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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생활사박물관

여성생활사박물관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는 아름다움들
서양식의 염색공장이 들어 오기 전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옷감에 색깔들을 입혔을까.
한동안 우리는 물을 들이지 않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뜻의 '백의민족(白衣民族)'이란 표현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사료들을 분석하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채로운 색깔의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곱고 아름다웠던 색깔들은 모두 자연에서 추출하지 않았을까. 옛 어른들은 대표적으로 푸른색, 또는 남색(藍色)의 경우, 쪽이라는 들꽃에 의해 탄생됐다고 기억한다. 쪽 잎을 따 물에 담근 뒤 항아리에 물을 많이 붓고 비단과 명주 등 물을 들일 천들을 담구는 과정들을 통해 서러울 정도로 선명한 푸른색이 만들어진다.
흔히 천연염색이라고 부르는 이같은 옷감에 물들이기 과정은 그러나 화공약품들을 이용한 인공염색방식으로 대체된 지 오래됐다. 이때문에 입은 옷으로 인해 피부병도 유발되는 등 부작용들이 만만찮다. 기억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옛 것들은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9의3에 위치한 여성생활사박물관(관장 이민정)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는 옛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천연염색 도구는 물론, 어머니들의 손때가 묻어 있는 재봉틀이나 아낙네들의 정성이 담겨 있는 항아리, 규방의 정취가 풍기는 바느질 도구, 외갓집 냄새가 솔솔 나는 민화 등 등록유물 229점과 소장유물 455점이 도시인들을 맞는다.
지난 2001년 6월 폐교된 학교를 임대해 설립된 이 박물관은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딛고 수도권의 대표적인 민간 박물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화가들을 위한 전시공간 제공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사라져 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라 아름답기 때문에 사라지는 것”

박태병 화백(53)은 복잡했던 도회지를 떠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자연에 묻혀 작품을 구상하고 창작에 천착하는 그의 생활은 소박하고 질박하다. 여성생활사박물관의 부관장을 맡고 있는 박 화백은 인근에 작업실을 따로 두고 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도 각별하다.
햇빛이 포말처럼 하얗게 쏟아지던 날 만난 그는 여전히 분주했다. 여성생활사박물관 증축공사로 포크레인 1대가 연신 흙을 퍼내고 있었다.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딛고 이제 조금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단체들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이곳에선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의 일방적인 전시 이외에도 천연염색교실이나 체험학습 갤러리, 다도예절교실 등 가족단위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한켠에는 촉망받는 도예작가 지택현과 석조작가 이영선 등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공간도 마련됐고 일본 화가 고시마 히데야키(五島秀明)의 ‘샤머니즘’을 주제로 한 작품전도 열리고 있었다.
/허행윤·사진 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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