쓰러졌던 김모 할아버지(74)는 11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 옆에서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허리를 힘겹게 구부리며 거리 곳곳을 배회, 파지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넘치는 폐품에 콧노래를 부르며 파지를 수거할 때의 기억은 사라진지 오래로, 지금은 하루 5천원도 벌기 힘든 상황이 야속하기만 하다.

치열한 경쟁·가격 하락 온종일 헤매도 ‘공수레노인들 생계까지 위협

노인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파지수거가 가격하락 및 경기불황으로 인한 젊은 층들의 가세로 노인들의 최소한의 생계수입을 위협하고 있다.

12일 도내 고물상 등에 따르면 지난해 1kg당 220원 가량하던 파지 가격은 올해 110원으로 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 장안구의 T고물상에는 고된 작업에 파스 냄새가 진동하며 한숨을 내쉬는 노인들로 가득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된 작업에 땀범벅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이곳을 찾아온 노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A고물상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파지를 팔기 위해 이곳을 찾은 노인의 하루 평균 수입은 2~3만원에 달했지만, 파지가격 하락 후 현재는 1만원도 받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족도 없이 홀로 안양 구도심에 사는 서모 할아버지(77)는 10만원도 안되는 노령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7년전부터 파지 수거를 시작했다.

서 할아버지는 “요즘은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수레 하나를 채우기가 힘들다”며 “이제껏 이런 적은 없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불황으로 트럭을 모는 젊은 층까지 파지수거에 나서면서, 노인들의 생계는 더욱 위협받고 있다.
저녁에는 트럭을 몰며 꼬치류를 파는 박모씨(43ㆍ수원)는 오전과 낮 시간을 이용해 파지 수거에 나서고 있다.

박씨는 “가끔 트럭을 이용해 파지 등을 수거할 때 어르신들의 수입을 가로채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며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부업으로 파지수거를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물상 관계자는 “악조건 속에서 유일한 생계수단인 파지 수거를 포기하는 노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땀에 쪄든 노인에게 몇 천원을 주는 심정도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양휘모기자 return7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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