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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미국산 쇠고기 수입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검증 안된 ‘괴담’ 만 난무… 식탁 불안감 부추겨
먹을거리 불안 진실과 오해들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먹을거리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발단은 이달 말 수입이 재개되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18일 한국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수입 개방을 합의한 이후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던 가운데 최근 한 언론이 “한국인은 광우병에 약한 유전자형을 가진 비율이 90%가 넘어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에 비해 광우병에 걸리기 쉽다”고 보도하자 각종 검증되지도 않은 주장들이 꼬리를 물면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쇠고기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먹을거리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곡물가격 폭등의 여파로 국내 식품업체들이 곡물확보가 어려워지자 지난 1일 유전자변형 옥수수 5만7000t을 처음으로 국내에 수입했다. 빵, 과자, 음료수, 빙과류 등의 원료로 쓰이는 이 유전자변형 옥수수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민식품인 닭고기도 조류인플루엔자(AI)의 불똥을 맞아 불안한 식품이 돼버렸다. 최근 AI는 호남지역에서 영남지역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두 차례 국내에서 발병했던 것보다 더 강한 ‘변종 바이러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AI에 걸린 닭을 먹더라도 고온에서 조리하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닭고기나 오리고기에 손이 가기란 쉽지 않다. 이런 먹을거리 걱정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1)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 왜 확산되나.

광우병의 정체에 대해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된 게 없다.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각종 의구심들에 대해 정부가 그간 소극적으로 대응해오면서 ‘괴담’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지 않더라도 설렁탕이나 갈비탕, 햄버거 등의 가공식품에 함유돼 자신도 모르게 먹게 될 것 아니냐는 점, 한국인들의 식습관과 유전적 특징이 미국과 달라 위험이 더 크지 않느냐는 점 등도 광우병 ‘괴담’의 주요 내용이다. 한국인들은 설렁탕 등 뼈를 우려낸 국물뿐만 아니라 내장, 머리고기도 즐겨 먹는데 이런 부위는 광우병위험물질(SRM)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 또 한국인의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2)미국은 광우병 안전국인가.

170여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지난해 5월 미국에 ‘광우병 통제가능 국가’ 지위를 부여했다. SRM을 제외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판정이다. 정부 또한 독자적인 수입위험평가를 실시했지만 OIE 기준을 반박할 만한 과학적인 근거는 확보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검증된 OIE 기준을 수용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이 도축소의 0.1% 정도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단순한 검사비율보다는 광우병 임상증상을 보이는 고위험군에 속한 소에 대해 검사하는 만큼 오히려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3)다른 나라는 어떤 조건으로 수입하나.

중국, 대만, 홍콩 등 수입제한을 하는 12개 나라는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뼈를 제거하고 나온 살코기’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베트남, 러시아 등 7개 국가는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나온 뼈와 살코기의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소의 도축 당시 나이를 2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살코기와 함께 뼈와 내장 등도 수입하고 있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117개 국가 중에서 연령과 부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나라는 97개 국가다.

(4)LA갈비를 먹어도 될까.

소에서 SRM은 30개월 이상의 경우 뇌, 눈, 머리뼈, 등뼈, 척수, 편도, 소장의 끝부분 등이다. 30개월 미만의 경우에 SRM은 편도와 소장 끝부분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 SRM만 먹지 않는다면 안전하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설이다. 그러나 만약 SRM이 있다면 이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니기 때문에 섭씨 600도로 익혀도 없어지지 않는다. LA갈비나 사골, 꼬리 등 뼈만 포함돼 있는 부분은 SRM이 없어 염려없이 먹을 수 있다. 곱창, 막창 등 내장 부위도 SRM인 소장 끝 부분만 떼어내면 된다. 등뼈가 포함된 T본 스테이크도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나온 것이라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992년 전세계적으로 연간 3만7000여건에 이르던 광우병 발생 건수가 동물성사료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시작한 90년대말 이후 급격히 줄어 지난해 141건으로 줄어드는 등 ‘없어지는 추세’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미국은 172개 국가가 참여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인증한 만큼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또한 뼈를 우려낸 육수(Beef Stock)를 수프, 파스타, 각종 스테이크 소스 등에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더 위험하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5)미국의 SRM 제거작업을 믿을 수 있나.

