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융·건릉 ‘孝 유적지’ 훼손하는 정부 공사 중단해야

융·건릉 ‘孝 유적지’ 훼손하는 정부 공사 중단해야
[경기일보 2009-7-20]
역사문화는 현세와 후손의 거울이다. 역사유적은 현세와 후손의 뿌리다. 화성시 송산동 사적 206호 융·건릉, 경기도 지정 문화재 161호 만년제는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이 서린 세계 유일의 효문화 유적지다. 용주사 또한 이를 위해 대왕이 세운 효찰 대본산이다.
융·건릉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지 얼마 안 되는 근래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었다. 며칠전엔 일본의 몇몇 역사학자들이 빗속 탐방을 하였다. 효문화는 인류의 영원한 보편적 가치다. 이에 일국의 군주가 남달리 선양한 효문화 유적에 나라와 인종은 달라도 나라밖 사람들 관심이 드높다.
그런데 부끄럽다. 나라 안의 관심도는 낮다. 아니 관심은 커녕 되레 망가뜨리는 게 안타깝다. 사적지를 넓혀 후세에 더욱 완전히 보존해 물려주어야 할 효문화 유적지가, 대단위 아파트 공사로 마구 훼손되고 있다. 예컨대 정조대왕 첫 왕릉 터 인근에 괴물 같은 고층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선다. 외국인들이 의아해 묻는 말에 답변하기가 창피하다.
이른바 태안3지구택지개발로 주공이 하는 사업이다. 그 넓은 화성 땅에 고층 아파트가 이곳 아니면 지을 곳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유적지와 별 상관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다 짓고나면 그땐 유적지를 팔아 분양할 것이다. 주공은 국영 기업이다. 정부의 단안이 요구된다. 기반 공사가 상당부분 진척됐다 하여 중단하지 못할 이유가 되는 건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진 않다. 중단으로 인한 손해가 아무리 크다 해도, 후대에 죄를 짓는 것 보단 백번 낫다.
융·건릉 유적지의 국민적 효 테마공원 및 효문화 보호는 한나라당 대선 공약에 수록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용주사를 방문해 약속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에선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훼손되고 있는 것은 국정 수행의 시스템 작동에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났다.
‘정조효행유적지보존국민연합’이 이미 결성돼 백방으로 힘쓰고 있다. 조계종 제2교구 용주사 및 말사연합·서울경기고고학회·경기문화연대 등 46개 단체가 나서 효행 유적지 보호를 위한 대운동을 추진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요로에 호소문을 전달한 데 이어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누구보다 이에 앞장서야 할 화성시가 목전의 개발 이익에 치우쳐 유적지 보호에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갖게한 것은 유감이다. 만약 오해라면 의식의 적극적인 전환을 기대한다. 경기도는 힘써왔다. 가일층의 과감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국토부의 개발논리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역사유적 보존논리에 손을 들어주는 대통령의 이른 결단을 기대하고자 한다.