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쏠림’은 ‘진보 실정’의 반작용
2008-04-12 (토) 03:02 동아일보
[동아일보] “진보의 정치 실험 끝에 권력이 과거보다 보수 혹은 실용 보수로 더 옮아간 것 같다.” 정치 사회학자들은 4·9총선의 결과를 이렇게 진단했다.
18대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진보 진영의 몰락과 그에 대비되는 보수 진영의 대약진이다. 불과 4년 전인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한 진보 진영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 진영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권력의 중심은 2000년 16대 총선 때보다 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17대 총선은 진보의 절정기 17대 총선은 진보의 절정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 진영은 1997년 대선에서 자민련과의 공조를 통해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2002년에는 단독으로 정권을 재창출했다.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진보의 영역은 점차 넓어졌고 2004년에는 권력의 중심에 서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진보 진영은 열린우리당(152석), 민주노동당(10석), 새천년민주당(9석) 등 모두 171석을 얻어 126석(한나라당 121석, 자민련 4석, 국민통합21 1석)을 얻은 보수 진영을 크게 앞질렀다.
16대 총선에서는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 가운데 국회 진출의 문턱을 넘은 것은 임종석 의원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는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 의원 등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3기 의장이 서울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고 우상호, 유기홍, 우원식 의원 등 1980년대 후반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들도 상당수가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권력 과거보다 더 오른쪽으로 국정의 중심에 선 진보 진영에 대한 실망과 그에 따른 반작용은 이번 총선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18대 총선 결과 8년 전인 2000년 16대 총선 때보다 저울추가 보수 쪽으로 더 기울어진 것이다.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년 동안 진보의 정치 실험에 대해 국민이 만족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보수 진영에 투표하는 유권자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전체 273석의 의석 분포는 보수 진영 153석(한나라당 133석, 자민련 17석, 민국당 2석, 한국신당 1석), 진보 진영 115석(새천년민주당)이었다.
당시 보수와 진보의 비율은 5 대 4(153석 대 115석) 정도로 엇비슷했지만 8년이 지난 18대에서는 보수가 진보보다 2배 이상(202석 대 95석) 많아졌다.
18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153석),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와 친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17석) 등 모두 202석에 이른 반면 진보 진영은 통합민주당(81석). 민노당(5석), 창조한국당(3석)과 친민주당 무소속(6석) 등 모두 95석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보 진영이 일자리나 집값 안정 등 피부로 와 닿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민이 보수 진영에 기대를 걸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국민 의식의 보수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화가 진전되고 인권 자유 등의 문제가 많이 해결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실생활과 관련된 사항으로 옮아간 것이지 국민 대다수가 보수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제나 기업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성장에만 너무 치우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보수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정치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
18대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진보 진영의 몰락과 그에 대비되는 보수 진영의 대약진이다. 불과 4년 전인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한 진보 진영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 진영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권력의 중심은 2000년 16대 총선 때보다 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17대 총선은 진보의 절정기 17대 총선은 진보의 절정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 진영은 1997년 대선에서 자민련과의 공조를 통해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2002년에는 단독으로 정권을 재창출했다.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진보의 영역은 점차 넓어졌고 2004년에는 권력의 중심에 서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진보 진영은 열린우리당(152석), 민주노동당(10석), 새천년민주당(9석) 등 모두 171석을 얻어 126석(한나라당 121석, 자민련 4석, 국민통합21 1석)을 얻은 보수 진영을 크게 앞질렀다.
16대 총선에서는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 가운데 국회 진출의 문턱을 넘은 것은 임종석 의원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는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 의원 등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3기 의장이 서울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고 우상호, 유기홍, 우원식 의원 등 1980년대 후반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들도 상당수가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권력 과거보다 더 오른쪽으로 국정의 중심에 선 진보 진영에 대한 실망과 그에 따른 반작용은 이번 총선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18대 총선 결과 8년 전인 2000년 16대 총선 때보다 저울추가 보수 쪽으로 더 기울어진 것이다.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년 동안 진보의 정치 실험에 대해 국민이 만족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보수 진영에 투표하는 유권자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전체 273석의 의석 분포는 보수 진영 153석(한나라당 133석, 자민련 17석, 민국당 2석, 한국신당 1석), 진보 진영 115석(새천년민주당)이었다.
당시 보수와 진보의 비율은 5 대 4(153석 대 115석) 정도로 엇비슷했지만 8년이 지난 18대에서는 보수가 진보보다 2배 이상(202석 대 95석) 많아졌다.
18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153석),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와 친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17석) 등 모두 202석에 이른 반면 진보 진영은 통합민주당(81석). 민노당(5석), 창조한국당(3석)과 친민주당 무소속(6석) 등 모두 95석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보 진영이 일자리나 집값 안정 등 피부로 와 닿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민이 보수 진영에 기대를 걸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국민 의식의 보수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화가 진전되고 인권 자유 등의 문제가 많이 해결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실생활과 관련된 사항으로 옮아간 것이지 국민 대다수가 보수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제나 기업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성장에만 너무 치우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보수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정치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