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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염태영( 前 수원특례시장

[인터뷰] 염태영 수원시장 "지방정부 재정권한 늘려야 거버넌스 제대로 작동"

[인터뷰] 염태영 수원시장 "지방정부 재정권한 늘려야 거버넌스 제대로 작동"

김준석 joon@joongboo.com 2018년 03월 27일 화요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8년 간 시민과 함께하는 거버넌스로 수원시를 이끌어 왔다. 민선 5기를 시작하면서 폐쇄된 공직사회와 형식적으로 이어져 온 자치시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 시민배심원제, 좋은시정위원회 등 시민과 공직자가 함께 참여하는 행정을 펼쳤다. 500인 원탁토론, 도시정책시민계획단도 대표적인 사례다. 또 거버넌스를 통해 수원시의 버킷리스트인 '시민약속사업'을 시민들과 함께 하나하나 진행해나갔으며 민선 6기 때는 시민의정부를 선언하면서 시민들의 촛불정신을 녹여내기도 했다. 거버넌스를 통한 수원시정은 올해도 계속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을 직접 만나 지난 8년 간의 거버넌스 여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떠한 거버넌스를 펼쳐나갈 것인지 직접 들어봤다.



◇ 염태영 수원시장이 생각하는 '거버넌스'란? = "시장이라는 직업은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시민을 위해 4년 동안 대신 행사하는 계약직 공무원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시민들의 목소리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익에 치중한 민원도 많다. 반면 공익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제안하는 부분도 있다. 시장은 이를 잘 구별해야 한다. 다만 행정은 일반적으로 속성 자체가 보수적이라 어떤 요구라도 가급적 기존의 틀 안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거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방어기제가 우선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그 요구가 합당하면 방어기제를 배제시키고 행정에 옮겨야 한다. 그것이 거버넌스의 핵심이다.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을 반복하는 건 어렵지 않다. 특별한 기술도 필요없다. 반대로 이전에 해보지 않은 제안이 들어왔을 때 행정이 이를 수용하고 정책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련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요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행정은 원천적인 방어논리를 들며 일단 막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수원시는 지난 8년 간 이를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좋은시정위원회, 시민배심원제,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정책시민계획단 등이 그 사례이자 우리만의 노하우다. 정책 제안이 시민사회로부터 나오고 그것이 행정사회에서 맞닥뜨려져 행정 안에 녹여서 해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수원시 거버넌스다."



◇ 시민들과 함께 해결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것은? = "광교산 상수원보호구역 문제, 정말 답이 없었다. 이해 관계와 입장이 다른 여러 집단이 충돌했다. 물론 갈등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정 부분은 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동시에 이를 완충시킬 힘도 나온다.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해 달라는 주민들의 입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어디 사느냐에 따라 하루 아침에 자신의 재산권을 제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행정이 중간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다. 상수원을 지켜내면서 민원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환경부가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자는 의견을 환경부에 전달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주민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받아들였다. 당시에 좋은시정위원회가 이에 따른 투표만 4개월 넘게 진행했다. 막히면 이를 위해 꾸려진 상생협의회가 협의하고 또 토론했다. 결국 7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상생협의회가 논의한 끝에 일부 지역에 대해 해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다려봐야겠지만 우리는 문제 해결의 첫 물꼬를 텄다. 어떤 정책 결정을 내려도 반대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다. 갈등이 발생하고 해결이 어려울수록 행정이 해결하려하지 말고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는 거버넌스로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서로 합의점을 찾아나가고 결국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 2018년 수원시정의 화두인 '복지시민권'이 왜 필요한지? = "우리 지역에 여덟 자녀를 둔 가정과 일곱 자녀를 둔 가정이 있다. 부모와 합하면 가족 수만 10명, 9명이다. 여덟 자녀 가족이 사는 집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가 30만 원이다. 일곱 자녀 가족도 500만 원 보증금에 20만 원 월세, 반지하다. 이분들, 가장 쾌적한 주거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나의 역할이고 의무다. 또 주거뿐만 아니라 교육비, 보육비, 생활비도 걱정 없이 해결해 줘야 한다. 이들이 뭔가 영웅적인 일을 했다고 해서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 그저 아이를 키우며 가족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 걱정없도록 해주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통해 수십여만 원의 지원금이 나오지만 정작 주거문제나 교육문제가 해결되는 부분은 없다. 역설적으로 최근 10년 사이 복지지출은 급격히 늘고 있다. 우리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출만 늘어날 뿐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시혜성 복지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주거문제와 교육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지방정부 뿐이다. 이런 게 시의 방침이 돼야 한다. 그게 노동복지권, 교육복지권, 주거복지권이다."



◇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재정권한 강화하는 지방분권개헌 이뤄져야" = "지방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 실정에 맞는 권한이 필요한데 재정·입법·조직 등 여러 분야에 부족한 권한이 많다. 우리가 우리 실정에 맞는 세금도 결정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담배소비세가 기존에는 지방세였는데 담뱃값이 오르면서 인상분에 대해서는 지방세가 아닌 국세나 도세로 바뀌었다. 더구나 현재의 재정권한은 모두 중앙정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수직적 구조로 되어 있다. 226곳 기초자치단체 중 4곳을 제외한 222곳은 중앙정부가 교부금을 내려줘 그걸 갖고 운영한다. 불교부단체인 수원, 성남, 용인, 화성시가 교부금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해당 연도에 쓰지 않으면 내년으로 넘어간다. 지자체가 돈을 아껴쓰면 다음 해든 어떠한 사업에 보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교부금으로 운영되는 대부분 지자체는 올해 쓰지 않고 남은 돈이 내년에 모두 사라진다. 그렇다보니 연말이 되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시공하는 등 돈을 아껴쓰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 지자체 돈을 우리가 아껴쓰도록 구조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중앙정부는 오히려 불교부단체를 없애려고 해왔다. 지방정부가 세금을 아끼고 똑바로 쓰도록 재정권한을 늘려야 한다. 물론 지방정부가 모두 갖는 게 아니라 시민의 참여 속에서 합리적인 공론화를 통해 집행해야 한다. 거버넌스를 통해 투명하게 집행하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분권은 지역과 지역 간인 것이지 중앙과 지방 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는데, 여성과 인권에 대한 생각은? = 여성의 사회적 차별이나 성인지 등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왜곡됐던 게 많았다. 우리시는 인권센터 내에 기존 인권보호관에 추가로 여성인권보호관을 둘 계획이다. 시청 내에서도 성추행 등 피해를 입는 공직자들이 같은 직원한테 고충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외부전문가, 즉 제3자에게 이야기하고 상담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것들을 바로 잡아나가는 과정인 데 일반 시민들은 성추행 피해말고도 사소한 데에서 겪는 피해가 많다. 특히 심각한 것이 외국인, 장애인 등의 인권이다. 미투 운동이 퍼지는 건 여성인권에 대한 관점인데 이걸 생활 전체적인 측면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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