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역사를 바꾼 정해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맞는구나. 10년 세도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로구나. 10년이 얼마나 길고도 한 많은 세월이었는가? 정해년 한 해를 보내면서 그 지긋지긋한 긴 여름 장마처럼 또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 나오기가 왜 그렇게 힘이 들었는지 정말 지루하고 불안한 한 해였다. 이제 한숨을 짓는 백성들이 “올 세상이 온 것이 아닌가. 아니면 그 악몽같은 세월이 다시 계속되지는 않겠지”라며 한숨을 짓는 정해년 12월이다. 한 세상을 살면서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과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즉 세상일은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와 무슨 일이든 결국은 옳은 대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새삼 되새겨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공산주의인지, 민주주의인지, 좌로 가는지, 우로 가는지, 결국 뒤로 가다 이제야 제 정신이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늘도 이젠 백성의 마음을 알았는지 올 세상이 된 것 같다. 정해년이 황금돼지해라고 얼마나 마음 부풀었던 한 해였는가? 아프가니스탄 자원봉사단의 인질사태, 미술계의 신데렐라인 신정아 학력 위조파문, BBK 주가조작 사기범 김경준의 유력한 대선후보 물귀신 작전, 10월 남북 정상회담과 북핵 불능화 시작, 삼성 비자금과 차명계좌 폭로, 김포외고 입시부정사건, 강화 총기탈취사건, 태안 앞바다의 사상 최대의 원유유출사건, 국회 이명박 특검, 역대 최다 500만표 차로 정권교체…. 정말 정해년 한 해는 경천동지(驚天動地)라고 할까! 독선과 오만, 이념과 빈부갈등은 물론 세상을 몹시 놀라게한 한 해였다. 옛 말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지난 10여년 해이된 만심(慢心). 자만하고 남을 업신 여김으로 해서 큰 재앙을 불러들여 지금도 우리 모두를 힘들게한 한 해였다. 험난한 파도가 유능한 뱃사공을 만들듯 이제 우리는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마음이 절실할 때다. 옛 말에 훌륭한 장사꾼은 물건을 깊이 감춰두고 거래를 한다고 했다. 겉으로는 알 수 없으나 안으로 훌륭한 인격과 학문을 품고 있는 사람을 군자라고 부르듯 겉으로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총명해 사리분별을 잘하는 사람이 쉽게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도 남을 비판하기 좋아하기 때문이다. 넓게 꿰뚫어 말을 잘하는 사람이 위험에 빠지게 되는 건 남의 잘못된 점을 잘 들춰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년을 넘기는 총명함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쓰러져가는 집에 깔려 다치는 것보다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이 낫다는 말도 결국 10년을 주기로 보면 이른바 현실과 초월로 갈라질 수 있다는 말이 되겠지만, 저마다 높은 자리와 학벌을 자랑하는 이들의 몸가짐이 하나같이 10년을 견디지 못하는 세상인 것 같다. 참으로 염치없고 뻔뻔한 자들이 정치를 한답시고 매일 구국의 결단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고 외친다마는 10년 좌파정권이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무엇이었는지…. 300조원의 나라 빚만 남겨준 것인지 불과 10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권력자들 덕에 백성들만 골병이 들었다고 난리 아닌가. 그런 혼돈세월 속에서도 우리는 이제 새 대통령을 뽑았다. 이제 잃어버린 10년을 그만 접어 두고 이제는 우리들의 예(禮)를 차리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어떻게 하면 온 천하가 잘 살 수 있겠느냐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사회 기본의식을 끌어 올리는 일이 중요하다. 예(禮)란 한마디로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지켜온 자리에서 알맞게만 산다면 권불십년-잃어버린 10년을 탓할 일도 없어진다. 50년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낸 어떤 정당이 처음 내세운 것이 개혁이었다. 정권 10년 동안 개혁의 깃발이 시나브로 보이지 않게 됐다. 10년도 못 지켜 낸 그 개혁 덕분에 지금 얼마나 속이 타들어갔는지 한번 되묻고 싶다. 그 어지러운 혼돈의 정치판을 정리하는데 10년이 걸렸다. 국민이 선택한 17대 대통령은 뭔가 다를 것이고 그와 함께 10년을 살아가야 할 우리의 예(禮)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 될 때가 왔다. 정치인들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국민의 마음과 하나되고 소통하는 것이 정치이다. 처사 조식 선생이 말한 것처럼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만민의 천하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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