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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염태영( 前 수원특례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3선시장의 꿈이오? 수원 특례市 승격 일궈 퀀텀점프할 것"

염태영 수원시장 "3선시장의 꿈이오? 수원 특례市 승격 일궈 퀀텀점프할 것"

  • 김경도, 지홍구 기자
  • 입력 : 2018.08.24

◆ 지자체장의 맛과 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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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염태영 수원시장이 222년 역사를 지니고 있는 수원시 행궁동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시의 퀀텀점프를 위해 구상하고 있는 발전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수원 = 김호영 기자]
꼭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4년이 더 남았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3선 시장의 타이틀을 안겼다. 하지만 그 타이틀은 무의미했다.
그보다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일`을 한 시간이었다는 데 무게를 뒀다. 최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수원시 행궁동 화서문(수원화성 서문) 앞에서 만난 염태영 시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잘나가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24년 전 시민운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부터 품었던 "화려하게 포장된 겉모습이 아니라 꽉 찬 속 모습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8년간 실천해왔다는 것. 실제로 염 시장은 시정을 예로 들며 "문구만 화려한 정책보다는 실제로 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찾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했다.

그런 그의 생각은 복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언론사 인터뷰라고 양복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 아니었다. 오히려 통풍과 땀 흡수 기능이 뛰어난 리넨 소재 반바지와 소매를 가볍게 걷어올린 노타이셔츠 차림. 그가 이 같은 편한 복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더 있다. 몸이 시원할 뿐만 아니라 체감온도를 낮춰 여름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딱딱한 회의장을 부드럽게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마법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쿨비즈(Cool Biz)` 패션으로 불리는 가벼운 옷차림을 6년 전부터 실천했다는데, 다소 생소하게 들렸다. 소리 없이 묵묵히 일하는 그의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폭염을 뚫고 잠시 비가 내린 화서문 앞에서 수원화성에 대한 일장 연설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눈길을 끈다. 그는 여지껏 토박이 출신이 수원시장으로 당선된 이유를 역사적 자부심에서 찾았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항상 수원화성을 보고 자란다. 정조대왕이 만든 수원화성은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으로 축조돼 과학정신과 합리적 사고의 상징"이라면서 "당쟁을 최소화하며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을 추구해 간 정조대왕의 DNA가 수원시민에게 있다. 이러한 자부심이 토박이 시장 선출로 이어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훼손된 수원화성은 수십 년째 복원을 거듭하며 제 모습을 찾았다. 특히 4대문(화서문·장안문·창룡문·팔달문) 주변 중심으로 길과 집이 예쁘게 정비돼 "골목여행지로 인기"라는 염 시장의 깨알 자랑이 이어졌다. 화서문에서 50여 m 떨어진 골목길로 들어서자 청국장을 파는 한옥 식당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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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청국장`이라는 간판을 단 식당에서 2010년부터 내리 8년 동안 수원시장을 한 그의 시정(市政) 스토리가 펼쳐졌다. 그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3선 시장이다. 이전까지 수원시민들이 3번 연속 한 사람을 시장으로 밀어준 적은 없었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2010년 7월 민선 5기 수원시장으로 취임한 염 시장은 지난 8년 동안 시민을 중심에 둔 시정을 펼쳐왔다. 시민배심원제, 300인 원탁토론, 도시계획 시민계획단 등 시민 참여 정책만도 수두룩하다. 지방정부 처음으로 시행한 `시민배심원제`는 현 정부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공정률 30%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을 통해 건설 여부를 결정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도 수원 시민배심원제가 원조다. 염 시장은 "행정기관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면서 "민간 부문 전문가를 외면하거나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자치는 이뤄지지 않는다. 행정자치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시장 지휘봉을 잡자마자 직원들의 각종 비리로 땅에 떨어진 수원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초선 시장 때 전국 75개 시 가운데 꼴찌였던 내부 청렴도(국민권익위 평가)를 3년 만에 전국 최우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국 상위를 웃돌던 부채 순위도 건전재정 모범도시로 바꿔놨다. `저승사자`로 불리며 공직 기강을 다잡은 염 시장은 민선 6기 일자리 창출에 올인해 4년간 일자리 15만8235개를 만들었다. 고용노동부 주관 `전국지방자치단체 일자리 대상`을 4년 연속 거머쥐었다.

