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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산맥 온전한 데 없다

거의 모든 산맥 온전한 데 없다
각종 개발 진행 환경파괴 더욱 가중

한북정맥을 지키자 3-②
남북의 생태축을 형성하고 있는 한북정맥이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북정맥 거의 모든 구간에 군사시설이 들어서 녹지를 훼손하고 있으며 등산로 개설과 각종 도로 건설은 생태계마저 단절시키는 등 환경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그린벨트에 추진 중인 대규모 택지개발과 골프장 건설 등 각종 개발이 진행되면서 한북정맥의 환경파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녹색연합과 시민모임 ‘녹색친구들’이 한북정맥에 대한 환경실태를 조사한 결과 거의 모든 산맥이 온전한 데가 없을 정도로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② 신음하고 있는 한북정맥
등산로의 평균 침식깊이 13㎝ 조사
3.3㎞마다 도로로 자연생태계 단절

택지개발 면적 505만평…판교의 3배
91만5008㎡ 골프장 조성…녹지 훼손

등산로 훼손 악순환
강원도 화천 수피령∼경기도 파주 장명산까지 160㎞에 달하는 한북정맥의 평균 등산로 폭은 110㎝, 평균 침식 깊이는 13㎝로 조사됐다.
이중 복주산과 광덕산, 백운산, 청계산, 운악산, 불곡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등이 훼손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산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등산객들이 몰려들어 등산로 확대, 분기, 토사침식 및 토사유출, 암석노출, 뿌리노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훼손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계단과 로프, 목책 같은 시설도 제대로 관리하거나 설치하지 않아 이들 시설이 다시 등산로를 훼손시키는 등 2차 훼손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북한산국립공원의 경우 평균 노폭 130㎝, 평균 침식깊이 24㎝였으며, 최대 폭이544㎝인 곳도 있었다.

도로 건설 피해 급증
도로 건설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0㎞에 달하는 한북정맥은 도로 관통 횟수가 50개소를 넘어 평균 3.3㎞마다 도로로 인해 자연생태계가 단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비포장도로의 확포장과 2차선 도로의 4차선 확장 등으로 생태계 단절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북정맥에서 도로공사가 진행되거나 최근 마무리된 곳은 모두 5곳으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 지점 2곳과 광릉숲우회도로 공사, 의정부시 우회도로공사와 노채고개를 관통하는 339번 지방도 공사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불교계와 환경단체들이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사패산 터널공사를 반대하는 바람에 공사가 2년여 동안 중단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노채고개를 관통하는 339번 지방도는 절개면의 경사가 심해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사라졌다.

군사시설·광산 피해 확대
군사시설 폐해도 심각해 한북정맥 전 구간에 걸쳐 녹지를 잠식하고 있다.
참호나 벙커, 교통호 같은 대부분의 군사시설들이 별다른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다.
강원도 화천과 철원을 잇는 구간의 교통호는 붕괴될 경우 산사태 위험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북정맥 능선에서 확인한 군 주둔지만 해도 12곳에 달한다. 특히 군 주둔지의 경우 상수원보호구역 같은 곳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환경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포천에 위치한 모 부대의 경우 산 사면에 위치하고 있어 계곡으로 오폐수를 방류, 악취를 발생하는 등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채석장 등 광산도 산림 훼손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북정맥에는 개발이 끝난 곳을 포함해 모두 6곳의 채석장이 들어서 있다.
신상리 운악산에 위치한 Y채석장은 6만7112㎡ 규모로 1974년 광산 개발이 허용된 이후 지금까지 채석을 하고 있다.
그동안 10회의 기간연장을 통해 원석을 채취했으며 원상복구한 곳은 숲으로 보이기 위해 녹색 페인트를 칠하는 등 눈 가리기 식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구한 곳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엉성하게 이뤄졌으며 작업로를 따라 흐르는 주변 계곡은 채석광산에서 날아온 하얀 돌가루가 계곡 바닥에 쌓여 상류를 오염시켰다.
한북정맥의 허리 운악산도 2004년 H채석장(면적 10만2707㎡)이 허가나면서 멍이 들고 있다.
주요 고갯마루인 큰넉고개에 들어선 Y개발 채석장은 5만4448㎡ 규모로 지난 2004년 4월에 채석이 완료됐으나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다.
이곳 산사면은 90도로 깎여 나간 채 위험하게 방치돼 있으며 평지는 잣나무조림으로 복구했으나 일부는 말라죽기도 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대규모 택지개발 4곳 진행
한북정맥 능선에서는 양주, 고양 덕양·일산, 파주 등 4곳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4곳의 개발 면적은 모두 505만평으로 판교의 3배에 이른다.
일산2지구 택지개발 사업으로 일산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고봉산과 생태축의 허리인 식사동 주변 산림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파주운정지구는 택지개발로 녹지가 크게 사라지는 것은 물론 송전탑건설마저 예정되어 있어 녹지 훼손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북정맥 포천∼고양시 구간에는 대규모 골프장 6개가 운영되고 있다.
골프장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산림 훼손을 불러온다. 뿐만 아니라 건설 이후에는 생활하수와 농약이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주변 지하수를 고갈시키기도 한다.
운악산 자락에 위치한 한 골프장은 환경부가 농약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2005년 9월 조사자료) 33.67㎏을 사용, 단위면적(㏊)당 농약을 가장 많이 쓴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에서는 이외에도 기존 골프장에 대해 그린벨트 내 골프장 신설을 허가해줘 91만5008㎡의 골프장이 추가로 조성됐다. 새로 조성된 골프장 면적만큼 녹지가 훼손된 셈이다.

사패산 터널은
환경보전과 개발 논리 ‘충돌’

환경파괴 논란으로 2년여 동안 중단됐던 사패산 터널이 마침내 완공되면서 서울을 축으로 경기도 남부와 북부지역을 연결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가 28일 완전 개통된다.
송추IC와 의정부IC 사이에 있는 사패산 터널은 길이 4㎞, 폭 18.8m, 높이 10.6m의 편도 4차선 쌍굴터널로 세계에서 가장 긴 광폭터널로 인정받고 있다.
제한속도인 시속 100㎞로 주행해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2분30초나 걸리는 긴 구간이다.
사패산 터널은 북부구간과 함께 2001년 12월 착공했으나 국립공원 훼손 등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와 불교계 반발로 5개월 만에 중단됐다.
당국은 사패산을 피해 도로를 우회건설하면 자연훼손이 더 심각해질 뿐더러 도로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환경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2003년 12월 터널공사가 재계돼 착공 4년 만인 2005년 7월 사패산을 관통했다.
터널공사는 당초 2008년 6월 개통될 예정이었으나 새로운 공법을 사용해 공사기간을 6개월 앞당겼다.
2393억원이 투입된 공사에서 15톤 트럭 26만6000대 분량의 흙과 골재 159만7000㎡가 배출됐다. 서울외곽순환도로에는 사패산 터널 말고도 노고산, 수락산, 불암산을 통과하는 터널 4곳이 또 있다.
건설교통부는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의식,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개지는 복개형 개착식 터널로 만들고 그 위에 성토와 조경 등으로 복원하는 등 환경친화적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공사 지연으로 약 52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등 사회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도 매우 큰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사태산 터널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신속하고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아 환경 분쟁이 확산되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패산 터널은 수도권 북부지역 교통난 완화에 큰 도움을 주게 됐지만 환경보전과 개발의 논리가 충돌한 상징적 사건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