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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논객은 침묵하지 말라

친박 논객은 침묵하지 말라
편집국장 고 하 승
이제 시청자들은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지난 13일 마지막 MBC '뉴스데스크' 방송에서 "회사 결정에 따라 저는 오늘 하차한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지켜온 것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에 대한 배려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구석구석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매일 전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오는 것을 믿고 있다"며 "할 말은 많지만 내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임원회의 결정에 따라 '뉴스데스크'에서 중도하차를 당하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엄기영 사장은 "앵커 교체는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것처럼 정치적인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MBC 기자회는 “경영진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정부에 비판적인 신경민 앵커를 바꾸기로 결정했다”며 제작 거부 투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엄사장의 변명에도 불구, 기자회는 그 말을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13일 오전과 오후 총회에서 제작거부를 이어가기로 결정한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밤 성명을 통해 “청와대가 이미 오래 전부터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해 왔다는 것은 이미 보도본부 구성원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신경민 앵커 교체는)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권력의 오만한 압력에 대한 치욕적인 굴복”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지난 11일 아침뉴스 톱기사가 방송을 불과 30분 남겨두고 ‘박연차 회장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측근 기업인 천실일 회장에게 수십억을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전날 <뉴스데스크>에서 톱기사로 보도된 특종이 새벽 5시반 보도국장의 전화 한 통으로 아침뉴스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후 사정을 감안할 때 엄사장의 변명보다는 이들의 주장에 더욱 신뢰가 간다.

어쩌면 이는 비판 언론인 대량학살을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전두환 정권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전비어천가’를 불러댔던 것처럼, 이제는 노골적으로 ‘이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것은 아닐까?

특히 ‘땡전 뉴스’와 흡사한 ‘땡이 뉴스’가 나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언론의 자유가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만 것이다.

그럼, 이명박 정권의 언론인 살생부에는 누가 들어 있을까?

일차 타깃은 진보성향의 언론인일 것이다.

가뜩이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시원찮은 마당에 보수 세력 결집이라는 부수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길 것이다.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언론탄압이 명백한 신경민 앵커 하차는 그 신호탄인 셈이다.

하지만 진보언론인 숙청으로 모든 것이 끝날까?

아니다.

다음 숙청 대상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 언론인들이다.

친박 언론인들도 이때 대량 학살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MB가 원하는 인물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수족과 같은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을 차기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고, 그 기세를 몰아 차기 대권주자로 내세울지도 모른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자면 걸림돌이 될 진보 언론인과 현 정부에 비판적인 친박 보수 언론인들을 제거해야만 한다.

하지만, 진보 언론인과 친박 언론인을 동시에 제거하는 어리석은 방식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너무 버겁다.

따라서 순차적인 대량학살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수성향의 친박 논객들이 진보 성향의 언론인 학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이유다.

즉 진보 성향의 언론인들을 숙청하고, 나중에 그 칼날이 친박 언론들을 향할 때, 나서 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는 불행한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다시 한 번 마틴 니묄러가 쓴 <전쟁책임 고백서>중에 나오는 한마디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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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4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