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영향력은 굳건했다. 헤럴드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
에 의뢰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실시한 ‘헤럴드경제 재창간 기념 국민의식 조사’ 결과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인’으로 박 전 대표(32.6%)가 1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부진을 틈타 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같은 조사 결과 34.1%를 기록했던 박 전 대표는 이달 조사에서 1.5%
하락했다. 하지만 오차 범위 내 근소한 하락이라 박 전 대표의 영향력 자체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지난해 5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오차 범위 내 근소한 차만 있을 뿐 30% 초중반대를 견조하게
하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표가 친이측이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통해 내민 화해의 손길을 뿌리 친 것에 대해 “해도 너무 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박 전 대표의 독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ㆍ29 재보선에서도 박 전 대표의 후광을 등에 업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수성 의원이 친이계 정종복 전 의원을 9.4% 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돼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0월 재보궐선거를 비롯 내년 지방선거도 박 전 대표의 협조없이 한나라당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은 채 계파 수장의 이미지에만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김무성 카드’ 무산 이후 깊어진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이 향후 박 전 대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 이회창 총재가 9.0%로 2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 총재의 영향력은 지난달 조사(9.3%)보다 다소 하락해 정몽준 최고위원의 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조사에서 10.7%로 2위를 차지했던 정 최고위원은 이번 조사에서 8.2%로 하락했다. 지난 4ㆍ29 재보선 울산 북 선거에서 정 최고위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후보가 진보신당 후보에 패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당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 최고위원은 이번 재보선에 발 벗고 나섰지만 5:0 참패를 막지 못했다. 정 최고위원은 재보선 이후 당내에서 조기 전당대회 논란이 불거지자 “박 전 대표가 전대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박근혜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4위를 차지했으며, 4ㆍ29 재보선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공천 거부에도 불구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정동영 의원(5.8%)은 지난 조사(2.6%)보다 2계단 올라 선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정 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4.0%)를 제치고 야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올라섰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5.0%로 지난 조사(4.8%)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19세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1 대 1 전화면접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