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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태영 / 수원시장 |
수원의 심장부를 꿰뚫는 수원천이 위대한 수원시민의 의지로 콘크리트 회색 옷을 벗어던지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수원천 복원의 일등 공신은 수원시민과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이다. 도심 한가운데서 진행된 공사였기에 환경문제, 교통문제 등의 갈등 요소가 많았으나 수원시민의 너그러운 양해와 적극적인 협조가 이루어낸 성과다.
또 수원천 복원공사 중에 불편함을 참아주고 영업 활동에 지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조를 아끼지 않은 팔달문시장, 영동시장,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시장, 로데오시장, 공구상가시장, 패션1번가시장, 시민상가 등 수원천 주변 상인들 덕분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아마 수원천은 재탄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참 오래된 얘기지만 수원사람이라면 누구나 수원천과 관련된 어릴 적 일화 한 토막쯤 갖고 있을 것이다. 아녀자들이 와서 빨래하고 개구쟁이들이 멱 감던 모습, 화홍문이나 방화수류정 주변에서 사생대회와 백일장에 참여했던 경험, 여름철만 되면 홍수로 개울물이 넘칠까 가슴 졸였던 기억 등 수원천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수원시민들의 추억이며 역사다.
한편 수원화성은 수원천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자연 지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축조된 문화재이다. 이런 의미에서 화성과 어우러져 흐르는 수원천 역시 또 하나의 자연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1997년 4월, 화성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현지 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조사관으로 온 니말 데 실바 스리랑카 모라투와대학 건축학부 교수는 성곽을 둘러본 뒤 시민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수원천의 복개가 화성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실바 교수는 "수원천은 화성의 한 중요한 요소다. 당장 눈앞의 개발이익에 눈이 어두워 복개(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음)를 하게 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이다. 이는 '기억이 없는 인간'과 같은 것이다. 복개한 뒤 그곳에 차를 몇 대 더 주차시킬 수 있겠지만, 성곽과 어우러지는 경관은 영영 파괴되고 말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원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영감이 통했는지, 도시하천의 오염과 하천 복개로 하천 정비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시민들의 복개반대 운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시는 2단계 구간 복개 철회를 발표했고, 이후 수원천 상·하류에 대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진행돼 이제서야 마무리 된 것이다.
수원천 복원의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는 기대 이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도시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수원천 복원은 전국의 하천살리기 운동의 모델이 됐다. 주민들이 복원에 직접 참여한 동시에 하천의 생태성, 정온성 유지로 타도시의 하천복원사업과 차별화됐기 때문이다. 또 주변 환경이 달라지면서 국내외 연간 250만명의 관광객이 수원화성과 연계된 수원천을 구경하기 위해 수원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수원천 복원 효과가 계산기로 정확히 산출되는 것이 아니지만, 시는 사회문화적 편익과 환경개선 효과 측면에서 연간 9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수원천 복원을 계기로 우리지역 사회도 성장 위주 개발사회에서 사람 중심의 환경복지사회로 가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또하나의 숙제가 남아 있다. 수원천 역사·생태 복원뿐만 아니라 이곳 주변의 지역 상권도 함께 살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원천 복원과 함께 화성박물관 주변 팔달구청사가 신축되면 보행량과 인구유입 효과로 팔달문 상권의 매출액도 늘어날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포럼과 행사 등을 유치해 수원을 국제적인 '물의 도시'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오는 7~8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청소년 물포럼'과 '한국 강의 날 수원대회'도 각각 열릴 예정이다. 그리고 2014년까지 수원천변에 '물환경 체험관'을 설치함으로써 생태환경교육의 메카로 부상할 것이다. 이처럼 수원천 복원은 단순히 우리에게 물만 되살려 돌려준 것이 아니다. 수원의 얼굴을 바꾸고, 수원 시민들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을 안겨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