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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인물 안봐 일할 사람 뽑을 것"

당 인물 안봐 일할 사람 뽑을 것"
"새 대통령에 기대려는 후보 안돼"
<선택 4.9 D-36 총선 민심 르포> 수원 격전지역 현장을 가다
2008년 03월 04일 (화) 박장희 기자·이정하 기자 jjang362@suwon.com

▲ 18대 총선이 36일 앞으로 다가왔다. 영통구와 권선구의 총선열기가 뜨겁게 달궈진 가운데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왼쪽부터) 영통구 구 매탄시장, 권선구 권선종합시장, 권선구 평동에서 만난 상인과 주민들의 표정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이번 4.9 총선에서는 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나오길 바란다.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com

[영통구]

영통구 17대 총선 투표현황

4.9총선 관련 영통구의 민심르포에 나섣던 기자는 불현듯 1992년 4월 6학년 2반 반장 선거가 떠올랐다. 5학년 때 반장이 재선을 노렸고, 다크호스(?)로 등장한 기자가 반장 자리를 넘보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학급마다 발행한 어린이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표를 얻으려면 다리품을 팔아라.” 어느 교사분이 제목을 달았는지 몰라도 이 글이 가슴을 두드렸다. 누가 반장이 됐는지 밝히진 않겠다. 다만 정치판의 민심은 민초들의 삶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음을 후보들에게 각인시켜줬다.

● 정치권 불신… 출마후보 잘 몰라

영통구에 출마하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도의원들이 필수로 거쳐간다는 구매탄재래시장.

“난 이미 누굴찍을지 결정했쩨. 악수했으니께. 우리집에서 오이도 사가고, 부자되라고 덕담도 했으니 잘 될꺼여.” 지난달 29일 오후 4시.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야채장사를 한다는 신동열씨의 말이다.

“다녀가면 뭐해. 당선되고 나면 찾아오는 者 한명도 못봤어. 지들끼리 싸우고 볶고 그러다 때되면 또 와서 악수하고 이젠 지겹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곡식판매상 연명자씨의 전언이다.

주변 대형유통매장과 아파트 단지마다 꾸려지는 알뜰시장에 밀려 겨우 시장의 형상만 남았다며 상인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누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놓을지 공약을 지켜보겠다 했다.

같은날 영통지역에서 인구집중률이 가장 높다는 홈플러스 영통점. 초등학교 2학년과 4살짜리 아이를 둔 30대 주부 송춘우 씨.

“아이들 교육비만 한달에 70만원 이상 들어가요. 게다가 이젠 영어교육도 시켜야 하는데…. 사교육비 부담이 커져 앞이 깜깜하기만 하네요.” 차라리 세금을 더 내더라도 혜택을 확실히 돌려주는 쪽에 한 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누가 출마했더라…. 글쎄요. 물가는 계속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고…. 각종 부담만 늘어나고 있는데 신경쓸 겨를이 없어요. 회사에서 월급받아 사는 사람들 다 그렇죠. 어떤 당이 되든, 누가 뽑히던 똑같더라구요.” 한국 정치권에 푸념한 듯 관심조차 없다는 조규식 씨.

바삐 제갈길로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영통구에 출마한 18대 국회의원 후보가 누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더러는 현 국회의원인 통합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DJ출신 앵커인 박찬숙(한나라당) 후보가 나온다고 동네사람들이 그러더라고 했다.

● 표심잡기 귀품 팔고 다리품 팔아야

삼일절인 1일 오전 10시께 영통구에서 만난 부동산 중계업자 윤모(51) 씨. “서민경제가 바닥이다. 서민들의 생활이 불안하면 나라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은 지나온 역사들이 말해주지 않나.”

이틀동안 만난 유권자들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진정한 일꾼을 뽑겠다”고 했다.

출마선언한 후보들은 연일 영통지역 곳곳을 누비며 정책공약과 얼굴알리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기자가 6학년 반장선거를 떠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권자들은 민초들이 우매하다 생각했다면 ‘정치밥’ 놓을 때가 됐다고 충고했다.

권선구 17대 총선 투표현황
[권선구]

권선종합시장에서 9년 가까이 의류 수선업을 하고 있는 이씨(여·54)는 정권 교체와 국회의원을 뽑는 것은 다르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이나 공약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는 이씨는 4~5명의 예비후보가 다녀갔지만 아직 누가 누구인지는 잘 구별이 안 간다고 말한다.

● 생활정치, 명확한 비전 대안 제시해야

지난 17대 대선과 달리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 ‘생활정치’를 펼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선동 E마트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홍씨(50·정치학 박사)는 정책이나 의정 능력을 보여주려는 예비후보가 없다고 꼬집었다.

“후보들마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에 의존해 막연하게 ‘경제’ 후보라는 점만을 내세우는 안이한 자세는 고쳐야 합니다.”

홍씨는 명확한 비전이나 정책, 이슈를 제시하지 않고 정당이나 새 대통령에 기대려는 후보들을 비판했다.

홍씨는 “권선 지역 인구의 38%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호남권 출신입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62%가 꼭 여당을 지지하리라고 보진 않습니다”라며 ‘자만은 금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서둔동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이씨(49)는 “비행장 문제 등 각종 현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 균형과 견제, 주민통합 이뤄졌으면

농촌진흥청이 폐지됐다면 새 여당에게 타격이 컸을 거라는 이씨는 인수위가 농진청 폐지를 거론했을 때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새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후보들은 농진청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농진청 존치 여부는 권선 지역 뿐 아니라 농심(農心)의 향방을 좌우할 전국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평동에 거주하는 현종근(56) 씨는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총선에선 여당과 야당이 의석수를 반반씩 가져가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현씨는 지역 현안을 순리대로 풀어가며 주민 민심을 통합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행장 소음 보상, 재개발을 둘러싸고 이 지역 민심은 갈래갈래 나눠져 있습니다. 지역사회가 예전처럼 화목하고 정이 넘치는 이웃 공동체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실타래처럼 꼬인 지역 문제를 잘 풀어갈 후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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