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亞 첫 IOC 선수위원 당선 ‘이변’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압도적인 득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득표 결과를 받아든 29명의 후보자들은 물론, 그에게 표를 던진 세계 각국의 선수들도 깜짝 놀랐다. 지난 수개월간 열성적으로 뛰어다닌 문대성(32·동아대교수)의 땀과 열정이 전 세계 올림피안을 감동시킨 것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황금 발차기의 주인공 문대성이 마침내 뜻을 이뤘다. 21일 발표 현장인 베이징올림픽 선수촌 국제구역으로 이동하며 “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했을 때보다 더 떨리고 긴장된다”던 문대성은 “앞으로 8년 동안 각국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9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선수위원 후보로 추천받은 문대성은 지난 10개월간 세계 각국의 각종 대회 및 행사 등에 꾸준히 모습을 보이며 선거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6월 과테말라 IOC총회에서 스포츠 외교력 부재를 절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문대성 선수위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비공식적으로 지원한 게 큰 힘이 됐다.
문대성은 투표가 시작된 올림픽 기간 동안 헌신적인 노력을 다했다. 요트 경기가 열리는 칭다오에서 3일 동안 활동하며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베이징으로 옮겨와서는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꼬박 선수촌을 누비며 이름 알리기에 주력했다. 땡볕 아래 태권도복을 입고, 한결같은 미소를 던지는 문대성에게 많은 선수들이 호감을 가졌고, 일부 국가 선수들은 회의를 통해 단체로 표를 몰아주기로 약속하는 등 성과를 얻었다.
문대성 스스로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흰색 도복을 입은 제가 올림픽 선수촌의 명물이 됐다”고 했을 만큼 그의 열성은 대단했다.
문대성의 득표 활동은 다른 후보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은퇴선수로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 문대성이 매일 각국 선수단에 인지도를 높여가자 다른 후보들은 “영어권 선수가 아닌데 선수위원으로 뽑아주면 안 된다”는 흑색선전을 하기도 했다. IOC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등의 행동은 IOC가 엄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대성은 그후 20일까지 물밑에서 막바지 득표활동을 했고, 마침내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문대성의 최다득표(3220표)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선수위원 투표에서는 대부분 인기 종목이나 유럽계 유명 스타들이 당선돼 선수위원이 됐다. IOC 선수위원 투표에서도 동양계 선수들에 대한 편견이 뚜렷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대성이 베이징에서 보여준 정성은 전 세계 올림픽 패밀리의 가슴을 흔들었다. 태권도라는 비인기 종목의 한계를 넘었고, 인종의 한계도 넘었다. 이번 올림픽이 아시아권인 중국에서 열린 점도 큰 도움이 됐다.
■ 문대성은 누구?
아테네올림픽 ‘발차기의 영웅’에서 한국 첫 ‘IOC 선수위원’으로.
문대성(32·동아대교수)은 한국 태권도의 간판 스타였다.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난 문대성은 구월초등학교 5학년 때인 87년 태권도에 입문해 96년 동아대학교 2학년 재학 중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많은 역경을 이겨내야 했다.
문대성은 국가대표가 되던 그해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쳐 자칫 다리를 절단해야 할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동아대병원에서 골수배양에 성공해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큰 고비를 넘긴 문대성은 99년 에드먼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80㎏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따며 실력을 알렸다.
하지만 올림픽과의 인연을 맺는 일은 쉽지 않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3위 김경훈과의 재대결에서 패해 올림픽 꿈을 접어야 했다. 상무에 입대해 마음을 다잡았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재기에 성공, 2004년 아테네에서 시원한 발차기 공격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년 12월 돌연 현역에서 은퇴한 문대성은 IOC선수위원을 통한 스포츠외교를 또 다른 목표로 삼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총회에서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WTF 집행위원에 지명되는 등 IOC 선수위원 도전을 위한 발판을 착실하게 마련해 나갔다. 2014년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도시를 결정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도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해 인천의 대회 유치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모교인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로도 임용돼 후진양성에서 힘썼다.
문대성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회 2연패를 노려보겠다며 지난해 6월 깜짝 선수복귀를 선언했지만 같은 해 12월 IOC선수위원 후보에 포함되면서 올림픽 2회 연속 우승 꿈을 접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뤄냈다.
■ IOC 선수위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선수분과위원회에 소속되지만 모든 권리와 의무는 일반 IOC위원과 같다.
대부분의 나라에 비자 없이 입국이 허용되는 등 국제적으로 귀빈의 예우를 받는다. 특히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 및 올림픽 종목 결정에 투표권을 갖는 등 국제 스포츠계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한때 3명에 이르던 IOC 위원이 한 명으로 줄어든 우리나라에 문대성의 선수위원 당선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대성도 “지난해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에 4표 차로 졌다. 우리나라에 IOC 선수위원이 있어 2∼3명의 동료 선수위원만 끌어왔어도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IOC 선수위원은 경기인들을 올림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해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신설됐다. 출마자격은 선거가 있는 해 올림픽이나 직전 올림픽 출전 선수로 제한된다.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및 NOC 선수위원회의 추천도 받아야 한다.
후보들은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투표로 당선이 결정된다.
선수위원들이 소속되는 IOC 선수분과위원회는 선출직(하계종목 8명+동계종목 4명) 12명과 IOC 위원장이 대륙별·성별·종목별로 안배해 지명하는 임명직 7명 등 총 19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선출직 위원 12명과 임명직 3명에게 IOC 위원(총 115명) 자격을 준다.
