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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서울주택 문제와 균형발전 해법

[경제와 세상]서울주택 문제와 균형발전 해법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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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서울의 주택가격만 상승하여 주택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과거 강남지역에서 시작한 주택가격 상승이 신도시를 거쳐 지방의 대도시와 중소도시로 번져나갔던 ‘가격동조화 현상’이 지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격 상승이 촉발되려면 상당한 인화력이 필요한데 현재 지역의 경제상황이나 주택수급 상황은 서울발 가격 상승을 따라갈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세상]서울주택 문제와 균형발전 해법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누구도 지역불균형과 주택의 투자자산화 문제와 결부해 보지 않고 있다. 서울에 집중된 일자리와 발전의 기회가 새로운 주택수요를 낳고, 전국적인 투자수요는 서울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구조가 완화되지 않는 한 투자적 수요에 맞는 주택을 추가로 공급한다고 가격 상승을 막기는 어렵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서울의 주택은 지방이나 해외 교포를 포함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20%에 이르는 런던이나 파리의 주택가격이 높은 것도 전 세계 투자수요에 개방된 투자구조 때문이다.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 문제는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주택수요를 분산하는 동시에 주택의 투자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강되어야 풀어낼 수 있다. 우선 주택시장의 양극화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으로는 지방에 일자리를 유치해서 수도권에 집중된 인력을 분산시키는 균형발전 해법이 있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0.84%에 불과하다. 우리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일본은 2060년 인구 1억명 사수를 위해 출산율이 낮은 도쿄가 아니라 지방중소도시에 출산·육아·교육이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면서 총리실 산하에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본부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서울의 주택가격 폭등을 보면서 균형발전의 절박성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균형발전 해법은 서울에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서울의 공간구조는 2030년 도시기본계획에서 ‘3도심’과 ‘7광역중심’ 체제로 구상되어 있지만 ‘강남1극’ 집중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3도심 중 가장 취약한 영등포·여의도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의지표명만으로도 부동산가격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부동산가격 상승의 논리와 명분을 찾아내고 전파해 대세여론을 만들어내는 투자구조의 산물이다. 

서울의 균형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자원은 대학과 지하철역, 저층주거지이다. 서울에 있는 52개 대학은 대부분 강북지역에 분포되어 있어서 지역의 혁신기반이자 지역균형발전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사업을 도시재생 뉴딜을 통해 지원한다면 서울의 비강남 전역에서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와 주거 문제를 풀어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두번째 핵심자원은 지하철역과 역세권이다. 서울 전역에 있는 294개역의 역세권은 용적률이 160%로 상업지역 용적률 3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여 개발여력이 충분하다. 역세권 지역 내 철도부지나 공공용지는 고밀·복합화하여 저렴한 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역세권 내 민간부지에서도 저렴한 분양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때 공급되는 분양주택은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공공자가주택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어야 역세권 지역의 토지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서울의 미래 주거지로서 활용될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자원은 바로 저층주거지이다. 과거 뉴타운사업과 대규모 정비사업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저렴한 주택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안은 소규모 집단적 정비뿐이다. 공기업과 주민협의체가 참여하여 동네 단위로 구상하고 소단위로 개발한다면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을 갖추면서도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공공기반시설 건축과 공동체 프로그램 운영보다는 저렴한 주택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능력에 역점을 두도록 재편해야 한다. 지역의 자원과 골목길, 사람들의 관계를 살리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이 가능하다면 강남의 고층아파트에 몰린 주택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 

               

주택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복지수단이면서도 주로 시장에서 공급되는 혼란스러운 재화이다. 얼마나 탈상품화해서 투자적 수요를 줄일 것인가는 정책의지에 달려있다. 정책 강도는 주택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여부에 달려있다. 투자적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상향 조정하여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도시 내에서 다양한 공공자가주택 및 사회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주택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8292020045#csidx770642ff379d042b510cddf5e51bd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