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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18대 총선… 총성 울린 범보수 용쟁호투

막내린 18대 총선… 총성 울린 범보수 용쟁호투
정파 황금분할… 견제·충돌 주도권빅뱅
2008년 04월 12일 (토) 이호승yos@kyeongin.com

■ 이명박
한나라 과반 턱걸이 타세력 지원 필요
■ 박근혜 '살아 돌아온' 측근 입당 → 당권경쟁 수순
■ 정몽준 울산서 서울로 이동 전국 정치인 급부상
■ 이회창 충청권 돌풍 향후 정국 방향타役 기대감

지난 9일 실시된 제18대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총 의석 299석 가운데 한나라당은 153석(비례 22석), 통합민주당은 81석(15석), 자유선진당은 18석(4석), 친박연대는 14석(8석), 민주노동당은 5석(3석), 창조한국당은 3석(2석), 무소속은 25석을 얻었다. 역대 전국선거 최저인 46%의 투표율이 보여주듯이 이번 총선은 국민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여야 정당들이 공천진통을 겪으면서 후보들을 늦게 확정함으로써 선거전을 달굴 정책과 이슈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결과만 놓고 보면 각 정당과 정파 수장들에겐 유의미한 해석이 가능한 황금분할을 이룬 것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행정권력을 장악한 데 이어 이번 총선을 통해 의회권력까지 차지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은 일단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국회 전 상임위에서 과반의석을 점하는 '안정 과반의석 168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로 인해 당내 신흥주류인 이명박 대통령 직계와 박근혜 전 대표의 당내외 친위세력간의 견제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은 당초 목표였던 개헌저지선(100석) 확보에 크게 미치지 못함에 따라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 등이 터져나올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선거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유선진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으나 충청지역을 거점지역으로 확보함으로써 3김 시대에 이어 후삼분 시대의 일각으로 떠올라 무시할 수 없는 정치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여기에 친박연대와 범보수 무소속 세력들이 정국의 향방을 결정짓는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야권보다는 범보수 진영의 상호견제로 정치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편집자주>

선거는 끝났지만 범보수 내부의 견제와 충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친여 무소속 당선자 까지 더하면 200석 이상을 확보한 보수진영은 진보 진영의 견제를 압도할 위력을 확보했지만 정당 및 계파 리더들의 주도권 투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선거결과 자체가 협조와 경쟁이 불가피한 지형을 그려놓은 셈이다.

■ 이명박 대통령, 날개는 달았지만=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과실을 챙긴 사람은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데다, 친이명박계가 당내 주류로 자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성과일 뿐이다. 과실의 크기와 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우선 기대했던 과반 안정의석인 168석 확보가 무산됨에 따라 이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박근혜 전 대표와 심지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금산분리, 한미 FTA협정 체결 등 야권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되는 현안을 처리하려면 범보수 전체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또한 경부대운하 사업도 범보수의 지원 없이 강행하기가 껄끄러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한계를 큰 틀에서 다루어줄 정치력을 보유한 인사들이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점이다. 이재오, 이방호 의원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정두언 의원 정도가 남아있지만 몸집이 커진 친이명박계를 추스르기에는 함량이 부족해 보인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계파 전체를 아우를 새로운 관리자를 모색해야
할 형편이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당과 범보수 전체를 절묘하게 조정하고 견제해야 할 정치력을 선보여야 하는 만큼 향후 국정운영의 과제 하나가 더 추가된 셈이다.

■ 날개단 박근혜의 행보="살아서 돌아와달라"는 박 전 대표의 바람대로 친박계 후보 다수가 말 그대로 '살아서' 돌아왔다. 김영선(고양일산 서구)·유정복(김포)·황진하(파주)·구상찬(서울 강서갑)·이혜훈(서울 서초갑)·진영(서울 용산)·김선동(서울 도봉을) 후보 등은 공천에서 살아남은데 이어 선거에서도 살아남아 박 전 대표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

당 밖에서는 이경재(인천 서강화을)·한선교(용인 수지)·이해봉(대구 달서을)·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유기준(부산 서구)·김태환(경북 구미을) 후보와 친박연대의 홍장표(안산 상록을)·김무성(부산 남구을)·박종근(대구 달서갑)·홍사덕(대구 서구) 후보 등이 살아남았다.

이처럼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친박연대로 출마한 친박계 후보들이 다수 당선됐다는 점은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턱걸이 한 점과 맞물려 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법안, 예산안 등의 국회 통과를 위해 자유선진당보다는 당 안팎에 포진한 친박 당선자들의 협력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친박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처한 정치지형을 이용해 곧바로 박 전 대표의 당권획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은 벌써부터 친박연대 및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의 입당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권투쟁의 서막을 알리는 입당 공방이 곧 본격화할 전망이다.

■ 정몽준의 새로운 출발=이번 총선에서 개인적인 성과가 가장 큰 사람이 바로 정몽준 의원이다. 당의 강청에 못이겨 울산에서 서울로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겼으나 결과적으로 전국 정치인으로 부상하는 기대 밖의 성과를 거두었다. 게다가 당내 리더를 상실한 이 대통령이 정 의원을 적극 활용할 경우 그의 행보는 더욱 다이내믹하게 전개될 것이다. 조심스럽게 당권도전 의사를 흘리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새 관리자가 필요한 이 대통령과, 선대에 이어 대권 야망을 키우는 정 의원이 의기투합할 경우 한나라당은 물론 범보수 전체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 충청권 맹주로 우뚝 선 이회창=충청권에서 돌풍을 일으킨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신 지역주의의 일각을 차지함으로써 향후 정국의 방향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전망이다. 일단은 국회 개원 전까지 최소한 2명의 당선자를 영입해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데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총재의 꿈이 충청권의 맹주나 미니 원내교섭단체에 머물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그의 최종 목표는 범보수 통합이며, 통합 범보수의 리더이다. 스스로 본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임을 잘 알기에 보수의 중심인 한나라당을 파고드는 정치행보를 보일 게 분명하고, 한나라당 내 신·구 주류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이 총재의 마지막 희망도 더욱 부풀어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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