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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위원회,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교운영위원회,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교운영위원회가 법제화된 지 13년째 접어들었지만 과연 학교장 중심의 운영구조에서 학교구성 주체 중심의 운영구조로 바뀌었을까.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 다만 닫힌 단위학교 공간에서 다소나마 의사결정 참여로 열린 공간으로 지향했을 뿐이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아직 겉돌고 있다는 것이 운영위원들의 솔직한 대답이다. 공급자 일변도에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체제로 어느 정도 변화를 꾀했는지 ‘학교운영위원회, 누구를 위한 것인가’란 대주제로 3차례에 걸쳐 싣는다.

上교육자치의 꽃인가, 독인가
中얼마 만큼 학교를 바꿨나
下교육 3주체, 책임지는 자치를 위하여

안양 평촌의 모 고교 교원위원인 A씨. 그는 최근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복사하기 위해 교장을 찾아 허락받곤 운영위 간사인 행정실장을 찾았다. 그러나 행정실장은 대뜸 “교장이 허락해도 보안담당 책임자인 자신은 허락해 줄 수 없으니 정보공개를 요청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대다수 학교가 회의록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마당에 이같은 해괴망측한 답변을 들은 A교사는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또 다른 수원의 모 고교 교원위원인 B씨. 그는 지난 방학 중 운영위원회 회의에 개인적인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는데 회의 당일 교장이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행정실을 통해 연락이 왔다. B교사는 ‘운영위원회에서는 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가 위원의 신분인데 불참을 이유로 교장이 사유서를 요구할 수 있냐’고 항변하고 싶었다. 그러나 울분을 그냥 삭힐 수밖에 없었다. 위원에 앞서 교사의 신분으로 교장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유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2건의 사례는 단적으로 ’학교장의 인식전환 결여‘에서 비롯된다. 운영위원들이 ’학교장의 거수기 또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변하는 것이다. 학교장의 의지 여하가 이 제도의 정착을 좌우한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교조 경기지부 남궁경(45) 초등위원장은 “놀랍게도 대다수 학교장의 생각은 닫혀 있고 권위적”이라면서 “이런 사고가 변화하지 않는 한 민주적 학교운영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장이 열린 마음으로 교육 주체를 인정해야 하며, 권한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동시에 책임도 공동 수행하는 제도라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학교장의 소위 ’관료적 위엄‘ 자세는 교원위원으로서 학교장이 ’당연직 위원‘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학교운영위가 학교장 중심의 기존 학교운영체제를 정당화하고 공고히 하는 구실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2004~2005년 경기 인천 지역의 각 학교운영위원회별 안건 제안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내 50개 학교의 선별 조사 결과, 전체 안건처리 수 1천673건 가운데 학교장 제안 안건 수가 무려 97.5%에 달하는 1천631건, 학부모위원 제안 23건(1.37%), 지역위원 제안 6건(0.36%), 교원위원 제안 13건(0.78%)으로 집계됐다.
인천 지역 역시 30개 학교 선별 조사에서 전체 1천367건 가운데 학교장 제안이 96.3%에 달하는 1천317건으로 압도적이며, 학부모위원 제안 50건(3.7%), 지역위원과 교원위원 제안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에서 보듯 대다수 학교에서 학부모위원, 교원위원, 지역위원들의 역할이 미미한 것도 문제지만 학교장 중심의 관행은 여전하다. 학부모위원, 교원위원, 지역위원 등 운영위원들의 형식적 선출 과정이나 전문성도 문제지만 그보다 이 제도의 정착을 가로막는 것은 학교장의 ’교육 민주화 마인드‘ 부재란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의결권, 심의권을 갖고 있지만 집행권은 학교장한테 있기 때문이다.
김동섭기자/ kds610721@joongboo.com
게재일 : 2008.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