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는 1L에 1600원, 경유는 1400원을 훌쩍 넘었다. “기름값 무서워 운전 못 하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운전할 때 연비에 얼마나 신경을 쓸까. 연비는 차에 따라 정해진다고?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운전 습관에 따라 동일 차종이라도 많게는 20%까지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치솟는 기름값에 울상 짓는 운전자들은 귀가 솔깃할 얘기다.
연료를 아낄 줄 안다는 일반 운전자와 연비의 달인인 전문가한테 ‘연료 아끼는 운전법’을 들어봤다.
◆‘연비 왕’ 입상한 최호준(40·사진(左))씨=지난해 기아자동차가 개최한 ‘로체 연비왕 선발대회’에서 입상했다.
당시 로체의 공식 연비(L당 10.9㎞)보다 훨씬 높은 L당 15㎞ 이상을 기록했다.
최씨는 매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양천구 회사까지 기아 쏘렌토로 출퇴근했지만
기름은 한 달에 두 번만 넣으면 충분하다고 했다.
물론 5년 전엔 경유를 가득 채우면 4만9000원이었지만
지금은 9만7000원에 달해 연료비가 더 든다. 그가 전하는 기름 절약법.
▶내리막길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는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덜 돌아가더라고요.
아무래도 연료를 아끼려면 가속페달은 덜 밟는 게 좋죠.
” 내리막길에서는 엔진을 쓰지 않고 관성을 이용해 내려가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정한 적정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생각하는 적정 속도는 흔히 말하는 시속 60㎞보다 빠른 시속 80㎞ 정도.
“그 정도에서 차의 성능이 가장 좋다고 느껴져 가급적 고속 주행 때 그 속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적으로 정비해 주고 엔진·미션 오일은 제때 갈아 준다.
관리를 잘한 덕분에 그의 5년 넘은 쏘렌토는 여전히 쌩쌩하다고 한다.
◆23년 경력의 연비 전문가 최수열(46·(右))씨=현대·기아자동차의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주임으로 일하면서 연비시험만 23년 담당한 전문가다.
그는 “트라제 XG로 고향인 경북 울진을 왕복해도 기름이 꽤 남는다”고 자랑한다.
그가 조언한 연비절약형 운전법은 한마디로
“가속페달을 밟지 않으면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운전법을 들어봤다.
▶가속페달에서 일찍 발을 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시속 100㎞로 달리는데 100m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나는 100m 앞에서부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요.
보통 사람들은 20m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그러나 미리 발을 떼면 100m를 기름을 거의 들이지 않고 달릴 수 있죠.
보통 시내에선 1㎞에 신호가 두세 번 있으니까 20~30%의 연료는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요.
” 관성의 힘으로 달릴 때 주의할 점은 기어를 ‘D’에 놓아야 한다는 것. ‘N’으로 하면 연료가 많이 소모된다.
▶급제동하면 연료가 많이 들까?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옛날 기화기 방식의 엔진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공기가 확 빨려 들어가면서 기름을 많이 썼다.
하지만 요즘엔 전자분사 방식을 써 가속페달만 밟지 않으면 연료 소모가 적다는 것.
다만 “급제동을 하면 관성으로 갈 거리를 가속페달을 밟고 가기 때문에 낭비”라고 그는 덧붙였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갈 땐 ‘오버 드라이브(OD)’ 버튼을 눌러 ‘OFF’로 해놓고 올라가야 한다.
OD OFF 상태에서는 4단계이던 기어변속이 3단계로 줄어든다.
산길에서는 쓸데없이 기어가 자주 바뀌지 않아 엔진에 무리가 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