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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고등학교

영생고등학교
개교 19년, ‘젊은 동문’들 소통의 창 마련 조직구성 나서
전국 최강 배구부, 졸업생들 프로·지도자 등으로 맹활약
2008년 05월 27일 (화) 이정하 기자 jungha98@suwon.com

▲ 지난 14일 교정에 모인 영생고등학교 총동문회원들이 옛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com

20세기 격동의 세월을 한국사와 함께 걸어온 수원 영생고. 105년 전 북한 함경남도 함흥에 세워진 ‘함흥 영생여고’가 모태다. 한국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동문 600여 명이 십시일반 모금해 67년 함영고등공민학교를 서울에 세운 데 이어, 79년 기독교 사학인 한신대와 같은 한신학원과 합병했다. 90년 1월 수원 장안구 천천동에 수원영생고(남·여 공학)를 설립했다.

영생고는 19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도 단절된 86년간의 유구한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첫 회 졸업생이 35세 일 정도로 젊은 동문회지만, 사회 곳곳에서 빼어난 능력을 펼치는 동문들과 고교 최강 배구부의 맹활약에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함흥 영생여고 동문들의 모교 사랑의 뜻을 기려 사회의 빚과 소금이 될 후배양성에 눈을 뜨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 ‘믿음·소망·사랑’ 가슴에 새긴 영생인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성경(고린도전서 13장)에 나오는 바울 사도의 말씀이다. 보통 명사처럼 회자하는 문구지만 영생고 동문에게는 남다르다. ‘믿음·소망·사랑’은 3개의 타원형으로 대표되는 영생고의 상징이자 교훈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신앙인, 하나님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학교, 국제적 안목을 가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한다는 것이 이 학교 유한동 교장의 목표다. 1903년 4월 관북지방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인 함흥 영생여고를 설립한 캐나다 여선교사(마의대)의 영향이 크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 뭉친 동문들은 또 하나의 기념비적 행사를 가슴에 새겼다. 지난 2003년 모태인 함흥 영생여고의 개교 100주년을 맞아 ‘함흥 영생여고 100년사’를 발간한 것이다. 김주일 동문회장은 “이 책은 한국전쟁으로 폐교한 모교를 기리고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면서 “후대 영생인에게 자부심으로 다가 온다”고 말했다.

● 짧은 역사 속 동문 활약 빛나

개교 19년을 맞은 올해 졸업 동문들(전체 졸업생 6천547명)이 사회 초년생이거나 이제 간부급 승진을 기대해 볼만한 나이에 불과하다. 물론 사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동문들도 많지만, 아직은 조직사회에서 자리 매김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놓인 동문들이 더욱 많은 편이다. 때문에 동문들의 활동이나 근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줄 동문회 구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첫 회 졸업생부터 서울대에 진학하는 등 우수한 동문들이 지역사회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사법고시 합격 후 현재 수원지방법원에서 판사 실무수습 중인 임종훈(3회)동문을 비롯해 지난해 전성준(8회)동문이 사법고시에 최종합격했다.

또 MBC 보도국 장인수(3회)동문과 KBS 보도본부 박예원(8회) 동문 등 방송기자도 상당수 배출했다. 현재 영생고 교사로 근무 중인 김주일(1회), 권문희(4회), 서지연(7회) 교사 등 3명도 이 학교 동문일 정도로 교원 진출이 두드러진다.

이밖에 별방 유스타운 청소년 수련원 최우성(6회)원장을 비롯해 가수 겸 기타리스트 세라(본명 김진영·8회) 외에도 사회 곳곳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는 동문들이 수두룩해도 알려지지 않은 동문들이 더욱 많다.
영생인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동문은 다름 아닌 개그맨 박휘순(4회) 씨다.

“맨손으로 북경오리를 때려잡고, 떡볶이를 철근같이 씹어 먹으며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린 육봉달입니다.” 모 개그 프로에서 유행시킨 ‘4차원’유행어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동문들은 “‘달리는 마을버스 2-1’이 율전동을 지나는 마을버스 2-1을 가리키는 것”이라며 “여러 분야에서 학교를 빚낼 스타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2008 제63회 전국 남녀 종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영생고등학교 배구부.

● ‘장신 군단’ 고교 최강 배구부

특히 영생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구부다. 각종 대회 우승을 독차지하며 다수의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1991년 창단한 배구부는 2006 CBS배 전국 중고 남녀배구대회 1위, 올해 제63회 전국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 남고부에서 11년 만에 정상을 탈환, 전국 고교 배구를 석권한 배구 명문이다. 임덕선 감독과 정우선 코치가 팀을 조련하고 있다.

211cm의 최은섭(3학년) 선수와 라이트 김명진(3학년·200㎝) 선수 등 높이를 앞세운 배구부는 ‘장신 군단’으로 불린다. 현재 프로선수와 지도자로 활약하는 선수만 20~30여 명에 이른다. 프로선수는 용환승(3회·한국전력) 선수와 원영철(6회·LIG)·진현우(11회)·한선수(12회) 등이다.

● 젊기에 밝은 동문들의 미래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젊은 동문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해 동문회 활동이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영생고등학교 1회 졸업생의 나이가 35살입니다. 때문에 동문들이 동문회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릅니다.” 김주일 동문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또 동문들이 젊기에 미래가 더욱 밝다고 역설했다.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창시절의 즐거운 추억이 생생하고, 애교심이 뜨겁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열정을 동문회에서 끄집어 낼 계획이다. 동문들이 학교를 더 많이 찾고 후배들을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드는 것이 동문회 활성화의 첫 번째 목표다.

특히 동문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직구성부터 갖출 계획이다. 각 기수별 모임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상호교류와 소통의 창을 만들면, 훨씬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지역의 명문 학교가 아닌 통일된 한반도의 대표적 명문학교로 이름을 올리고픈 영생고의 비상은 동문들의 고무적 활약상에 서서히 날갯짓하고 있다.

“전통과 정체성 선후배 공유 노력”

<인터뷰> 김주일 영생고 동문회장

―동문, 후배에게 바라는 점은?

▲동문회에서 동문과 후배들을 만나면 동문회 활동은 절대 이익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동문회가 양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데 너무 집착하거나 부담을 갖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학창시절에 배웠던 좋은 가르침과 좋은 추억들을 동문회를 통해 다시 되새기고 그것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동문이나 후배들이 동문회에 양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영생이란 공간 안에서 우리를 성장하게 해주었던 우리 학교만의 그것, 아마도 정체성과 전통이 되겠지요. 그것을 후배들에게 어떻게 물려줄까 동문과 후배들이 함께 고민하고 그 방안들을 함께 공유하고 실천하길 바랍니다.

―비젼, 소망은?

▲젊은 우리 영생고동문회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동문들이 앞으로 우리 동문회에서 진행하게 될 여러 모임과 행사에 직접 참여해서 회원 간 서로 친선을 도모하고 상부상조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울러 함흥영생여고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아 우리 동문회가 모교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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