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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동산의 칸 ../*아파트.단독.주거포함_종합

[청라언덕] 누구를 위한 주택공급 정책인가

[청라언덕] 누구를 위한 주택공급 정책인가

 

 


이상준 경제부 차장이상준 경제부 차장
   

정부 부동산 정책이 가관이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9·21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에 정작 해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반대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서울시 옛 성동구치소 지역을 비롯해 경기도 광명 하안2, 의왕 청계2, 성남 신촌, 시흥 하중, 의정부 우정 등에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경기도 광명을 시작으로 시흥, 서울 강동·송파구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 4곳 지자체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여당 지자체장들까지 정부 정책에 등을 돌린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들이 해당 지역 주택 공급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집값 하락 공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미 집값이 떨어진 수도권 신도시가 수두룩한데 또다시 신규 공급이 대규모로 이뤄지면 기존 지역주민 집값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주민은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곳은 서울과 인근 지역인데 이미 공급과잉인 외곽 지역과 수도권에 신도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역대 정부에서도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은 실패를 되풀이해 왔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주택 공급 확대를 외친 지난달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급 확대가 필요 없다"고 썼다.

그는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해서 집값이 안정된 적이 없다"며 노무현 정부의 판교 개발 등을 실패 사례로 언급했다.

선 소장은 수도권에서 공급 확대는 투기 세력의 배를 불려주는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투기적 가수요 때문에 집값이 뛰는 상황에서 공급을 확대하면 투기 세력에게 먹잇감을 제공해 개발지 주변의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뿐이라는 것이다.

비수도권 입장에서도 이번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밖에 없는 졸속 대책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매년 20만 호씩 5년간 모두 100만 호의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로드맵에서도 정부 주택 공급 목표의 62%가 수도권에 몰려 자칫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가 서울 인구 분산에 따른 집값 하락보다는 오히려 비수도권 인구를 수도권으로 빨아들이는 '빨대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9·21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까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아홉 번의 부동산 대책에는 오로지 수도권과 서울이 있을 뿐이다. 서울 집값 잡기에만 혈안이 돼 지방소멸에 직면한 비수도권 주거 복지나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수도권, 서울 위주의 부동산 대책은 필연적으로 수도권 집중 심화와 지방소멸의 가속화라는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기조가 유독 부동산시장에서는 수도권 일극화로 치닫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