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서재일) 목사 1천221인이 16일 신문광고를 통한 공개서신 형식을 빌어 사실상의 시국선언을 했다.
기장 소속 24개 노회의 목사 1천221인은 16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게재한 공개 서신을 통해 "우리는, 오늘 우리사회에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각계각층의 선언과 외침을 대통령께서 경청하고 상호 소통하면서 당면한 시국을 직시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과도한 공권력 남용 자제 및 표현·집회·시위·결사·언론 자유 신장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상생 정치 실현 △남북의 극단적 대결 지양 및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평화·공존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 즉각 중단 △방송법 개악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같이 요구한 뒤 "지상에 영원한 권력은 없다. 권력이 국민의 뜻을 거슬러 지배하려고 할 때 심판을 면할 수 없다"고 공개하며 "오직 겸허히 국민을 섬기는 것만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이가 걸어야 할 마땅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공개서한 전문.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자들이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 서신
'정의, 사랑, 평화, 창조세계의 보전'을 이 시대에 구현할 하나님의 뜻으로 믿는 우리는 예언자 나단이 다윗 왕을 향해 하나님의 뜻을 선포했던 심정으로 대통령께 공개 서신을 드립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사회에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각계각층의 선언과 외침을 대통령께서 경청(傾聽)하고 상호 소통하면서 당면한 시국을 직시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현 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리의 견해를 말씀드립니다.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십시오.(아모스 5:24)
민주주의의 원칙은 정부가 국민을 섬기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소통하는 것입니다. 과도한 공권력 남용을 자제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정책을 펼치십시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십시오.(마가복음 12:31)
소수 기득권층 위주의 정책을 돌이켜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기 바랍니다. 주민의 생계와 안전을 배려하지 않은 무리한 개발로 빚어진 용산철거민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날로 심각한 생존의 위험을 겪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그리고 농민 등 서민의 고통을 감싸 안으십시오.
평화의 길을 찾으십시오.(누가복음 19:42)
남북의 극단적 대결을 지양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평화 공존하는 길을 택하십시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화해와 평화통일의 이정표인 6.15와 10.4선언을 충실히 이행하십시오. 나아가 빠른 시일 안에 남북 정상이 만나 평화의 길을 재확인하기 바랍니다.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청지기가 되십시오.(시편 8편)
국민 대다수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살리기’라고 이름만 바꾸어 추진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또한 단기적 성장효과에 집착하는 무분별한 개발성장주의 정책을 중단하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이루는 정책으로 전환하십시오.
국민 앞에 겸손한 대통령이 되십시오.(신명기 17:20)
지상에 영원한 권력은 없습니다. 권력이 국민의 뜻을 거슬러 지배하려고 할 때 심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방송법 개악 등 작위적인 방법으로 권력 연장을 도모하는 것은 성공할 수 없으며 오직 겸허히 국민을 섬기는 것만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이가 걸어야 할 마땅한 길입니다.
우리는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기를 원합니다.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길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통령의 정직한 결단입니다. 하나님의 평화와 지혜가 대통령과 우리 민족 위에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2009년 6월 16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서재일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