<베이징 | 김경호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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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성이 21일 베이징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후배 태권도 선수들의 경기를 중계하던 중 IOC 선수위원에 선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2004년 아테네올림픽 황금 발차기의 주인공 문대성이 마침내 뜻을 이뤘다. 21일 발표 현장인 베이징올림픽 선수촌 국제구역으로 이동하며 “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했을 때보다 더 떨리고 긴장된다”던 문대성은 “앞으로 8년 동안 각국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9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선수위원 후보로 추천받은 문대성은 지난 10개월간 세계 각국의 각종 대회 및 행사 등에 꾸준히 모습을 보이며 선거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6월 과테말라 IOC총회에서 스포츠 외교력 부재를 절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문대성 선수위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비공식적으로 지원한 게 큰 힘이 됐다.
문대성은 투표가 시작된 올림픽 기간 동안 헌신적인 노력을 다했다. 요트 경기가 열리는 칭다오에서 3일 동안 활동하며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베이징으로 옮겨와서는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꼬박 선수촌을 누비며 이름 알리기에 주력했다. 땡볕 아래 태권도복을 입고, 한결같은 미소를 던지는 문대성에게 많은 선수들이 호감을 가졌고, 일부 국가 선수들은 회의를 통해 단체로 표를 몰아주기로 약속하는 등 성과를 얻었다.
문대성 스스로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흰색 도복을 입은 제가 올림픽 선수촌의 명물이 됐다”고 했을 만큼 그의 열성은 대단했다.
문대성의 득표 활동은 다른 후보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은퇴선수로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 문대성이 매일 각국 선수단에 인지도를 높여가자 다른 후보들은 “영어권 선수가 아닌데 선수위원으로 뽑아주면 안 된다”는 흑색선전을 하기도 했다. IOC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등의 행동은 IOC가 엄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대성은 그후 20일까지 물밑에서 막바지 득표활동을 했고, 마침내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문대성의 최다득표(3220표)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선수위원 투표에서는 대부분 인기 종목이나 유럽계 유명 스타들이 당선돼 선수위원이 됐다. IOC 선수위원 투표에서도 동양계 선수들에 대한 편견이 뚜렷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대성이 베이징에서 보여준 정성은 전 세계 올림픽 패밀리의 가슴을 흔들었다. 태권도라는 비인기 종목의 한계를 넘었고, 인종의 한계도 넘었다. 이번 올림픽이 아시아권인 중국에서 열린 점도 큰 도움이 됐다.
■ 문대성은 누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문대성이 21일 베이징올림픽 빌리지에서 각국 선수단 관계자들에게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베이징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문대성(32·동아대교수)은 한국 태권도의 간판 스타였다.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난 문대성은 구월초등학교 5학년 때인 87년 태권도에 입문해 96년 동아대학교 2학년 재학 중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많은 역경을 이겨내야 했다.
문대성은 국가대표가 되던 그해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쳐 자칫 다리를 절단해야 할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동아대병원에서 골수배양에 성공해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큰 고비를 넘긴 문대성은 99년 에드먼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80㎏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따며 실력을 알렸다.
하지만 올림픽과의 인연을 맺는 일은 쉽지 않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3위 김경훈과의 재대결에서 패해 올림픽 꿈을 접어야 했다. 상무에 입대해 마음을 다잡았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재기에 성공, 2004년 아테네에서 시원한 발차기 공격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년 12월 돌연 현역에서 은퇴한 문대성은 IOC선수위원을 통한 스포츠외교를 또 다른 목표로 삼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총회에서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WTF 집행위원에 지명되는 등 IOC 선수위원 도전을 위한 발판을 착실하게 마련해 나갔다. 2014년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도시를 결정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도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해 인천의 대회 유치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모교인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로도 임용돼 후진양성에서 힘썼다.
문대성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회 2연패를 노려보겠다며 지난해 6월 깜짝 선수복귀를 선언했지만 같은 해 12월 IOC선수위원 후보에 포함되면서 올림픽 2회 연속 우승 꿈을 접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뤄냈다.
■ IOC 선수위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선수분과위원회에 소속되지만 모든 권리와 의무는 일반 IOC위원과 같다.
대부분의 나라에 비자 없이 입국이 허용되는 등 국제적으로 귀빈의 예우를 받는다. 특히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 및 올림픽 종목 결정에 투표권을 갖는 등 국제 스포츠계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한때 3명에 이르던 IOC 위원이 한 명으로 줄어든 우리나라에 문대성의 선수위원 당선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대성도 “지난해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에 4표 차로 졌다. 우리나라에 IOC 선수위원이 있어 2∼3명의 동료 선수위원만 끌어왔어도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IOC 선수위원은 경기인들을 올림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해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신설됐다. 출마자격은 선거가 있는 해 올림픽이나 직전 올림픽 출전 선수로 제한된다.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및 NOC 선수위원회의 추천도 받아야 한다.
후보들은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투표로 당선이 결정된다.
선수위원들이 소속되는 IOC 선수분과위원회는 선출직(하계종목 8명+동계종목 4명) 12명과 IOC 위원장이 대륙별·성별·종목별로 안배해 지명하는 임명직 7명 등 총 19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선출직 위원 12명과 임명직 3명에게 IOC 위원(총 115명) 자격을 준다.
<베이징 | 김경호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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