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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대통령 `박연차 돈 받았다` 시인 배경은?

노무현 前대통령 "박연차 돈 받았다" 시인 배경은?

2009년 04월 07일 (화) 21:19 서울경제

정치권 당혹속 "파장 어디까지…" 벌집 쑤신듯
"어차피 탄로날 사실 판단" 정면돌파 택한듯
한나라 "거짓 도덕성 자인한 것" 비판강도 높여
민주, 분노·허탈감… 청와대선 일체 언급 피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해 정치적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받았다고 시인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은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고해성사에 적잖이 당황한 가운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만큼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이 가지는 폭발력이 크기 때문이다.

◇“돈 받았다” 시인 배경은=검찰이 박 회장은 물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상대로 노 전 대통령과의 금품 거래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상황에서 어차피 드러날 사실이라면 먼저 공개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피할 수 없을 바에는 ‘정면돌파’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인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이 이날 자택에서 체포되고 강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따른 자괴감도 사과문을 낸 배경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권 여사가 받은 돈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뒤집어 쓰는 상황만은 막아보자는 의도도 포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힌다”며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며 입장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박 회장 간 500만달러 거래가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사과문 발표가 자칫 정 전 비서관과 조카사위 등 측근세력을 비호하기 위해 검찰 수사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검찰 출두에 앞서 관련 내용을 일부 언급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따른 것이다. 또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공식 반응과 달리 “박연차ㆍ강금원 등으로 조사가 이어지면서 압박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이 공개사과를 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파장은=일단 청와대는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는 입을 봉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언급을 자제한 것은 전직 대통령 관련 사안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데다 현 상황에서의 섣부른 언급이 자칫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 대변인은 “재임시절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태도는 거짓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정세균 대표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고 (그 외) 화를 내는 분들도 많이 있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참여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명박 정권 견제에 힘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또 4월 임시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 및 쟁점법안 심사ㆍ처리 등에서 정국 주도권을 한나라당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4ㆍ29 재보선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론 등을 내세워 압승을 거두겠다는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ㆍ여당 역시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조사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및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온종훈 기자 Jhohn@sed.co.kr
권대경기자 kw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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