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MB 눈치보기’ 걱정된다 시민일보 2009-06-18 14:00 편집국장 고 하 승 | ‘한나라, 너도나도 청와대에 줄서기.’
이는 지난 18일자 어느 조간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자체 쇄신의 동력을 상실했고, 그래서 여권의 무게중심이 다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눈치 보기’가 극에 달했다는 뜻이다.
실제 당내에서는 이미 청와대를 쇄신 대상으로 언급하던 목소리는 사라진지 오래고, 오히려 청와대를 향해 줄을 서려는 움직임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원희룡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쇄신특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 버렸고, 개혁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의 목소리도 이제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친이 초선 의원 48명이 지난 15일 "대통령과 국정기조를 흔들지 말라"고 성명을 낸 것을 계기로 ‘이명박 옹호론’이 당내에 확산된 때문이다.
특히 당내 일각에서 “민심이반은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심판”이라고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천방지축으로 날뛴다”는 취지로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지자 당내에서는 아예 ‘국정쇄신’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게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당내에서 무엇을 하든, 마음만 먹으면 제 멋대로 요리가 가능한 구조가 바로 지금의 한나라당이라는 말이다.
일례로 나경원 의원이 이 대통령의 ‘속도전’ 요구에 따라 국민이 반대하는 이른바 ‘미디어법’에 대해 18일 한 방송에 출연, “국민들이 모르는 미디어법을 여론조사해서는 안된다”고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한 것도 일종의 ‘MB 눈치 보기’일 것이다.
왜냐하면, 국회에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라는 것을 둔 것은 100일 동안 충분히 여론수렴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몰라서 여론조사를 하면 안 된다”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국민들을 ‘무뇌아’ 취급하는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니 너무나 한심하다.
사실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를 선택할 때에도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지난 18대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현장 투표에서 승리했음에도 여론조사 때문에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생각 없는 바보’들이 선출한 대통령이라는 뜻인가?
나경원 의원도 바보가 아닌 이상, 여론수렴의 여러 가지 방법 중 최고의 수단이 여론조사 실시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어이없는 발언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MB 눈치 보기’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정당이라면, 즉 몹쓸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정쇄신’ 목소리를 철회하고, ‘각하 말씀만 하십시오. 뭐든 밀어 붙이겠습니다’하는 식의 ‘거수기 정당’이라면, 그 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이미 필자가 수차에 걸쳐 경고했듯이 한나라당은 당권과 대권 분리원칙에도 불구 조만간 이 대통령 수중에 들어 갈 것이 불 보듯 빤하다.
필요하다면 현재의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즉 ‘당청소통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통령 친정체제나 나아가 대통령 직할체제로 개편할 지도 모른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친박 의원들이 당권-대권분리 원칙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한 때문일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급격하게 떠오른 개헌논의도 그렇다.
이 대통령이 ‘권력분산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모색하고 있다는 건 온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물론 김형오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개헌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김 의장은 오는 제헌절에 개헌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고, 연말까지는 논의를 마칠 생각이라고 한다.
역시 ‘속전속결’이다.
사실 당내 문제야 당내에서 죽이 되든지 밥이 되든지,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이 대통령을 당 대표로 하든지, 아니면 총재로 추대해 한나라당을 말아먹거나 말거나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미디어법이나 개헌문제는 다르다.
그 중차대한 논의에 우리 국민이 ‘바보’ 취급받거나 제외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미디어법 반대다.
그리고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누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느냐 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따라서 개헌은 4년 중임제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그저 외교나 담당하는 ‘얼굴마담’을 시키고, 자기들끼리 국회에서 임의로 선출한 총리가 사실상 실권을 갖는 그런 제도 역시 반대다.
이게 국민 여론이다.
이 같은 국민여론을 무시할 경우 한나라당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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