염 시장은 "내년 수원고법·고검, 수원컨벤션센터가 문을 열고, 수인선(수원~인천 복선전철)이 개통하면 사실상 수원시 주요 사업은 모두 제 모습을 드러낸다"면서 "최대 현안인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가 남아 있는데 예비 이전후보지(화성시 화옹지구)까지 발표됐으니 반환점은 돈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 식사가 끝나갈 무렵 그는 "인근에 좋은 찻집이 있다"며 손을 이끌었다. 3000원에 궁중 다과상을 받을 수 있다는 수원전통문화관 제공헌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정기 휴관이라 문이 닫혔다. 인근 한옥 찻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에게 마지막 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물었다. 3번 연속 시장에 당선된 그는 다음 수원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수원특례시,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수원시는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도시다. 경기도청 소재지로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삼성 관련 근로자만 5만명에 달한다. 시에서 걷는 법인세 중 70% 이상이 삼성에서 나올 정도다. 1년 예산은 2조2626억원(올해 일반회계 기준)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고, 정부 보조금이 없는 불교부 단체로 주머니 사정도 넉넉한 편이다.

이것도 모자라 특례시라니. 염 시장은 "수원시는 광역시급 인구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지방자치제도에 묶여 도시 규모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원특례시 실현은 더 큰 수원의 완성"이라고 했다. 그는 "수원시 인구는 124만여 명으로 광역시인 울산보다 인구가 5만~6만명 더 많지만 공무원 수, 예산은 절반 수준"이라면서 "창원·고양·용인시 등 100만 대도시와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국회와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특례시 지정, 홍보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실제 염 시장은 매일경제와 만난 이틀 뒤 고양·용인·창원시장과 공동으로 `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 실현을 위한 상생 협약식`을 개최하고 `공동 건의문`을 채택해 청와대, 국회의장,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등에 전달했다).

최근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국의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의) 일정 부분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수도권을 묶어 놓으니까 기업이 외국으로 나간다. 지방으로 갈 수 있는 건 가되 수도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해주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한 기업을 미는 시대는 지나간 만큼 삼성을 포함해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원군공항 이전 용지를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2005년부터 조성된 성남 판교테크노밸리(66만1000㎡)는 국내 최고 첨단 단지로 성장해 1306개 기업 근로자 7만5000여 명이 연간 매출 77조원을 올리고 있다. 염 시장은 "수원군공항 용지에 수원형 판교테크노밸리가 만들어지면 수원뿐만 아니라 (수원군공항 용지가 걸쳐 있는) 화성의 전략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자랑 수원화성
정약용이 설계한 거중기로 2년9개월만에 성벽 완성…정조 화성행궁 해마다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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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염태영 시장이 맛집인 `성곽청국장`에서 식사를 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태주 시인이 읊조린 `풀꽃`만이 아니다. 수원시 행궁동에 있는 222년 역사의 수원화성(1796년 완공)도 그렇다. 눈으로 자세히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 수원화성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수원화성은 할아버지 영조의 뒤를 이은 정조가 당쟁 희생자인 부친(사도세자)을 위로하고 천도(遷都)를 위해 축조했다는 점에서 수원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조선시대 도성(都城)인 서울 4대 성곽보다 기능이 뛰어난 4대문이 수원화성에 존재하고, 한때 수도로 거론됐던 수원의 잠재력이 지금의 당당한 수원시민을 만들고 있다. 1997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세계적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자세히 보면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어 보는 재미가 더한 곳이다.

다산 정약용이 설계한 거중기 11대가 이 거대한 성벽을 2년9개월 만에 완성시키고, 흙 벽돌이 성벽에 사용됐다. 벽돌과 석회를 섞어 성벽을 쌓으면 화포의 강한 충격을 견딜 수 있다. 성벽을 따라 배치한 옹성, 장대, 봉수대, 포루, 각루 등 40여 개의 방어시설은 지형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효율적 방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런 이유로 수원화성은 조선 성곽제도의 최고 완성형으로 꼽힌다.

수원화성은 역사·문화적 유산뿐만 아니라 수원 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4대문 주변은 전통 한옥 등으로 깨끗이 정비되고 박물관, 미술관, 맛집, 카페가 들어서면서 남녀노소에게 인기다.

특히 화성행궁은 최고의 백미로 꼽힌다. 행궁은 임금님 행차 시 거처하던 임시 궁궐이다. 정조는 1789년 10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을 수원으로 옮긴 이후 1800년 1월까지 13차례 수원 행차를 하면서 이곳에서 머물렀다. 매년 4만명에 달하는 외국인과 44만여 명의 내국인이 찾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1960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수원시 매산초등학교, 수성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다니다가 돌연 사표를 던지고 1994년 수원환경운동센터를 창립해 시민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를 지냈고 2010년 민선 5기 수원시장에 당선돼 민선 7기까지 3선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만난 사람 = 김경도 전국취재부장 / 수원 = 지홍구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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