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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지역이 '과열' 주도하는데...버리려던 낡은 '칼'로 뭘 잡을까

투기지역이 '과열' 주도하는데...버리려던 낡은 '칼'로 뭘 잡을까



[출처: 중앙일보] 투기지역이 '과열' 주도하는데...버리려던 낡은 '칼'로 뭘 잡을까

 

정부는 서울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투기지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정부는 서울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투기지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서울 투기지역 확대가 임박했다. 집값이 가장 들끓는 서울에서 정부가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때 도입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규제 삼총사’ 중 투기지역만 미지정 지역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투기지역은 정부가 한때 버리려다 가지고 있는 낡은 ‘칼’이어서 제대로 들지 미지수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중
서울서 투기지역만 추가지정 가능
서울 전역 거의 대부분 투기지역 요건 해당
8·2대책 후 투기지역 집값 더 올라
최근 과열도 투기지역이 주도
'막강' 투기지역 왜 힘 못쓰나

정부는 지난 23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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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과열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으로 ‘서울’을 지목했고 “시장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열 발생지역에 대해 투기수요 유입을 적극 차단하기로 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을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지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간담회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다.   

자료: 국토교통부

지난해 8·2대책 때 서울 전역(25개구)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이미 지정돼 있다. 투기지역에 이름을 올린 지역은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등 11개구다. 추가지정이 가능한 규제가 투기지역뿐이다.  
 
투기지역 지정을 위한 기본 요건은 전달 기준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집값 상승률이다.  
 
7월 전국 소비자물가는 0.16% 올라 1.3배인 0.21% 넘게 오른 지역은 후보에 오를 수 있다. 이미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11개 구를 제외한 14곳 중 광진구(0.07%) 한 곳만 빼고 모두 해당한다. 거의 서울 전역으로 투기지역 확대가 가능한 셈이다.  
 
투기지역은 3가지 규제 중 가장 강도가 세다. 투기지역 힘이 센 건 아니다. 이미 지정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효과까지 중복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2대책 때 조정대상지역을 넓게 정하고 여기서 투기과열지구, 투기과열지구에서 투기지역을 선별했다.

자료: 한국감정원

투기지역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맹위를 떨친 규제였다. 법적인 이름은 '지정지역'이다. 이번 정부에서 제대로 활용되는 조정대상지역에 밀려 힘이 떨어진 투기지역을 정부는 한때 유명무실하게 만들려고 했다. 원래 투기지역 도입 목적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조정대상지역이 더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담보대출 한도 제한은 투기과열지구로 가능하다. 투기지역의 담보대출 건수 제한은 원래 투기지역 지정 효과가 아니고 금융 당국이 투기지역 이름을 빌려 쓰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투기지역 이름만 남겨 놓고 지정 요건과 지정 효과를 없애기 위해 관련 법령을 입법예고까지 했다. 그러다 일부에서 폐지 반발이 나오자 지정 효과를 없애고 지정 요건은 남겨뒀다.  
 
혹시나 해서 살려둔 투기지역 제도가 이번에 요긴하게 쓰이게 됐다.

 
투기지역이 ‘3중 족쇄’지만 집값을 잡는 효과는 의심스럽다. 지정 후에도 투기지역 기세가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2대책 전 1년간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10위에 투기지역이 7곳이었다. 8·2대책 후 지난달까지 1년간 상승률 10위권에 들어간 투기지역은 7곳이다. 개수는 같지만 상승률은 더 높아졌다. 8·2대책 전 투기지역 평균 상승률이 5.73%인데 8·2대책 이후엔 9.72%로 뛰었다.   
 
최근 한 달 집값 상위 10곳 중 8곳이 투기지역 
 
투기지역 집값 상승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 4월 이후 다소 주춤해지는가 싶더니 최근 한 달간 서울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상승률 10위권 내 8곳이 투기지역이다.  
 
서울 투기지역 내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서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2대책 전 1년간 59.3%에서 대책 후 1년간 56.4%로 별 차이 없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8·2대책 후 담보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졌다. 지난 5월 잔액 기준으로 서울에서 1년간 늘어난 대출금액이 8조9000여억원으로 그 전 1년간 증가금액 13조7000여억원에 비해 35%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매매거래량은 20여만건으로 비슷하다. 주택 매입에서 담보대출 의존도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이 역시 투기지역 지정 효과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담보대출이 줄어도 거래량과 집값 상승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출에 좌우되지 않을 만큼 시중 유동자금이 풍부한 셈이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시중 단기 부동자금은 1096조원이다. 2016년 말 1010조원보다 86조원 더 늘었다.  
 
투기지역의 대출 규제를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다. 투기지역에 추가로 주택을 매입해 대출을 받더라도 기존 대출은 2년 이내에 갚으면 된다. 2년간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에 이를 믿고 추가 매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투기지역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을 필요 없이 기존 담보대출을 늘리면 된다.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많이 올라 늘어난 기존 주택담보 대출 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 담보대출을 한도 내에서 증액하는 것은 건수에 상관없다.  
 
투기지역 확대는 성근 그물을 던지는 셈이다. 8·2대책 후 체질이 확 바뀐 주택시장이 과거 약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투기지역이 '과열' 주도하는데...버리려던 낡은 '칼'로 뭘 잡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