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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서 떠나라” … 정동영,민주당 떠나나

“덕진서 떠나라” … 정동영,민주당 떠나나

2009년 04월 07일 (화) 02:50 중앙일보


[중앙일보 임장혁.백일현]  4·29 재선거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민주당이란 간판을 달고 뛸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간 전국정당화 노력에 비춰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공천 배제를 결정했다. 이례적으로 ‘결정문’을 공개했다. 정세균 대표가 이번 결정을 주도했다. 정 전 장관은 “정동영을 죽여야 민주당이 사는가, 앞날이 캄캄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민주당이 다시 기로에 섰다.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가 4·29 재선거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공천하지 않기로 6일 결정했다. 정 전 장관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민주당의 명운을 건 승부수다. 정동영·정세균 두 사람의 정치 생명도 달렸다. 그런 만큼 파장은 심대하다. 양 진영은 비난전에 돌입했다. 사실상 분열 상태다.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세균 “내가 죽더라도 민주당 사는 길”

“정동영 출마 부적절 … 당 방침 수용을”
이례적으로 결정문 낸 민주당 최고위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결국 승부수를 던졌다. 민주당은 6일 정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를 열고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 정 전 장관을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고위는 이날 이례적으로 ‘결정문’을 내고 “민주당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전국정당화 노력에 비추어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고위는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대통령후보를 지낸 분으로서 당내 단합과 반MB 전선의 굳건한 구축을 위해 애당적 결단을 통해 당의 결정을 수용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무소속 출마 포기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요청한 기자간담회에서 정 대표는 “당을 위해 참 힘든 결정을 했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좀 있으면 60세인데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어떤 전문가가 공천을 하면 정세균도 죽고 민주당도 희망이 없지만 안 하면 정세균은 죽지만 민주당은 희망이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을 위해서’라는 말뜻은.

“민주당의 전국정당화가 정말 중요하다. 수도권과 취약지역의 원내외 정치인들이 당에 충성하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려고 애쓰는 분위기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접촉해 볼 시간이 더 있었을 텐데.

“만나서 양해도 구하고 부탁도 하고 싶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어제도 만나기를 청했지만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무소속 출마를 막을 방안 있나.

“방안이 있었으면 더 빨리 매듭지어졌을지도 모른다. 정 전 장관이 당내 가장 큰 정치인이니까 당을 위해 마음을 크게 먹어주길 바란다.”

- 인천 부평을 공천 가능성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제안을 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로 비칠 소지가 있고 예의도 아니다.”

-덕진에 다른 후보를 내면 지원 유세도 하나.

“당연한 것 아닌가.”

당내 일부 세력의 강한 반발을 뿌리치고 내린 결정인 만큼 정 대표 체제의 미래는 4·29 재·보선의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전국정당화를 공천 배제의 명분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인천 부평을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은 “당 지도부는 이명박 정권 심판이 걸린 수도권에서 한나라당과의 승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아직 전략공천 지역인 전주 덕진과 인천 부평을의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정 대표는 “지금 예비후보들도 충분히 자질이 있지만 더 능력 있는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주중 공천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정동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다”

공천파 의원들 반발 … 중진그룹 “유감”
정동영 ‘탈당 후 시나리오’ 놓고 장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불교 경전의 말씀이 와닿는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6일 민주당의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한 심경과 향후 진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돌려준 답이다. 전날 찾은 전남 장성의 백양사 주지 지선 스님에게서 받은 법어라고 한다. 무소속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 전 장관은 “어제 오늘 사태에서 보듯 남북관계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 일조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의지도 보였다. 측근들에게 보인 반응은 더 격했다. 한 핵심 측근은 “‘정말 정동영이를 죽여야 민주당이 사는 거냐’고 정 전 장관이 탄식했다”며 “착잡하고도 어이없어했다”고 전했다.

공천 배제 결정에 정동영계 등 ‘공천파’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종걸·문학진·박영선·안민석 등 의원 15명은 성명을 내고 “동료 의원 의견이 완전히 배제된 독단적 결정으로 지도부 스스로 당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정 전 장관을 대변해 온 최규식 의원은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의 위중한 상황 속에서 당 지도부가 제일 먼저 내린 결정이 정동영 공천 배제라는 것은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종걸 의원은 “무소속 출마 결정을 해도 십분 이해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의 유감 표명 후 공천’을 양측에 제안했던 중진그룹(김영진·박상천·문희상·이석현·천정배)도 “최고위가 애당심에서 비롯된 간곡한 요청을 끝내 거부하고 공천 배제를 강행한 데 심히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지자들의 반응은 더 격했다. 1만4000여 명이 속한 것으로 알려진 지지단체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은 성명을 내고 “자당의 대선 후보를 공천 배제한 민주당을 패륜 정당으로 규정한다”며 “당권욕에 눈먼 정세균 지도부에 남은 것은 국민의 심판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지지를 거두겠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지만 결정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일단 탈당 후 복당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성공한 무소속이 당의 방침을 어긴 과거를 모두 용서받아 온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는 게 정세균 대표 측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 측이 기대를 걸고 있는 호남 지역의 여론이 그에 대한 ‘동정론’으로 쏠릴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정 전 장관 측 핵심 인사는 “이번 공천 배제로 정 전 장관 지지자들이 더욱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주도한 친노·386 세력과 지도부에 이번 일의 파장은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일현 기자

▶임장혁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sthbf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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