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묵언수행, 이재오 암중모색, 정두언 권토중래."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의 핵심인 이상득 정두언 의원, 이재오 전 의원이 현재 처한 상황을 빗대어 한 친이계 의원들이 붙여준 사자성어다.

경제살리기, 박연차 수사, 4.29 재보선, 당협위원장 문제, 원내대표 선출 등 복잡한 현안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친이계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는 가운데 이들 '핵심 3인'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묵언수행' 이상득 = 이명박 대통령의 형으로, 그동안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이 의원은 무소속으로 경주 재선거 출마를 선언한 친박 성향의 정수성씨에 대한 '사퇴종용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의 수치"라며 직격탄을 날린 뒤 이 의원이 해명에 발벗고 나서 일단 논란은 수습되는 모양새이지만 선거일까지 20여일을 남겨놓고 있어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경북지역 의원들과 함께 한 오찬에서 "나는 그렇게 약삭빠르게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데 이어 주변 의원들에게 "억울하다"고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친이.친박 진영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차원에서 이 의원은 '묵언'을 택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는 말을 안해야겠다. 비공개 회의 때도 말을 하면 언론에 다 나가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암중모색' 이재오 = 지난 10개월여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28일 저녁 조용히 귀국한 이 전 의원은 자신의 활동 반경을 철저하게 지역구(서울 은평을)로 한정하고 있다.

당분간 시내로 향하는 무악재, 여의도로 가기 위한 한강을 건너지 않겠다는 게 이 전 의원의 뜻이라고 한다.

지난 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남북한전 관람 취소, 2일 허태열 최고위원 차녀 결혼식 불참 등 '중앙 정치'와 연결될 수 있는 일정을 생략하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의원은 국내에 귀국하면 '암중모색'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었다. 그리고 당초 의도했던 '조용한 행보'의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잠복해있던 친이.친박 갈등이 표출되고 그 과정에서 친이계의 무기력이 재연될 경우 전면에 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이 전 의원이 당장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 전 의원은 물론 여권 전반에 부담되는 일"이라며 "조용히 국내 상황을 지켜보며 향후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토중래 정두언 = 지난해 '권력사유화' 논란으로 시련을 겪었던 정 의원은 올 들어 다양한 활동을 모색 중이다. 친이계 핵심으로서의 적극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하다.

지난 2월6일 이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사실상 '정치적 복권'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총회에 이어 지난달에만 두 차례 미국 워싱턴을 찾아 기후변화 심포지엄, 기후.에너지안보국제위원회 창립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이른바 '기후변화 전도사'로 자리매김한 것.

또한 정 의원은 당 국민소통위원장을 맡아 정치권에 다양한 담론을 던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끈 정당개혁 토론회를 개최한데 이어 6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부 교수로부터 '이대로 신자유주의인가' 특강을 듣는 행사를 주최한다.

정 의원은 "한 사회의 리더라면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