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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지지율이 올랐다고?

이명박 지지율이 올랐다고?

최근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확실히 올림픽 금메달 효과가 있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애국심이 고취되면 국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관대해지기 마련이죠. 이제 이명박 지지율이 '魔의 30%'를 넘은 만큼 뉴라이트와 청와대 386은 보란듯이 '밀어붙이기' 모드로 돌입하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KBS 사장에 김인규를 임명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요.

문제는 이명박 지지율이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30%대를 유지할 수 있냐는 건데,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데에 이명박 정권의 불행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일단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계획되고 있고,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의 혼란도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이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전망도 대단히 어려운 쪽으로 지금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진짜 '메가톤급 뇌관'이 도사리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이재오의 귀환'입니다.

제 분석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언니 게이트'와 '유한열 게이트'의 진원지가 이명박 그룹내 '反이재오계' 혹은 '범이상득계'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정보기관과 사정기관이 모조리 어용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이같은 특급정보를 흘릴 수 있는 집단은 여권 핵심부 밖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그 시기가 공기업 민영화, KBS 사장 임명, 정부 산하기관 및 공관장 인사 등 '사람 챙기기'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내부 헤게모니 쟁탈전'의 냄새가 진동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명박에게는 이상득과 이재오 모두가 필요합니다. 이상득은 이명박에게 '지략'을 제공해주는 원천이며, 이재오는 이명박에게 '조직'을 제공해주는 원천입니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이명박 지지율이 10%대까지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이 내부조직 와해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이재오의 이탈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을 복원하기 위해 이재오가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실 인식 하에 '김한정 공천 비리'로 문국현의 금뱃지를 빼앗고, 내년 4월에 재보선을 실시하여 이재오를 국회로 금의환향시키고, 곧이어 지도부 불신임 모드로 몰고 가서 박희태를 내쫓고 이재오가 당대표에 등극한다는 시나리오를 한걸음씩 현실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에 위기의식을 느낀 '反이재오계' 혹은 '범이상득계'가 이재오의 귀환을 저지하기 위해 특급정보를 고의적으로 흘린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재오의 귀환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이명박을 둘러싼 '제 2' 혹은 '제 3'의 비리 폭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저는 왜 이상득이 정계은퇴 선언을 하고 낙향하지 않는 지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생각해보니 이상득은 자신이 동생 곁을 떠나면 정말로 동생이 국정을 말아먹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갖습니다. 형만큼 동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겠지요. 정두언과 공성진의 선상반란에도 불구하고 이상득이 "누구는 욕 먹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줄 아냐"며 강한 서운함과 분노를 표시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통령 선거 승리 이후에 이상득과 이재오 간에는 '신사협약'이 존재했을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청와대와 정부는 이상득이 장악하고, 당-국회-산하기관은 이재오가 장악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자기 사람을 심기에 청와대와 정부는 너무 프레임이 작기 때문입니다. 마침 이상득은 챙겨야 할 사람의 숫자가 이재오보다는 적을 것이기 때문에 작지만 확실한 나와바리 쪽을 선택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총선 참패 이후 문제가 생겼습니다. 친박복당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고, 소고기 파동까지 겹치면서 당과 국회가 구심점을 완전히 상실해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청와대와 정부의 독주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이상득계가 범여권의 헤게모니를 완정 장악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정두언이 박영준을 지목하여 낙마시킨 것은 이에 대한 이재오계의 위기감의 표출이며, 억울하게 희생양이 되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박영준은 '이재오의 귀환'을 저지하기 위해 장외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정연주 KBS 사장 축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정연주야말로 백번이고 천번이고 쫓겨나 마땅한 인물이지만 문제는 그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 입니다. 어지간한 인물이 아니라면 KBS 노조 및 PD협회가 강경반대 및 총파업까지 불사할 것인 만큼 식물인간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보통 뱃심이 강한 사람이 아닌 이상 취임 제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봐서는 안되는 꼴을 모두 당하고도 결국 식물인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능한 인재가 과연 그 자리에 가겠습니까?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중대한 딜레마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상황에서 KBS 사장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은 딱 두 사람 밖에는 없습니다. 이명박 캠프의 방송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인규 전 이사와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입니다. 이들의 경우 욕 먹을 것을 각오하고도 강공 드라이브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이지만 그 밖의 사람은 어렵습니다. 물론, 신재민 문화관광부 차관이 가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최시중-이동관-신재민 3각편대가 무너지는 리스크가 있어 이를 감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찌보면 KBS 사장 임명 또한 이상득계와 이재오계의 치열한 헤게모니 다툼에 휘말리는 것이 불가피해보입니다. 이상득계 입장에서는 김인규 전 이사를 밀어붙이고 싶을 것이고, 이재오계 입장에서는 여론을 핑게삼아 '제 3의 카드'를 주장하면서 사실상 자신들의 입김으로 배후조종할 수 있는 인물 쪽으로 밀고 싶을 것입니다.

조중동에게도 딜레마는 있습니다. KBS-MBC-SBS 등 공중파 3사가 자신들로부터 빼앗아간 여론형성 주도권을 이번 기회에 다시 빼앗아오고 싶지만 KBS가 친여 논조로 돌아설 경우 청와대와 정부는 급격하게 조중동으로부터 공중파 쪽으로 의존도가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중동은 정부의 막강한 지원과 비호를 받는 공중파 방송과 더욱 힘겨운 싸움을 전개해나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다시 여론형성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방송에 '어용' 낙인을 찍어 공정보도 프레임을 갖고 싸움을 전개해나가야만 합니다. 과연 조중동이 그럴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이명박 지지율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특히, 범여권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해나가느냐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 친노무현 성향이 강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KBS 사장 문제에 대해 어떠한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또한번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개헌 문제도 정국의 향배를 바꾸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만일 박근혜가 의회와 행정부간 고질적 대립 해소 및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4년중임제 및 대선총선 동시 실시를 겨냥하여 개헌을 제안할 경우 여권의 핵심 이슈 메이커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야 이미 임기가 정해져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혹 개헌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치협상을 벌일 경우 야당과의 협상 당사자는 차기 대권이 가장 유력한 박근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명박계 쪽에서는 개헌논의에 있어서도 박근혜를 배제하고 싶겠지만 지난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미 쓴 맛을 경험한 박근혜인 만큼 이번에는 결코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박희태 지도부가 '관리형'임을 스스로 공인한 만큼 개헌논의 전면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메가톤급 이슈'들이 산적해있는 만큼 이명박 정권의 앞날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올림픽이 끝나면 지지율은 또다시 10%대 혹은 20%대로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나친 과속은 금물입니다. 과연 여론의 시그널을 청와대가 제대로 감지하고 있을까요? 한번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