내장인 곱창은 미국에서도 식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만큼 미국측 또한 SRM인 소장의 끝 부분을 철저히 제거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미국은 소장의 끝부분을 제거하기 위해 소장 끝부분이 위치하는 소장 끝 50㎝를 포함해 2m를 의무적으로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또 기본적으로 30개월령 이상 소의 등뼈는 미국 국내법에 의거해 식용으로 금지돼 도축과정에서 파란 색소로 표시된다. 따라서 가공과정에서 제거되지 않고 수출될 가능성은 없다.(6)유전자변형농산물(GMO) 논란 왜 촉발됐나.

유전자변형 옥수수 5만7000여t이 울산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이 옥수수는 대상, CPK, 삼양제넥스, 신동방CP 등 4개 전분당 업체가 공동구매한 것이다. 전분업체들은 그동안 GMO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감안해 가격이 비싼 비(非) GMO옥수수를 수입해 왔다. 하지만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유럽 등지에서 비 GMO 옥수수를 선점하면서 물량 확보에 애를 먹었다

이번에 수입된 유전자변형 옥수수는 또 액당, 과당, 포도당 등의 주요 재료로 사용돼 빵, 과자, 음료수, 빙과류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들어갈 정도로 우리 식생활과 밀접한 식품이다. 시민단체들은 “유전자 변형식품의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는데 수입하는 것은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GMO에 대한 안전성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명확한 연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7)GMO가 꺼림칙하면 먹지 않으면 된다?

우리나라는 2001년 3월부터 콩, 콩나물, 옥수수에 대한 GMO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 이듬해에는 그 대상에 감자를 추가해 모두 4종에 대한 GMO 표시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GMO 표시 문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가공식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내 식품위생법은 최종 제품에 GMO임을 나타내는 유전자(DNA)나 외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을 경우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GM콩을 가공한 식용류 등은 가공 중 GMO 인자가 제거돼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GMO 표시제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따라서 GMO가 먹기 싫다고 선별해 먹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란 현재로서는 없다.

(8)조류 인플루엔자(AI) 발병 상황은.

최근 신고된 울산과 영천, 대구 등 영남지역 닭의 폐사 원인이 모두 AI 감염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초 전북 김제시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주로 전라도 지역에서 빠르게 번지던 AI는 지난달 16일 경기 평택으로 북상했고, 이어 지난 25일 전북과 경기의 중간 지역인 충남 논산에서도 발견됐다. 이후 4~5일간 발병이 없어 진정되는 듯했던 AI는 경상도에서까지 확인되면서 강원도와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4월에 발병이 시작되는 등 예년과 다른 패턴을 보여 방역당국을 놀라게 했다.

(9)닭고기, 달걀 먹어도 될까.

AI에 감염된 닭은 방역당국에 의해 폐사처리돼 시중에 유통될 염려가 없다. 만약 도축장까지 간다고 해도 상품화하기 어려워 시중에 팔려나갈 수 없다. 또 병든 닭은 알을 낳을 수 없는 만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닭고기나 달걀을 얼마든지 먹어도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AI에 걸린 닭을 먹더라도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거나 70도에서 30분 이상 가열하면 AI 바이러스는 소멸된다. 또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닭이나 오리를 먹어서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10)먹을거리 걱정 없이 안전하게 먹는 방법은?

미국산 쇠고기나 GMO 옥수수의 경우 모두 원산지 표시를 명확히 해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신뢰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정부는 한우협회, 소비자시민모임 등과 함께 쇠고기 유통구조 환경 개선작업에 나섰다. GMO도 안전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으나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인체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다. 정부는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위해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