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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MB 후보’ 꺾은 개미군단 응집력

‘친MB 후보’ 꺾은 개미군단 응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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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교조에 대한 이념공세 무력화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세 대결 끝에, 주부·학부모 등 ‘개미 군단’과 범야권 세력이 합세한 ‘반이명박(MB) 연대’의 승리로 귀결됐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개혁 진영은 201개 시민사회단체로 ‘경기교육희망연대’를 구성하고, 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달 23일 김상곤 후보를 ‘반엠비 범도민 후보’로 선정하는 등 먼저 치고 나갔다. 이어 안산·안양·군포·안성·수원 등지에서 주부와 학부모들은 물론 교수, 장애인, 문화예술인의 지지 선언이 15차례나 쏟아졌다.

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범야권의 정당인들도 개인 자격으로, 그러면서도 비교적 조직적으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표몰이를 시도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야권과 전교조, 시민단체 등의 주경복 후보 진영 참여가 썩 일사불란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경기도에서는 범야권과 시민사회 진영의 대규모 응집이 물밑에서 이뤄졌다. 김상곤 후보 쪽이 초반 열세를 딛고 역전을 이뤄낸 데는, 이런 여러 세력의 조직적 참여가 주효한 측면이 크다.

이에 김진춘 현 교육감도 지난달 30일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102개 보수단체의 지지를 이끌어 낸 데 이어 한국노총은 물론 도내 127개 사립학교 이사장들로 이뤄진 한국 사립초중고교법인협의회의 지지로 맞섰다. 한나라당의 측면 지원도 받았다. 김진춘 현 교육감 쪽은 선거운동이 진행될수록 전세가 불리해지자,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전교조 때리기’를 시도하는 등 판세 뒤집기를 꾀했지만 끝내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보수 후보들이 난립했다는 점도 김진춘 후보의 패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교육정책적 측면 외에 정치적 함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광역단위 선거에서 친여·친이명박 후보가 패배한데다, 범야권·시민사회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그 원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범야권과 시민사회 진영은 지지자 투표 유도 등 조직 가동에서도 성공함으로써, 투표율이 낮은 재·보궐 선거에서 보수 후보 불패 신화를 무너뜨렸다.

이번 선거 결과는 임박한 4·29 국회의원·지방 재·보궐 선거와 10월 재·보궐 선거, 내년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인다. 당장 4월29일에 치러질 울산 북구 국회의원 선거, 경기도 시흥시장 선거에서 야권이나 진보 쪽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창식 선임기자, 수원/홍용덕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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