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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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샘속에 벚꽃보다 먼저 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매화. 수원천변길 따라 걷다보면 은은하고 그윽한 매화향기가 머무는 곳. 그 곳에 가면 엄동설한 모진 풍파 견디고 피는 ‘설중매’의 모습을 드러내는 학교가 있다. 바로 올해로 개교 106년째를 맞는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다. 수원에서 처음이자 가장오래된 학교다. 200여년의 축성역사를 자랑하는 수원화성과 한국의 근·현대기를 함께 풍미한 이 학교엔 올해도 어김없이 매화향기가 진동한다. 그 곳에 핀 줄 미쳐 몰랐어도 춥고 길던 겨울이 지났음을 알리는 매화향기가 가던 발걸음도 교문 앞에 멈춰세운다. ● ‘경천애인(敬天愛人)’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던 1902년 시골변두리 논밭에 매향여고의 시초인 삼일소학당이 달랑 여학생 3명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 팔달구 북수동 종로감리교회 자리에 미국 북감리교 여선교회의 선교사 M F Scranton 여사가 선교와 함께 학문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1909년 4월 삼일여학교로 등록해 이듬해 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때 졸업자 중 한명이 신여성 나혜석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8년 ‘매향’이라는 교명이 처음 부여된 매향여자심상소학교로 명칭이 변경됐고, 이후 수원여자 매향학교, 매향여자상업고를 거쳐 지금의 매향여정고로 불린다. 1982년 전두환 정권들어 중·고가 분리됐다. 현재까지 공식 졸업생만 1만6천여명. 기록을 찾기 어려운 초창기 시절 매향인을 합치면 3만3천여명을 훌쩍 넘는다. 이학교 26회 졸업생이자 이 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김미선 교사는 “1964년 학교법인 매향학원이 설립되면서 공식적인 기별 졸업생도 분류했다”며 “그동안 무수한 졸업생들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쉽다”고 말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와 한국동란 , 4.19, 5.18항쟁, 올림픽, 월드컵, IMF 등등 근·현대 한국사의 굵직 굵직한 사건들을 헤치고 새로운 100년의 전통을 써내려가고 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늘의 이치(자연)을 따르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경천애인’의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실업계 고교지만 웬만한 인문계 학교는 명함도 못 내민다. 매년 5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서울·연·고대 등 수도권 4년제 대학이 진학하고 있고, 최근 경기도내 정보능력경진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최강자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깨어있는 신여성으로 일컬어 지는 나혜석. 가부장적 사회의 한계를 뚫고 자유지식인의 여성상을 제시한 역사적 인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최초의 여성일본 유학생, 최초의 이혼녀, 최초로 유럽여행한 여성 등 그녀에게 ‘최초’라는 수식어가 줄을 잇는다. 자유연애와 개방 결혼, 독신주의 등 급진적 남녀성평등의 목소리를 내며 여성운동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여성들의 자각을 일깨웠다. 비록 이혼과 정신장애, 반신불수의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문광부가 지난 2000년 문화인물로 선정하면서 나혜석을 새롭게 조명하는 사업이 크게 전개되고 있을 정도다. 나혜석 이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걸출한 인물이나 스타를 배출하진 못했지만 매향만의 독특한 이력이 전통이 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정년퇴임한 유수자 전 교장(고4회)의 제자가 이 학교 김선화(고13회) 교사다. 또 김 교사에게 배운 김화순·임혜정(22회) 교사가 조효숙(36회)·백진영(고37회)교사의 스승이다. 3~4대가 함께 교무실을 쓰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강영옥(고20회) 학교목사를 비롯해 이명숙(고21회), 엄혜경(고24회), 양미림(중36회), 우미선·홍미영(중 38회) 교사 등 이 학교 출신 현직 교사만 무려 12명에 이른다. 각 분야에서 성실하게 그 터를 닦은 동문들도 많다. 현 수원시여성합창단 이현실(16회) 단장과 전 최득남(2회) 단장, 서승희(고26회) 카톨릭대 전산·세무회계과 겸임교수, 박상미(고22회) 용인대 영문과 교수, 홍영미(22회) 호주 선교사, 차영숙(23회) 소망세광교회 전도사 등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매향 중학교 동문들의 경우 심인숙 변호사, 이화정 이화여대 약대교수, 권계숙 인하대 의대교수, 이선복 오성한의원 원장 등 젊은 층들의 활약도 기대해 볼만하다. ● 매향처럼 은은한 동문들의 모교사랑 동문회는 중·고 체육대회 등 모교 행사때 마다 찬조금을 전달해 주거나 기념품을 전달해 오고 있다. 특히 가정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 1인당 3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결식청소년 돕기위한 1인 1구좌 개설운동도 전개해 매년 중·고교에 80만원의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형 프로젝션 TV나 그랜드 피아노 등의 교육 자재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교직에 근무하는 동문들이 실직적인 동문회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때문에 학교와 동문회간 소통이 원할하고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2002년에는 100주년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고, 100주년 기념관 건립, 매향100년사 발간 등에도 동문회의 손길이 닿아 가능했던 일이다. 임은백 동문회장은 “오랜 역사에 비해 동문들의 활동이 만족스럽진 않다”면서도 “실업계 여자중·고인 점을 감안하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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