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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삼성’

힘내라! ‘삼성’
[경기일보 2008-3-20]
“이건희 회장, 차라리 심성그룹을 해체해 버리시죠.” 이는 ‘빈대꼴 보기 싫어 초가삼간 태운다’는 심정이다. 계열사가 65개 회사다. 전자·건설·무역·기계·조선·화학·제지·섬유·유통·호텔·등 이밖의 여러 분야에도 영업 기반이 두텁다.
대차대조표가 어떤진 모른다. 모르긴 하나 그룹을 해체, 골치아픈 기업경영을 손털고 나서도 이 회장 일가는 자자손손 잘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으로는 그런 말을 할 순 없다. 국민자본이기 때문이다.
‘삼성공화국’이라고 한다. 비도덕적 집단으로 매도한다. 온갖 불법의 온상지로 몰아댄다. 비록 일부의 지탄이긴 하나 상처는 너무 크다. 삼성특검이 한 달 동안 가동되고 있다. 최근엔 서울 삼성생명 본사를 수색해 주주배당금 지급현황 등 자료를 압수했다. 이 회장 일가가 삼성 임원 명의로 주식을 차명보유하고 있다는 혐의를 밝히기 위해서다.
제기된 의혹은 또 있다. 거대 탈법 상속, 거액 비자금 조성, 각계 로비 혐의 등이다. 그동안 압수된 관련 자료가 트럭 열대 분량쯤 된다. 필요하면 더 압수해야 된다. 내친김에 철저히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전제해 둘 게 있다. 용인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이라던 때 딱 한 차례 갔다가 문전에서 돌아선 뒤로는 발길을 끊었다. 입장권 하나로 다 돌아보는 게 아니고, 가는 곳마다 입장권을 새로 사야하는 것이 아니꼬왔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부호의 으리으리한 집 구조가 나오면 세트에 불과하지만 보기싫어 꺼버린다. 부자를 싫어하는 정서를 이토록 갖고는 있어도, 삼성을 매도하는 그들과 단연코 생각을 같이 할 순 없다.
한심스러운 건 앞으로 특검이 끝나도 삼성 매도는 여전할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그들은 벌써 이재용 전무 등 27명에 대한 무혐의 처분에 “면죄부를 주었다”며 들고 나섰다. 특검수사에서 삼성이 완전히 자유로울 것으로는 물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을 죽이는 것이 정의라고 떠드는 배부른 사람들에게 묻는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21%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삼성이다. 이렇다 하여 불법이 용인될 수 없다는 반론을 부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동의한다. 그래서 전례없이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데 이젠 수사마저 불신한다. 국민경제의 성장 동력을 꼭 깔아 뭉개야 정의이며 그래야만이 속시원하다면, 이로 인해 붕괴되는 민생파탄은 정의가 아닌 죄악인 것이다. 이성적 판단이 아닌 감성적 주장은 정의일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은 거듭나야 한다지만 이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불량 생산을 범죄로 규정, 양(量) 위주의 경영에서 질(質)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한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세계 톱5 브랜드 기업으로 도약된 저력이다. 지금은 10년후 뭘 먹고 살 것인가를 걱정한다.
기업은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회에 기여한다. 나라사랑은 국회의원이 하는 것이 아니다. 구멍가게 식당이 단 1명을 고용하더라도 일자리 창출로 더불어 살아가는 업주가 나라사랑을 하는 사람이다. 기업인은 누구보다 존경받아야 하는 애국인인 것이다.
흔히 말하는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은 엄밀히 따지면 어폐가 있는 말이다. 기업이윤은 기업확대에 재투자하는 것이 본질적 사회기여다. 기업에 의연금 같은 것을 요구하는 준조세 부담보단 성실납세가 우대받는 풍토가 돼야 한다. 사회환원은 다음 순이다.
자본과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는 건 개떡 같은 소리다. 투자(投資)가 경영 부실로 손실되는 것을 방관할 투자가(投資家)는 있을 수 없다. 경영의 분리를 주장하는 사람 역시 투자가가 되면 입장이 달라질 것이다. 입장에 따라 말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 모든 입장을 포괄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 10년간 분배론, 이도 왜곡된 분배론에 밀려 기업이 홀대 받았다. 마치 잉여가치설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 했다.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착취당하는 것으로, 기업은 부패집단으로 치부됐다. 중첩된 규제로 기업 투자가 제약받았다.
기업을 이렇게 죄악시하는 것은 사회적 무고행위다. 삼성에 대한 턱없는 저주 또한 과거의 잘못된 관성이다. ‘삼성공화국’이 어떻단 말인가, 세계 무대의 시장정보에 관한한 삼성은 국가기관보다 더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삼성’은 더욱 세계적인 기업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1938년 대구 북성로에서 고인이 된 이병철씨가 ‘삼성상회’ 간판을 단 것이 삼성의 효시다. 종합상사의 모태가 된 것은 1952년 ‘삼성물산㈜’으로 법인화하면서 시작됐다. 재벌 1세대와 지금의 경영은 완전히 다르다. 초창기 재벌은 정경유착이 있었으나 정착기를 지나 성숙기에 들어선 현재는 정경유착은 죽음의 함정이다. 오직 경영논리만이 있을 뿐이다. 기업규제 또한 경영논리에 맞게 풀어야 한다. 경영논리는 경쟁력이다.
그런데 이병철씨 방법의 경영에 새삼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가 새 사람을 쓸 때 꼭 관상을 본 것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람된 품성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같은 배신을 원려했던 것이다. 삼성이 지금 메가톤급 폭풍우에 휩싸인 것은 산업스파이도 아닌 이상한 사람의 이른바 비리 폭로로, 그는삼성의 요직에 있었던 이다. 나라가 한쪽은 BBK 동업을 주장한 ‘검은머리 외국인’, 또 한쪽은 ‘이상한 사람’의 주장으로 이명박 특검·삼성특검이 요동치는 혼란에 빠졌다./임양은 주필

담당기자 : 임양은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