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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주민직선의 폐단과 대안

교육감주민직선의 폐단과 대안

시·도교육감 선임방식이 바뀌었다. 부산시를 시작으로 울산, 경남, 충북, 제주, 충남, 전북, 서울 등에서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였다. 가장 큰 특징은 주민의 무관심이다. 서울의 경우 15.4%의 유권자만이 투표를 하였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대통령선거와 함께 실시된 선거에서는 60%대의 투표율을 기록하였으나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낮은 투표율, 무관심 속에서 실시된 투표는 실제로 추첨과 다를 바가 없다. 더구나 엄청난 선거비용이 소요된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서울시의 경우 330억 원, 경기도의 경우 400억이 넘는 돈이 2년도 안 되는 임기의 교육감을 선출하는 데 낭비될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감선거는 교육의 정치화를 극단적으로 조장한다. 정당조차도 배제하고 선거를 치르니 교육단체가 교육정치시장을 독과점하는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정당에 의한 조정과 완충 없이 교육정치세력 간에 맞대결을 벌이게 되어 극단적인 이념대립이 나타나게 된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전교조’와 ‘반전교조’로 상징되는 교육정치집단 간의 극단적인 이념대립으로 선거 결과가 좌우되었다. 교육계의 정치집단화, 교육감 선거를 매개로 한 교육계의 극단적인 좌우 이념 대립은 곧 학교로 이어져 교육의 이념과잉, 정치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 교육감 직선이 교육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정치적 중립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선거풍토에서 정말 학식과 덕망이 높은 분은 스스로 입후보하기를 꺼린다. 교육전문가를 뽑기 위해 주민 직선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현실과 맞지 않은 주장이다.
교육감을 주민이 직선하는 가장 큰 문제는, 같은 지방자치단체 안에 대표성을 달리하는 머리가 두 개나 된다는 점이다. 서로 방향을 달리하는 경우에 협조가 어렵게 되고 지방교육은 양자의 틈바구니 속에서 발전동력을 소진하게 될 수 있다. 지방교육 문제가 칸막이 속에 외딴 섬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방업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시계획, 교통정책, 청소년정책, 문화정책, 위생, 환경, 안전과 재난 등 다른 정책과 긴밀한 협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을 시·도지사와는 별개로 선임하도록 하는 것은 관련부서 간의 협조체제를 어렵게 만든다. 전문성이나 정치적 중립성, 주민참여를 높이기 위해서 교육감을 별도로 선출한다면 건설국장, 복지국가, 환경국장 등도 주민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교육감에 대한 주민 직선이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너무 많으므로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동안 교육감 선임을 둘러싼 문제로 온갖 방식을 다 도입해 보았지만 선거를 둘러싼 폐단은 시정되지 못했다. 교육관련 정치집단이 일반정치집단을 따돌리고 칸막이를 쳐서 교육감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가서 시·도지사와의 연계강화 속에서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의 교육문제를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교육담당 장관을 임명하듯이 지방정부의 교육담당관도 주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시·도지사가 임명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교육국장 혹은 교육과장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교육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시·도지사로서는 가장 학식과 덕망이 높은 교육전문가를 추대해서 교육감으로 임명하려고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임명한 교육감과 시·도지사는 서로 손을 잡고 지역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시·도지사가 출마를 하면서 교육감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지정을 해서 주민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생각할 수 있다. 러닝메이트제도는 시·도지사의 입후보 단계에서 교육 분야를 맡기고 책임질 후보자를 미리 선정하도록 하여 주민들이 투표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지방교육정책의 책임을 가장 명백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만약 교육정치세력의 반발로 임명제를 채택하기 어렵다면 차선으로 러닝메이트제도를 채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에서 교육감에 당선되기 위해 낭비되는 막대한 선거비용과 정열을 이제는 지역교육 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기우/인하대 법과대학 교수

※ 모레는 ‘이성호 중앙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의 교육감 직선제 찬성 글이 실립니다.
게재일 : 2008.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