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5월 09일 (금) | 편집부 suwon@suwon.com |
▲ 수원예총 회장 |
100세 시대다. 생물학적 나이로 100세가 아니라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 있는 복지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노인 복지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노인복지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복지는 고령화의 진행과 함께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복지 중 하나다. 노인층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복지관 개관은 자못 뜻이 깊다. 노후생활의 건강과 여가활용에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 마련도 중요하다. 복지관이 그저 노인들의 머무는 쉼터가 아니라 노년의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노력도 기우려야 한다. 복지의 핵심은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것이다. 누구나 행복해지길 바란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결과는 한 순간의 것이지만 과정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과정은 매일의 생활이며 노년에게는 이것 이상으로 현실적인 것이 없다. 인생을 ‘맛본다.’는 자세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나이 들어가는 건 잘 익은 포도주처럼 숙성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더께 걷어낼 줄 알고 욕심 덜어낼 줄 아는 지혜도 갖고 있다. 좀 더 너그러워지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노년의 큰 자산이다. 나이듦에 노년의 태도는 대부분 불안과 두려움이다. 현재의 삶에 대한 회한(悔恨)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불안은 돈과 힘이 없으면 노후의 삶이 피폐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논란이 끊이지 않던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이 마침내 국회에서 통과됐다.
노년에는 이제껏 차갑기만 했던 지성은 따뜻해지고, 무르기만 했던 감성은 단단해지지 않았는가. 한쪽으로 쏠렸던 영성은 조화와 균형을 갖추게 되는 것이 노년에 누리는 행복이 아닐까. 그렇다. 나이듦이라면 쇠락하는 것에 서러워할 게 아니다. 오히려 끝없이 채워지고 농밀(濃密)해지는 삶에 대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곱게 늙는다는 건 적당한 경제력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함께 살아온 이에 대한 푸근한 배려와 존경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다. 함께 살아온 삶의 매듭들이 올올이 어우러진 역사다. 노인복지관은 이렇듯 모두 살갑고 넉넉한 일상의 이야기가 다감하게 다가오는 공간이 돼야 한다. 크게 웃지도 않고 마르게 역정을 내지도 않으면서 이심전심(以心傳心)인 양 빙그레 웃는 텃밭이 돼야 한다. 언제나 상대에 대한 존경과 배려가 빚어낸 삶은 아름답다. 노년에 설득과 훈계나 아집(我執)은 결코 노년을 돋보이게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다.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리하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고 세월의 결을 따라 산다는 것은 위대하고 소중하다. 노년에 이르도록 겪어온 삶의 매듭과 옹이들이 얽히고 맺히지 않으면서도 그 역정(歷程)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서 노년은 값지다. 카프카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삶을 아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노인복지관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아름다운 향기가 묻어날 때 노년의 삶은 한층 더 행복하고 따뜻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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