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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가 정말 관심 가져야 할 것

도지사가 정말 관심 가져야 할 것

최근 김문수 지사는 “당장 2억 평 이상의 땅을 공급할 수 있으며, 10억 평 이상도 공급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는 (경기도는) 빈 땅이 굉장히 많다면서 서해안 일대에 8천만 평 이상의 간척지도 있고 북쪽 DMZ와 팔당 근처의 땅도 많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한다. 경기도에 아직도 비어 있는 땅이 그렇게 많다니, 글쎄다.
그런데 김 지사가 틀린 게 있다. DMZ 근처의 땅이 비어 있다고 했는데, 천만에. 비어 있지 않다. 거기에는 무시무시한 ‘지뢰’가 잔뜩 묻혀 있다. 그리고 그 지뢰들은 6·25시절뿐 아니라 1988년까지 매설되어 왔다.
심지어 파주의 LG 필립스 단지 근처 보현산 자락에는 1977년에 북한 땅굴의 (출구) 후보지로 여겨져 대인지뢰 2천여 발이 매설되었다. 작년에 제거작업을 했지만 아직 600여 발은 찾지 못하고 있다.
지뢰가 ‘전쟁 억지력’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매설된 뒤 20년이면 전투무기로서 기능이 상실된다고 한다. 이제 지뢰의 효용성은 끝난 셈이다. 하물며 80년대 후반부터 많은 민통선 지역이 해제되었으니, 그 지역의 지뢰들은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
국방부에 따르면 미확인지뢰 지대가 전국 200여 개소에 3천만㎡에 이르며 100만여 발이 묻혀 있다고 한다. 그 중 경기도에 소재하는 양이 상당할 것이다. 이들 지뢰는 문자 그대로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더 무서운 것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전혀 실태 파악이 안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다. 그런 땅이 비어 있으니 개발한다고?
김 지사는 작년 6월에 ‘분도론(分道論)’과 관련, “분도론을 이야기하는 분은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분도는 아주 나쁜 방향이고 선동적이며 나라를 망치게 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김 지사가 분도가 아니라 ‘하나로 살아온 경기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런 식의 비난보다는 경기북부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소외감을 해소해 주는 정책을 시행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 주는 일이 될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많은 민통선 지역을 해제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그러나 그 지역에 묻혀 있는 지뢰들을 제거하기는커녕 그 실태 조사도 없었다. 지금도 사고가 터지고, 민원이 제기되어야 겨우 군청에서 군 당국의 협조를 받아 지뢰 제거 작업에 나서는 실정이다. 그나마 지금의 공병부대에 맡긴다면 제거 작업에 375년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지뢰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군인 숫자가 8천여 명, 민간인 지뢰 피해자도 3천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민통선 인근 마을에는 현재 400명 가까운 민간인 지뢰 피해자가 살고 있다. 그 중 경기도민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인 지뢰 피해에 대해 정부나 군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가 그런 식이라면 경기도라도 나서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주기 바란다. 사형제의 존속을 주장할 정도로 강력한 인권의식을 가진 김문수 지사라면 경기도민이 지뢰로 인해 다치고, 죽어가는 일을 결코 방치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정희섭/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
게재일 : 2008.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