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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 문제는 여전

호주제 폐지’ 문제는 여전
[경기일보 2008-1-4]
지난 1일부터 사실상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새로이 가족등록부가 시행됐으나 규정을 잘 모르고 동사무소를 찾은 민원인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대기업 과장으로 근무하는 서모씨(44)는 지난 2일 오전 아이들의 성씨를 변경하기 위해 관할 동사무소를 찾았다가 큰 실망감만을 안은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지난달 두 아이를 둔 여성과 재혼한 서씨는 올해부터 호주제가 폐지된다는 부푼 기대감으로 재혼 여성의 아이들을 자신의 성씨로 변경하려 이날 동사무소를 찾았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재혼 여성의 경우 아이들을 친양자로 등록할 경우 생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법 조항에 따라 되돌아 와야했다.
이에 따라 부인이 3일 오전 전 남편의 동의를 구했지만 이 마저도 ‘법률상 아이들과의 완전한 단절을 원치 않는다’는 생부의 입장으로 아이들의 성을 바꾸지 못했다.
지난해 초 부인과 사별하고 6살 난 딸아이를 두고 있는 여성과 재혼한 김모씨(39)도 허술한 규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성씨를 바꾸면 육친의 정마저 끊어질 것을 염려한’ 재혼 여성의 전 남편의 동의를 얻지 못해 1년 가까이 아이의 성씨를 바꾸지 못하다 지난 2일 동사무소를 찾았으나 역시 성을 바꾸지 못했다.
김씨는 “올해부터 호주제가 폐지되면 현 부인이 데려온 아이의 성씨를 바꿔 법률적으로 완벽한, 정말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며 “하지만 새로 시행된 가족등록부의 법적 한계 때문에 아이의 성씨를 바꾸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씨는 호주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사별한 뒤 재혼한 경우에도 성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호적제도 폐지에 따라 주민등본 등의 서류를 발급받은 민원인들도 본적란이 아예 없자 의아해하기도 했다.
최모씨(43)는 “제도가 바뀐 것은 알았지만 막상 본적과 관련된 내용이 없으니 씁쓸했다”며 “괜히 뿌리가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1일부터 나날이 증가하는 이혼율을 감안, 기존 호주 중심으로 가족 단위로 작성됐던 호적제도 방식을 변경해 부성원칙의 수정과 친양자 입양제도, 성·본 변경제도 등을 반영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헌법이념을 구체화한 가족관계등록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생부의 동의를 얻어야 성씨를 바꿀 수 있다’는 조항으로 재혼 가정 아이들의 친양자 등록이 사실상 어려운 것과 친양자의 자격을 만 15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어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둔 여성이 재혼할 경우 전 남편의 성씨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등의 법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K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생부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친양자 등록을 원하는 쪽에서 동의를 구하는 소송이 상당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kkt@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