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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이후가 문제다

[사설]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이후가 문제다
2009년 07월 03일 (금) 전자신문|23면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1997년 12월 수원은 그해 연말 내내 축제분위기였다. 수원 화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은근한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12년 뒤 조선왕릉 40기가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낭보가 있었다. 등재 이후 12년 동안 수원은 화성을 지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민단체 등의 자발적 참여는 물론 모든 시민들이 화성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유네스코나 중앙정부의 도움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등재’라는 명예만으로 만족하라는 식이었다. 수원시가 그동안 화성복원사업 등에 쏟아부은 예산은 전체예산의 81%, 문화재청과 경기도에서 지원받은 액수는 19%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상세한 내막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유네스코 지정이 되면 경제적 도움도 따를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보존사업이 미흡하면 등재를 취소한다는 으름장만이 있을 뿐이었다.

화성이나 조선왕릉은 단순히 능이나 무덤으로 쉽게 이해할 곳이 아니다. 그곳은 역사, 정치, 경제, 행정은 물론 풍수지리, 조경, 건축과 음식, 복식 등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조선역사의 거대한 종합박물관이다. 유네스코 지정이 문제가 아니다. 그 이후의 시간들이 문제다.

수원시는 지난 1999년부터 2020년까지 1조9천억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중앙정부의 지원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고 이에 대한 수원시의 고군분투 속에 보존·복원사업은 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지원이 미흡해지자 복원사업 등에 참여했던 기관, 단체 등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경제성이 없다는 간단한 이유다. 따라서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화성 복원사업도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이번 왕릉 등재를 마냥 즐거워하기도 두려운 실정이다.

세계문화유산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태만이라도 잘 보존을 하려면 그에 따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경관관리를 비롯한 원형보존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등재에서 삭제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때맞춰 경기도의회가 문화재 보존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매우 시기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정된 왕릉40기 중 32기가 경기도 내에 분포돼 있는 만큼 이를 위한 실질적인 경관관리에 지자체의 정책이 반영되어야 한다. 문화재 보호구역을 더 넓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유산이 제대로 보존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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