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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교각살우 부동산정책

[매경데스크] 교각살우 부동산정책

`교각살우(矯角殺牛)`. `소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잘못을 고치려다 방법이나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침`이란 뜻이다. 이 정부 부동산정책을 보면 이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최근 서울 집값이 진정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장장 14개월간 오르던 서울 집값이 최근 4주간 하락했다.

건설사 팔을 비틀어 예정된 분양을 막는 등 극약처방까지 동원한 결과다. 문제는 1년 반 전 이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주택 공급 축소`를 예고해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더니, 이제는 9·13이니 9·21이니 하는 잇따른 규제로 시장을 빈사 상태로 만들어놨다는 점이다. 정말 집값이 잡힌 걸까. 그건 나중에 논하기로 하고, 일단 정부가 규제폭탄을 쏟아낸 대가는 분명하다. 바로 `거래절벽`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고일(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586건이다. 이는 5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해 최다였던 3월(1만3816건)에 비해 1만건 넘게 쪼그라든 수치다. 성수기인 가을 이사철은 물론 겨울방학 진학철도 사라졌다. 이사 가야 할 국민 수만 명 발이 묶여 있다. 이게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일단 거래가 안 되면 경제가 얼어붙는다.

건설투자는 우리 GDP 대비 14.9%(2016년 기준)를 차지한다. 한국은 부동산 자산 규모가 GDP 대비 2.28배나 되는 나라다. 정부가 분양까지 막는 바람에 당장 건설사는 물론 중개업소, 홍보업체, 대행업체, 물류업체, 인력파견업체까지 올스톱돼 장단기 일자리가 수만 개 날아갔다. 건설업은 막노동자부터 고급 엔지니어까지 고용유발계수가 큰 산업이다. 이렇게 일자리를 없애놓고 고용통계를 물타기하려고 이틀짜리 인턴을 늘린다는 정부 행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 지인이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일용근로자들이 학부모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그는 최근 아버지 손을 잡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단다. 건설 현장이 꽁꽁 얼어붙어 새벽 인력시장에서 허탕치고 돌아온 아버지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염려가 되는 것은 양극화다. 지방 부동산은 빙하기처럼 얼어붙었다. 이를 경고하는 통계는 하루에도 몇 개씩 나온다. 지난달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수도권(2565가구)은 5.04% 감소했지만 지방은 81.3% 급증한 1만3146가구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재난 수준이다.

그런데 당국자인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국토부 장관은 꿀 먹은 벙어리다. 십수 년간 안 쓰고 안 먹고 모아 분양받은 내 집이, 옆집은 텅 비어 있고 슬럼화하는 지방 아파트 입주자 심정을 단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서울 집값 잡겠다면서 유탄은 지방서 터지는데 울분이 치민다는 하소연이 왜 그들 귀엔 들리지 않을까.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제 문제는 정치적 의사결정의 문제"라고 일갈한 대목이 정곡을 찌른다. 정부 정책이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 같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청년층의 내 집 마련, 수도권 주민의 출퇴근, 낙후 지역의 주거복지를 도와야 한다. 할 일이 많다. 과잉 규제로 집값을 치솟게 하거나 남 탓을 하며 거래를 묶는 게 정부의 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과연 집값은 잡혔는가. 최소한 실증적으론 `아니다`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같은 고급주택들은 최근 9·13 규제 전보다 2억~3억원씩 더 비싼 값에 거래됐다. 서초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나 `반포자이`도 2억~3억원씩 올라 매매됐다. 강북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 4억~5억원대 아파트도 3000만~5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물론 하락한 가격에 신고한 곳도 있지만 신고가로 거래가 계속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민은 똑똑하다. 늘 말과 거꾸로 되는 정부의 말을 믿을까 아니면 시장을 믿을까. 규제의 칼은 휘둘러봤자 그때뿐이다. 결국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청와대와 정부 고관대작 상당수가 강남에 살면서 국민에겐 살지 말라는 말에 속을 사람은 없다.

부동산정책은 이미 정답이 나와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하고 좋은 주택을 많이 지어 국민이 마음껏 사고팔며 경제에 피도 돌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기적으론 물가상승률 정도의 전국 집값 안정이 성과로 따라올 것이다.

[부동산부 = 김선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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